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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주주에도 급이 있다고요?

  • 2019.12.02(월) 15:34

"대주주 중심 상폐 제도, 소액주주 목소리 들어야"

상장기업의 주인은 누구일까. 당연히 주주다. 하지만 주주라고 다 같은 주주는 아니다. 월등한 지분율을 가진 대주주를 가리켜 오너(소유주)라고 부른다. 기업에서 대주주의 역할은 가히 절대적이다. 오랜기간 자본시장도 대주주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 자진상장폐지 제도도 그 중 하나로 꼽히는데 최근에도 비슷한 사례가 나오며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달 27일 한화갤러리아는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이하 한화타임월드) 주식의 공개매수 공고를 냈다. 한화타임월드 지분을 추가 취득해 완전자회사로 만든 뒤 자진상장폐지를 추진하기 위해서다. 한화갤러리아는 한화타임월드의 최대주주(69.45%)다.

공개매수 기간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3일까지다. 시장에 흩어져 있는 보통주와 신주인수권증권 전량을 사들여 지분율을 98.30%까지 끌어올리면 자사주 1.70%를 포함해 발행 주식 전량을 보유하게 된다. 자진상폐를 추진하려면 자사주를 제외한 발행주식의 95%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문제는 가격이다. 매수자는 지분을 싼값에 사고 싶어 하는 반면, 매도자는 비싸게 팔고 싶어 하기 마련이다. 한화갤러리아 측은 최근 주가 흐름을 반영해 보통주 1주 매수가로 2만6000원을 상정했다. 신주인수권증권은 1주당 892원으로 책정했다.

대부분 소액주주는 매수자가 내놓은 가격에 주식을 판다. 매수가가 미덥지 않다는 이유로 남아 있다가는 자칫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폐가 확정되기라도 한다면 향후 주식 매매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한화타임월드 주가는 올 4월 중순 4만원대까지 올랐다가 26일 2만21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현대차증권은 "내년 수익예상 기준 PER과 PBR은 각각 6.6배, 0.7배 수준으로 밸류에이션 매력이 양호하다"며 목표주가를 2만8000원(매수)로 설정했다.

소액주주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주가 반등 가능성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주식을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대주주 손을 들어줬다. 이사회 의사록에 나머지 주주 입장을 고려했다는 기록은 없다.

일각에서는 자진상폐 제도 자체가 지나치게 오너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과를 나눠 먹는데 대주주가 먼저 먹고 나머지를 소액주주에게 넘겨주는 꼴"이라며 "국내 자본시장의 대표적 사각지대"라고 지적했다.

자진상폐 제도를 꼬집는 목소리는 예전부터 꾸준히 나왔다. 2012년 코원에너지서비스와 2016년 태림페이퍼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옛 한국타이어) 계열의 한국아트라스BX도 2016년 자진상폐를 추진했지만 소액주주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뭐가 문제냐고 되물을 수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 시스템을 대표하는 영국과 미국 두 나라에서조차 대주주 중심의 의사결정으로 소액주주 이익이 침해됐다고 판단될 경우 소액주주들이 이사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절차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한국거래소 측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거래소는 지난 4월 말 대주주가 회삿돈을 이용해 자진상폐를 추진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규정을 개정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도록 하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소액주주 목소리를 듣는 게 기업이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방해가 된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단타에 주력하는 개인이 많은 까닭이다. 하지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가 있고 없고는 하늘과 땅 차이다. 속도보다 질이 중요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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