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최대 실적의 향연. 올 1분기 대형 증권사들의 실적 트렌드를 논하는 데는 긴 말이 필요 없었다.
작년 하반기 크게 위축됐던 증시 환경이 올 들어 회복된데다 투자 역량이 강화되면서 대부분 증권사들이 1분기(1~3월) 기대 이상의 호실적을 거뒀다. 대형사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이 작년 연간 실적의 절반치에 해당하는 2200억원의 분기 순이익을 달성, 괴력을 발휘해 이목을 모았다.
기업금융(IB)을 비롯해 모든 분야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NH투자증권이 '사상최대'를 기록하며 저력을 보였으며 자기자본 업계 1위 미래에셋대우는 해외 사업이 모처럼 힘을 받으면서 시장 눈높이를 웃도는 성적을 기록했다.
'돌풍의 주역' 메리츠종금증권이 지칠 줄 모르는 성장세를 이어갔으며, 키움증권은 한해 벌이에 육박한 1600억원 규모의 순이익을 내면서 대형사로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자기자본 1조원 이상 대부분 대형사들이 '어닝 서프라이즈'로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신기록이 속출하면서 올 1분기에는 다른 업종에 비해 증권이 유독 두각을 발휘한 시기이기도 했다.
◇한국투자증권, 괴력 발휘 '업계 최고'
한국투자증권은 2200억원에 육박하는 분기 순이익을 달성하며 사상 최대 실적은 물론 증권 업계를 통틀어 역대급 성적을 기록했다. 대형사 가운데 한정된 자본으로 가장 도드라진 수익 창출 능력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면서 대표 회사로서 입지를 강화했다.
올 1분기 연결 순이익은 전분기(874억원)보다 두배 이상, 전년동기(1513억원)에 비해선 600억원 가량 증가한 2186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이 2000억원을 돌파한 것은 처음이며 2200억원대 분기 실적을 달성한 것은 증권 업종을 통틀어서도 처음 있는 일이다.
법인세 비용을 걷어낸 세전 순이익은 무려 3002억원. 역시 역대 최대이자 다른 증권사 실적을 압도하는 수치다. 이로써 한국투자증권은 작년 1분기 경쟁사인 미래에셋대우의 순이익(2007억원)에 약 500억원 차이로 아쉽게 1등 자리를 뺏겼으나 지난해 연간 순이익으로 1등, 올 1분기 성적으로도 또 한번 1등 자리를 꿰차면서 이름값을 했다.
초대형 IB에서 연결 기준 자기자본이익률(ROE)로도 20%에 육박한 19.6%를 기록하며 업계 1등 자리를 지켰다. 올 1분기 순이익은 작년 한해 벌이(4983억원)의 거의 절반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초대형 IB로서 자체 경쟁력 뿐만 아니라 다양한 계열사들이 힘을 내고 있으며 발행어음 사업이 순항하고 있어 당분간 성장세가 계속될 전망이다.
◇ '어깨 펴는' NH투자증권, 도드라진 성장
한동안 잠잠하던 NH투자증권도 마음껏 기지개를 폈다. IB를 중심으로 대부분 사업이 선전하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1분기 순이익은 전분기(116억원)보다 15배 불어난 1716억원으로 대형사 가운데 가장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1283억원)에 비해서도 400억원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이로써 작년 1분기를 정점으로 3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던 순이익은 4분기만에 급반등했다. 영업이익 역시 237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4배 가량 급증하면서 덩치값을 제대로 했다. 정상 궤도를 찾았다기 보다 역대급 성적으로 질주를 준비하는 모양새다.
이로써 NH투자증권은 올 1분기 순이익 랭킹 2위를 차지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NH투자증권도 홍콩 등 해외법인의 수익이 확대되면서 세계 영토로 사업 확대의 발판을 다지고 있다. 해외채권 중개금액이 확대되고 홍콩 IB의 수익이 확대되면서 홍콩법인은 세전 이익 106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 미래에셋대우 해외 성적 '好好'
자기자본 1위 미래에셋대우는 증시 반등으로 트레이딩 부문이 살아나면서 1700억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달성했다. 직전 분기(269억원)에 비해 무려 6배 급증한 수치다.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작년 1분기(2007억원)에 비해선 다소 뒷걸음질했으나 법인세를 제외한 세전 순이익(2247억원)은 지난 2016년 대우증권과 합병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박현주 회장이 야심차게 키우고 있는 해외 사업이 본격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성장성을 기대해 볼 만하다.
1분기 해외법인의 세전순이익은 428억원으로 전분기보다 4배 가량 '점프'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미래에셋대우는 홍콩과 미국 등 세계 10개국에 진출해 IB와 트레이딩 등 각국에 맞는 사업을 공략하고 있다.
◇ 키움증권, 현기증 나는 성장세
키움증권만큼 드라마틱한 성장세를 기록한 곳이 없다. 1600억원에 달하는 사상최대 순이익을 내면서 '대형사 탑(tpo) 5'로 진입했다. 작년 하반기 증시 거래대금 위축 등의 여파로 4분기 220억원의 순손실에서 1분기만에 흑자전환했다. 전년 동기(874억원)에 비해서도 두배 가량 순이익이 급증했고, 지난해 연간 실적(1932억원)에 맞먹는 적지 않은 성과를 달성했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 랭킹으로 업계 10위에 간신히 들어왔던 키움이 맞나 싶을 정도다. 올 들어 증시 거래대금이 확대되면서 자기자본(PI) 투자 손익이 껑충 뛰면서 전체 실적을 개선했다.
키움증권의 성적은 다른 대형 증권사에 비해 뒤지지 않으며 오히려 상당수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전통적 강자인 삼성증권과 KB증권 등을 앞질렀다는 점에서도 눈길이 간다.
◇ '쉼없는 질주' 메리츠종금증권
입을 다물 수 없다. 메리츠종금증권 실적 추이를 보면 증시 업황이 좋건 나쁘건 상관없이 견조하게 전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혀를 내두를 정도다.
올 1분기 순이익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던 전분기(1142억원)보다 24% 늘어난 1413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지난해 1분기에 순이익 1000억원을 돌파한 이후 5분기 연속 1000억원대 이상을 달성하는 등 매서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 1분기 성적은 시장 눈높이(FN가이드 집계 추정치 1017억원)를 웃도는 결과이기도 하다. 증권가에선 작년 4분기 대형사 가운데 유일하게 전분기 대비 두자릿수의 순이익 증가율로 날아올랐던 메리츠종금증권이 올 1분기에 쉬어갈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쉼없는 성장세가 지속된 것이다.
역대급 실적임에도 1분기 순이익 랭킹은 5위에 그쳤다. 강자인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이 기대 이상으로 잘했고 키움증권까지 치고 올라왔기 때문이다. 대형사를 비롯해 중소형 증권사들도 증시 반등에 힘입어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올 한해 예측하기 힘들 정도의 레이스가 펼쳐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