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대 자산운용사에 속하는 더캐피탈그룹이 현대차 지분을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다. 지난해 직전 고점 부근에서 지분 규모를 5% 이상으로 늘렸지만 최근 주가가 크게 내리면서 고전하는 분위기다. 반면, 지난 9월 SK하이닉스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한 후 보유지분을 계속 늘리면서 반도체주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더캐피탈그룹은 지난 6일 지분 변동 보고에서 현대차 보유 지분이 7.3%에서 6.98%로 낮아졌다고 공시했다.
더캐피탈그룹은 피델리티, 뱅가드 등과 함께 미국의 3대 자산운용사로 꼽힌다. 1조6000억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운용 중으로 글로벌 자산운용사 가운데 7번째로 운용 자산 규모가 많다. 한국 주식 투자도 활발해 현대자동차, 하나금융지주, 현대중공업 등 국내 주요 상장사 지분을 5% 이상 보유 중이다.
더캐피탈그룹은 지난해 3월 처음으로 현대차 지분을 5% 이상으로 늘린 후 1년 새 7.4%까지 지분율을 높였다. 그러면서 한때 국민연금(8.44%)과 지분 격차가 1포인트 가까이 좁혀지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6월 이후 지분을 계속 줄여나가면서 7% 미만으로 낮아졌다.
더캐피탈그룹이 현대차 지분을 5% 이상으로 높인 시점은 3월 중순이었다. 당시 10만원대 중반을 호가했던 주가는 지난 6일 현재 10만원 대로 떨어진 상태다. 5% 이상 지분 공시 이후는 큰 재미를 보지 못한 셈이다. 실제 현대차는 지난 3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어닝 쇼크를 기록하며 주가도 부진을 거듭 중이다.
현대차 지분 감소와 대조적으로 더캐피탈그룹은 SK하이닉스 지분은 5.05%에서 6.07%로 높였다고 밝혔다. 지난 9월 처음으로 SK하이닉스의 5% 이상 주주로 이름을 올린 뒤 추가로 지분을 늘린 것이다.
더캐피탈그룹이 SK하이닉스 지분율을 높이면서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긍정적인 관측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캐피탈그룹은 지난해 5월 삼성전자 지분을 5% 이상 늘렸다 넉 달여 뒤 다시 5% 미만으로 지분율을 낮춘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6조47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상회했다. 최근 주가 급락으로 지난달 SK하이닉스도 예외 없이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저평가됐다는 분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고점 논란이 지속되고 내년 D램 가격 하락이 전망되는 가운데서도 SK하이닉스의 중장기 수요 기대와 함께 상승 여력을 높게 보고 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달 26일 6만2900원까지 밀린 후 최근 다시 7만원대로 되올라왔다.
최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실적이 기대치를 웃돌고 있다"며 "우려와 달리 현재의 높아진 수익성이 1~2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IBK투자증권은 "분기별 가격하락이 발생할 수 있는 구간이지만 시장 몰락이나 영업이익 급락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메모리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공급 증가는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