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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외국인이 보기에 한국증시는 샌드위치"

  • 2018.11.01(목) 11:31

박천웅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코리아 대표
"신흥국과 선진국증시 중간서 포지션 어정쩡"
"유동성에 안주한 자세 경계…윈윈 성장 중요"

증시는 지지부진하고 투자자들은 몸을 사리고 있다. 전문가들이 시황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지만 의견도 제각각이라 정작 어떤 방향을 따라야 하는지 망설여진다. 그렇다면 지금 이 때 펀드를 굴리는 자산운용사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증시 침체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현상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쏟아지는 만큼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의 의견이 궁금했다.

지난 29일 박천웅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코리아 대표이사(아래 사진)를 만났다. 박 대표는 2012년 대표에 취임해 이달 초 3연임에 성공했다. 박 대표 취임 후 지난해를 제외하고 실적은 매년 성장세를 기록해왔다. 2013년 23억원이었던 순이익은 2016년 80억원으로 늘어났다. 지난달 30일 기준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코리아의 운용자산은 총 13조원. 국내외 자산운용사와 증권사에서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로 활약해 온 그는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의 투자 역량을 한층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로부터 현 증시 상황과 향후 경영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 박천웅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 그간 경영 성과를 자평한다면
▲ 무엇보다 지난 6년 간 기업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 중간 리더들의 리더십이 잘 정착됐고 협업하는 분위기도 자리잡았다. 펀드는 미래 상품 가치를 지금 당겨와 평가하고 판매하는 상품이다. 복잡한 세상에서 개인이 이를 다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개인이 갖고 있는 역량을 조합해 전문성으로 키워나가야 한다. 더군다나 요새는 정보가 자유롭게 흘러가기 때문에 특정 기업이 어떤 생각을 하고 액션을 취하는지 잘 퍼진다. 성과와 직결되는 문제다.

- 현재 증시 상황 어떻게 진단하는가

▲ 우리나라 증시는 선행되는 측면이 있다. 글로벌 경제 사이클의 프록시 역할을 했다. 레버리지 효과가 있기 때문인데, 우리나라 증시가 샌드위치 상황에 처한 영향이 크다. MSCI 지수에는 신흥국으로 속해있지만 FTSE엔 선진국으로 편입돼 있다. 신흥국이라기엔 선진국스럽고 선진국이라기엔 어정쩡하다. 나도 과거 해외 증권사에서 일할 때 경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홍콩 대만보다 우리나라 주식을 먼저 팔았다. 패시브 상품 비중이 커진 영향도 있다. 패시브 상품은 커지는 종목을 커지는 비율만큼 사게 돼 있다. 모멘텀을 강화시킨다. 불확실성은 아직 걷히지 않았다고 대답하고 싶다. 좀 더 지켜봐야 한다.

- 지금 경계해야 할 요소가 있다면
▲ 시장은 특정 트랜드가 끝날 때 즈음 늘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낸다.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경제 기준)이 대표적이다. 뉴노멀은 다시말해 노멀(정상)이 아닌 상태라는 말이다. 정상이 아닌 건 정상화시켜야 한다. 10년 전 금융위기 때 늘어난 유동성을 경계해야 한다. 낮은 금리에 쉽게 안주해 고위험 채권과 부실 주식을 과도하게 매입해온 측면이 있다. 과도한 금융 부채로 이어질 수 있다. 넘치는 유동성이 대체투자로 흘러들어 확장되기도 했다. 초기엔 잘 안 보인다. 지금 일어나는 증시 침체 현상은 재앙의 전주곡일 수 있다. 시장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은 설사 눈에 보인다고 하더라도 해소하기 어렵다. 그간 안주해 온 경향이 있는데 경계해야 한다.

- 일반 투자가들에게 조언한다면
▲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으면 안 된다. 의사 결정에 여유가 있어야 한다. 한 군데 몽땅 털어서 투자하면 여유가 없어진다. 코너에 몰려 있으면 용기를 낼 수 없다. '이건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할 때 내리는 결정이 정확한 경우가 많다.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어려운 환경에서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 그런 면에서 해외투자에 대한 관심도 높지만 정보 취득에 한계가 있다는 우려도 있다
▲ 그렇다면 한국이라고 다 알고 투자하는지 되묻고 싶다. 특출난 주식 선별 능력은 소수의 사람들만 갖고 있다. 나도 없다. 구조적 성장주 선별을 강조하지만 그런 것은 없다. 있다면 누구나 그 종목을 사지 않겠는가. 기업의 가장 중요한 성장 요소를 파악하고 그 성장기를 함께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상품 조합을 통해 최대한 리스크를 줄여나간다. 그게 누적되면 성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라면 해외 투자 비중이 반 이상은 돼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투자에서 차지하는 해외 비중은 불과 20% 안팎이다. 일종의 홈바이어스(Home Bias·익숙한 것을 선호하는 심리)다.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데 있어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다.

 

 

- 투자에도 인공지능(AI)과 같은 신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 금융업계가 새 기술들을 받아들이고 있는 단계다. 혁신 소용돌이에 잘못 휩싸이면 존재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다. 과거 100년과 향후 10년은 상당히 다를 수 있다. 기술을 주도할 수 없다면 적어도 그 기술을 활용할 수는 있어야 한다.

하지만 투자는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다. 투자는 제로섬 게임이다. 기계끼리 해도 누구는 얻고 누구는 잃는다. 상시적 의사결정이 필요한 비즈니스다. 의사결정을 내리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건 결국 사람이다. 투자업은 기계에 지배당할 정도로 단순하지 않다.

- 각종 간담회를 진행할 때 매니저 소개에 공을 들이는 것도 이 때문인가
▲ 그렇다. 상품을 판매할 때 상품을 제조한 사람이 누군지 알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펀드를 관리하는 사람이 어떤 자격을 갖추고 있고 그것을 성과로 창출해낼 수 있는지 지켜봐야 한다. 전문성을 평가하기 위해 다양한 접근 방법으로 질문하는 것도 중요하다. 협업도 빠뜨릴 수 없는 요소다. 관리자가 속한 집단도 잘 분석해봐야 한다.

- 개인적으로 기울이는 노력이 있다면
▲ 최근 공인대체투자분석가 자격증(CAIA)을 땄다. 현업 중에 틈틈히 공부했다. 직접 관여하진 않지만 비즈니스를 하는 데 있어 필요한 지식이기 때문이다. 오랜기간 일을 하면 기량이 늘기도 하지만 마모도 된다. 지속적으로 공부해 습관을 내재화해야 한다. 직원들과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 향후 목표
▲ 1 더하기 1은 3 혹은 4가 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윈윈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경쟁은 상대방을 넘어뜨려야 이기는 제로섬이지만 협력하면 전체 파이 크기를 늘릴 수 있다. 비즈니스는 정체하면 쇠퇴한다. 모건스탠리에서 일할 때 친구 한 명이 "한국 사람보다 똑똑한 사람들은 전세계에 많이 있지만 한국 사람만큼 의지가 강한 사람들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윈윈 로직'으로 바꿔나가는 작업은 물론 쉽지 않겠지만 전환되기만 한다면 대단한 에너지가 발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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