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자본시장법 시행과 2016년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IB) 육성정책은 국내 증권업계 자기자본 규모를 눈에 띄게 늘리는 촉매 역할을 했다.
초대형 IB 제도와 순자본비율 규제 등 일련의 제도적 조치로 증권회사는 빠른 속도로 자기자본 크기를 늘려왔고 새로운 먹거리를 하나둘씩 늘려가고 있다.
◇ 자본시장법이 자기자본 확대 물꼬
29일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포커스 2018-04호' 자료에 따르면 5대 대형 증권회사의 평균 자기자본 규모는 2008년 2조3000억원에 못 미쳤지만 지난해 말 기준 5조3000억원대로 뛰어올랐다.
2009년 자본시장법 제정 자체가 목적만큼 큰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했으나 증권회사 자본 확대와 IB 업무에 대한 물꼬를 텄음에는 분명하다.
자본시장법 자체가 증권회사가 기존 위탁매매 중심의 수익구조에서 벗어나 IB와 자기매매 등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충분한 자기자본의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전제하에 출발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자본시장법 제정에 따라 자본력 확대에 따른 회사채, 국공채 시장 참여 확대와 인수주선, 인수합병(M&A) 자문 참여 등이 가능해졌다. 또 지급보증 업무를 재허용하면서 증권업계 채무보증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한아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국내 증권업 채무보증은 자본시장법 제정 이후 급증해 2018년 9월 말 기준 33조원으로 2010년 대비 약 5.2배 성장했고, 증권업 M&A 자문 순영업수익도 일부 증권사가 자본력을 확대해 참여함으로써 2005년 204억원에서 2018년 1429억원까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물론 법 제정이 기대했던 것만큼의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음에는 업계가 동의하는 바다. 하지만 금융투자회사 업무 영역이 확대됐고 대형화에 따른 규모의 경제 실현이 가능해진 것만은 확실하다.
◇ 초대형 IB 육성책에 3조원 이상 8개사
본격적인 증권업계 쩐의 전쟁은 2016년부터 시작됐다. 금융당국이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초대형 IB 육성정책을 발표하면서다.
증권사의 대형화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목표로 자기자본 규모를 3조원, 4조원, 8조원 이상 등 3단계로 분류하고 신규 업무를 허용해주기로 하면서 증권회사들이 앞다퉈 자본 확충에 나섰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이 되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초대형 IB)로서 전담중개 및 기업신용공여 업무를 할 수 있다. 현재 하나금융투자, 메리츠종합금융투자를 포함해 8개 증권회사가 초대형 IB 요건을 충족했다.
여기에서 자기자본 규모가 4조원을 넘어서면 단기금융업 인가도 가능하다. 현재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3개 증권사가 인가를 받아 발행어음 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초대형 IB의 꽃으로 불리는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영업자금 조달을 위해 자체 신용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미만의 어음이다. 자기자본의 두 배까지 발행할 수 있고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기업 대출을 비롯해 다양한 영업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어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자기자본 4조원을 넘은 증권사들이 상황에 맞춰 인가를 준비하고 있다.
자기자본이 8조원을 넘어서면 종합투자계좌(IMA) 업무까지 가능하다. IMA는 고객 예탁 자금을 통합해 기업 신용공여 등 기업금융 관련 자산 등에 운용할 수 있어 운용 역량에 따라 잠재력이 높은 사업이다. 현재 미래에셋대우만이 8조원을 넘어섰고 특별한 인가 없이 IMA 업무를 할 수 있다.
조성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증권업계가 위탁매매 중심의 수익구조에서 벗어나 IB 경쟁력을 키기 위해서는 충분한 자본의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자본시장법 제정과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 순자본비율 규제 등의 일련의 제도적 조치들과 함께 증권회사 자기자본이 급속도로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당시 정부가 내놓은 자본시장법 제정 필요성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은행 대비 자본 시장의 자금 중개 기능이 부진하고 자본시장 관련 산업인 금융투자업의 발전이 미흡하며 관련 법제도의 문제점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