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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쩐의전쟁]①사활 건 '덩치 싸움'

  • 2019.06.03(월) 10:00

신한금투 증자 통해 자기자본 4조원대 합류
대형사부터 중형사까지 몸집 불리기 가속화

증권가의 자기자본 확대 경쟁이 지속되고 있다. 마치 레이스를 펼치듯 덩치를 키우는 것은 주력 사업이 기존 브로커리지(위탁매매)에서 벗어나 자본력에 기반을 둔 투자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목표로 초대형 IB를 육성하는 것도 덩치 싸움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본력이 강한 대형사를 중심으로 자금이 쏠리는, 돈이 돈을 버는 현상은 불가피하다. 증권가 자기자본 확충 현황을 짚어보고 배경과 명암을 살펴본다. [편집자]

'자기자본 4조 달성으로 대한민국 대표 초대형 IB로 도약하겠습니다!'

여의도 증권가에 위치한 신한금융투자(이하 신금투) 본사에 최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지난달 10일 6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추진 계획을 밝히면서 자기자본을 4조원대로 불린다는 계획을 대내외로 공표한 것이다.

지난 2017년 옛 대우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자기자본 6조6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투자은행(IB) 미래에셋대우로 처음 출범한 이후 증권가에서는 몸집 불리기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NH투자·삼성·KB·한국투자증권 등 5개사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IB로 시장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중·대형사로 분류되던 신금투 등이 덩치 싸움 제2막을 예고하면서 경쟁 열기는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신금투, '초대형 IB' 등극

신금투는 오는 8월 66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할 예정이다. 신한금융지주가 증자 이후 사업계획에 대해 보다 상세한 내용을 요구하면서 본래 예정했던 이번 달에서 8월로 일정이 지연됐다.

신금투가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선 것은 지난 2016년 7월 5000억원 출자 이후 3년 만이다. 당시 신금투는 자본 확충으로 자기자본을 2조원대에서 3조원 이상으로 확대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즉 대형 투자은행(IB) 라이센스를 획득한 바 있다.

신금투의 이번 증자가 예정대로 마무리되면 자기자본은 3조3600억원에서 4조200억원으로 불어난다. 증권사 자기자본 규모가 4조원을 넘으면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아 발행어음 사업을 할 수 있다. 자기자본 4조원이 초대형 IB 최소 요건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발행어음은 영업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회사 신용을 바탕으로 일반 투자자들에게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 단기 금융상품이다. 자기자본의 두 배까지 발행할 수 있다. 기업대출이나 비상장사 지분투자, 부동산 금융 등에 쓸 수 있다. 위탁매매와 단순중개 등 영역이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낮아지는 상황 속에서 외연 확장을 모색하는 증권사에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현재까지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초대형 IB 가운데서도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그리고 최근 인가를 새로 받은 KB증권 등 3곳이다. 신한금투가 이번 증자로 초대형 IB 반열에 오르고 잇따라 발행어음 인가까지 받게 되면 이 시장은 4파전 양상을 띠게 된다.

중소형사도 '덩치 불리기' 경쟁 가세

업계 내 자본 확충 경쟁은 숨가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대형사 뿐만 아니라 중형사들도 가세하면서 경쟁은 갈수록 가속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2017년 합병법인 출범으로 몸집을 키운 이후 작년 초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7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8조원대로 끌어올렸다. 8조원 이상 자기자본 규모는 증권업계 최초이자 최대 규모다.

NH투자증권은 2014년 우리투자증권과 합병 이후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자기자본을 꾸준히 늘려 현재 5조원 규모를 넘어선 상황. 미래에셋대우에 이어 자기자본 기준 업계 2위를 견지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삼성증권과, KB증권, 한국투자증권은 4조원대 중반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증권이 4조6000억원을 넘어섰고 KB증권이 4조4900억원 가까이, 한국투자증권이 4조300억원대까지 자기자본을 늘렸다.

이들 5대 대형증권사에 이어 신한금융투자와 메리츠종금증권, 하나금융투자가 3조원대에서 자기자본 경쟁을 벌였으나 신한금융투자가 치고 나오는 양상이 됐다.

3조원대 증권사 행보 '주목'…'양극화' 뚜렷

신금투의 증자로 자기자본 3조원대인 메리츠종금증권과 하나금융투자의 향후 행보에도 눈길이 쏠린다. 메리츠종금은 후순위채 발행 등을 통해 꾸준히 자본 여력을 확충해왔다. 현재 자기자본이 3조3724억원 규모다. 내년 종금 라이선스 만료를 앞두고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한다면 종국에 이르러 4조원대 초대형 IB 등극을 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금투와 비슷한 체급의 하나금융투자도 자기자본 확충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최근 KB증권이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데다 경쟁사인 신금투가 증자 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하나금투로의 증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3월 말 기준 하나금투의 자기자본 규모는 3조2918억원이다.

업계 상위 증권사와 규모 면에서 차이가 나지만 키움증권도 몸집 불리기에 여념이 없다. 지난해 초 신금투 등을 대상으로 3자배정 방식의 3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해 지난 3월 말 자기자본 규모를 2조원(1조9677억원)대에 가깝게 끌어올렸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2월 한화자산운용을 대상으로 3자배정 방식의 1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키로 했다. 지난 3월말 기준 자기자본 9737억원의 한화투자증권은 자본확충을 통해 1조원 이상 중대형사로 발돋움할 전망이다.

한편 증권사 간 실적도 극과 극으로 나눠지고 있는 분위기다. 자기자본 1조원 이상 증권사 중 한국투자증권이 올 1분기 별도 순익 2200여억원을 벌어들이며 1위를 기록했는데 11위 유안타증권은 이 실적의 10분의 1 수준인 230억원을 내는 데 그쳤다. ☞참고기사: [증권 리그테이블]어벤져스 뺨치는 '신기록의 향연'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등 업계 최상위권 임직원 수는 전체의 5분의 1 규모에 달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증권사들이 몸집 늘리기에 여념이 없어 자본 확충 여력이 없는 증권사는 처지기 마련"이라며 "부익부빈익빈이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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