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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증시 폭락 때 그들은 '승계'를 했다

  • 2020.07.01(수) 14:29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기업지배구조 리뷰 연구논단
주가 떨어지자 장내매수·주식증여 봇물…상당비용 절감
주식 증여˙상장주식 매도서 제도적 허점…개선 요구돼

지난 상반기 코로나19 여파로 증시가 급락하는 사이 저렴해진 주가를 활용, 그룹 지배권 승계 작업이 활발하게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장내매수를 통한 승계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상장주식 증여나 매매를 통한 승계의 경우 제도적 허점이 노출된 만큼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기업지배구조 리뷰 연구 논단에서 김우찬 고려대학교 교수는 이 같은 분석을 내놨다. 김 교수는 코로나 폭락장에서 나타난 승계 유형으로 주식 장내매수, 상장주식 증여, 상장주식 매매, 합병을 통한 지배권 승계 사례를 제시했다.

◇ 3,4세 지분, 장내 매수 통해 크게 늘어

가장 광범위하게 일어난 사례는 장내 매수를 통한 지배권 승계로 증시 급락으로 크게 낮아진 주식 가격으로 승계를 위해 필요한 주식을 늘리면서 증여세 절감 효과를 거둔 경우다.

이를테면 적정한 가격이 100억원이던 주식이 50억원으로 떨어졌다면 100억원의 현금을 증여받아 50억원을 증여세로 납부하고 나머지 50억원으로 하락한 주식을 매수해 증여세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실제 지난 3월 2일부터 4월 24일 사이 롯데, GS, 한국투자금융, 동국제강 지배주주들이 장내매수에 나섰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의 경우 3월 23, 24일 이틀간 26만3000주를 사들여 지분이 0.427%포인트 늘어났다. 당시 종가는 23일 3만2000원, 24일 3만8450원으로 2월 19일 종가가 6만8300원임을 고려하면 약 92억원의 이익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김우찬 교수는 다만 총수의 장내 매입은 지배권 승계 자체보다는 그룹에 대한 지배권 강화가 목적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승계 목적을 위해 그룹 지배권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총수 자녀들의 장내 매수도 활발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그룹 수석부회장은 3월 19일부터 25일까지 그룹 핵심 계열회사인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주식을 각각 58만1333주와 30만3759주 매수해 지분율을 각각 0.210% 포인트와 0.319% 포인트 높이면서 576억원의 이득을 얻은 것으로 분석됐다.

GS그룹 4세들 또한 싼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했다. 동화약품과 샘표 4세, 대신증권과 유화증권 3세들도 같은 기간 지분이 늘어났다.

지배주주 일가의 미성년자들의 장내매수도 다수 목격됐다. LS그룹의 경우 2003년생인 구소영씨와 2004년생 구다영씨가 LS와 예스코홀딩스 지분을 장내매수했다.

◇ 주가 떨어지자 기존 증여 취소하고 재증여

코로나 폭락장에서 상장주식 증여도 활발했다. 실제 3,4월 사이 상당수의 증여가 이뤄졌는데 아세아(4.56%), SPC삼립(4.64%), 이연제약(13.26%), 이라이콤(9.85%), 세중(9.04%)이 상당한 지분을 증여했다.

SPC삼립의 허진수 부사장의 경우 16억원가량의 증여세를 절감해 가장 큰 규모의 경제적 이득을 얻었다. 증여금액 대비 증여세 절감 비중이 가장 큰 곳은 이라이콤 김중헌 대표의 자녀들로 21.4%로 가장 높았다.

CJ의 경우 코로나 사태 이전인 지난해 12월에 증여가 이뤄졌지만 주가 폭락으로 기존 증여를 취소하고 재증여했다. 이재현 회장은 2019년 12월 9일 장녀 이경후 CJENM 상무와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에게 CJ 신형우선주 (2029년 보통주로 전환)를 각각 92만668주씩 증여했으나 주가가 폭락한 3월말 증여를 취소했고 4월1일 같은 주식 수만큼 증여를 해 평가액을 낮췄다. 이를 통해 절감한 증여세 금액은 115억원에 달한다.

◇ 핵심계열사 주식, 자녀 소유 회사에 헐값에 넘겨

총수인 아버지가 핵심계열사 주식을 자녀가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에 매각한 사례도 있다.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은 3월 23일과 4월 20일 다우데이타 주식 94만주와 130만 주를 시간외 매매로 계열사인 이머니에 팔았는데 발행주식수 대비 5.85%에 해당한다.
 
표면 상으로는 다우데이타 주식이 가격이 2월 19일 8090원에서 3월 23일 5290원, 4월 20일에는 7650원으로 크게 낮아지면서 김 회장이 헐값에 손해를 보고 판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머니가 김 회장 자녀들이 100% 지분을 소유한 회사란 점에서 결코 손해가 아니란 분석이다. 김우찬 교수는 "다우데이타는 사실상 다우키움그룹 지주사"라며 "다우데이터 주가가 폭락한 시점에서 아버지가 손해를 본 만큼 자녀들이 동일한 금액의 이익을 봤기 때문에 증여 효과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다우데이타는 사실상 다우키움그룹의 지주회사며 다우기술 주식 42.48%를 소유하고 있고, 다우기술은 그룹 내 핵심계열회사인 키움증권 주식 47.7%를 소유하고 있다.

2월 19일 주가와 매입시점 주가를 비교할 때 자녀들이 37억8000만원의 이익을 봤고 동일 주식을 증여할 경우 발생하는 18억원의 증여세를 절감한 효과도 있다. 또한 주가가 낮아지면서 김 회장 입장에선 양도소득세도 절감했다는 설명이다.

◇ 장내매수는 긍정적 부분 있어…그 외 제도 보완 필요

증시 급락에서 장내 매수를 통해 총수 자녀들이 주식을 늘리는 것에 대해 김우찬 교수는 지분 매입이 총수 일가의 현금흐름을 높여 부당내부거래 유인을 낮추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이들의 지분 매입은 현재 주가가 최저점에 이르렀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어 주가 부양 효과가 있고 책임 경영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주식 매수는 적법한 절세전략일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다른 주주들에게 주는 피해도 없다"며 "주식을 계속 보유하지 않고 헐값에 매각한 기존 주주가 손해를 봤지만 본인 의사에 의해 자발적으로 매각한 것이므로 피해자라고까지 볼 수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장내 매수와 달리 상장주식 증여를 통한 지배권 승계의 경우 증여재산의 수준이 동일하다면 증여세 부담도 동일해야 하는 공평과세 원칙에 위배되는 만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를테면 증여대상 상장주식의 평가액의 산출 시점을 좀 더 광범위하게 늘리거나 기존 증여 취소 시 3개월 이내에는 증여를 못하게 하는 등 제한을 둘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상장주식 매매를 통한 승계 또한 "통상 특수관계인 간에 재산을 시가와 다른 가격으로 양도하고 기준금액이 일정액 이상이면 법에 따라 증여세를 부과하지만 상장주식은 포함되지 않는다"며 "상장주식 거래는 시가로 이뤄지기 때문인데 문제는 시가 자체가 본질가치로부터 괴리될 수 있는 부분을 간과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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