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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 든 판매사'…라임 펀드 100% 배상 그 이후는?

  • 2020.08.28(금) 11:59

우리·하나은행·미래·신한금투 투자금 전액 배상 수용
당국압박에 굴복…다른 펀드사고 악용될까 업계 우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미래에셋대우, 신한금융투자 등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 판매사 4곳 모두가 투자자들에게 '투자금 전액'을 돌려주라는 금융감독원의 권고를 받아들였다. 펀드 관련 분쟁 조정에서 100% 배상이 이뤄지는 건 사상 처음이다.

잇따른 사모펀드 사고를 둘러싼 여론 악화와 금융당국의 거센 압박에 금융회사들이 백기를 들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금융권에선 투자자 과실 여부를 전혀 따지지 않고 판매사들에게 모든 책임을 지게 했다는 점에서 향후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27일 라임 무역금융펀드 판매사 4곳은 일제히 이사회를 열고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권고한 전액 배상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판매사가 투자자에게 배상해야 할 금액은 우리은행이 650억원으로 가장 많고 신한금융투자 425억원, 하나은행 364억원, 미래에셋대우 91억원이다. 자율 조정을 실시하기로 하면서 분쟁 조정 대상에서 제외된 신영증권(81억원)까지 포함하면 배상액은 총 1611억원에 달한다.

판매사들은 고객 보호를 최우선으로 두고 심사숙고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과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이번 사태의 핵심 당사자인 라임운용과 신한금융투자에 대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통한 구상권 행사 의사를 밝혔다.

라임운용과 공범으로 지목된 신한금융투자는 분조위 결정은 받아들이면서도 PBS본부와 관련해 자사에 책임을 물은 부분 등은 수용할 수 없다는 의사를 명확히 했다.

금감원은 지난 6월 말 분조위를 열어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라임 무역금융펀드 분쟁 조정 신청 4건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결정하고, 펀드 판매사가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하도록 결정했다.

금감원 분조위에서 결정된 배상 비율이 통상 20~50% 수준임을 고려하면 이번 결정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핵심 정보를 허위‧부실 기재한 운용사 투자제안서를 판매사가 그대로 투자자에게 설명해 착오를 유발한 만큼 책임이 크다고 본 것이다.

판매사들은 사상 초유의 100% 배상 조정안을 두고 장고를 거듭했다. 책임 소재를 명확히 따지지 않은 상황에서 조정안을 받아들일 경우 불법, 불완전판매를 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 되고 고객과 주주들로부터 배임과 주주가치 훼손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에 당초 지난달 27일로 예정된 조정안 수용 결정 시한이 판매사들의 요청으로 한 달 연기되기도 했다.

판매사들로선 뒤이은 사모펀드 사고로 자사를 둘러싼 여론이 급격히 나빠지고 금융당국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분조위 조정안을 거부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특히 이번 사태를 서둘러 봉합하려는 당국의 압박이 결정적이었다.

수용 시한을 이틀 앞둔 지난 25일에는 윤석헌 금감원장이 조정안 수용 여부를 금융회사 경영실태 평가 결과에 반영하겠다고 언급하면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금감원 수장까지 직접 나서 으름장을 놓으면서 판매사들에는 더 이상 권고가 아닌 명령으로 받아들여졌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은 판매사들의 '100% 배상안' 수용 결정이 향후 다른 펀드 사고에도 무조건적으로 적용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문턱이 높아 '그들만의 리그'로 불리는 사모펀드 사고와 관련해서도 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 판매사에게 모든 책임을 물은만큼 일반적인 펀드 사고에는 더 광범위하게 적용돼 자칫 악용될 소지도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당장 무역금융펀드 외 라임운용의 다른 펀드나 옵티머스 펀드, 디스커버리펀드, 팝펀딩 펀드 등 환매가 중단돼 분쟁 소지가 있는 펀드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로 펀드 판매가 위축될 가능성도 제기한다. 조보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금 전액 반환 권고 및 결정은 금융투자상품 분쟁 조정 사상 첫 케이스로 향후 은행권의 펀드 판매 위축을 야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 2017~2019년 대형 은행지주사 순영업수익에서 4~8%였던 판매수수료 비중이 올 상반기에 3~6%로 위축됐다. 조 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단기간 내 의미 있는 개선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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