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그룹이 한숨 돌렸다. 라임 CI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신한은행과 신한지주가 중징계를 피한 데 이어 진옥동 신한은행장도 징계 수위가 낮아지면서 경징계에 그쳤기 때문이다.
다만 이례적으로 금융지주 차원에서 제재를 받으면서 과제도 남겼다. 특히 선진적으로 도입한 매트릭스 조직에 발목을 잡혔다.
금융감독원은 신한지주가 매트릭스 조직을 도입해 자산관리(WM) 부문을 운영하면서 내부통제 에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은행과 증권 간 협의를 통해 공동영업 대상에서 제외했는데 WM사업부문장의 결정으로 번복되거나, 기존에 대상에 없던 상품을 판매하면서 사후적으로 사태를 더 악화시켰다는 판단이다.
금감원은 지난 22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라임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진옥동 행장은 '주의적 경고', 조용병 회장은 '주의'로 조치했다. 사전에 통보했던 '문책 경고'와 '주의적 경고'에서 각각 한 단계씩 낮아지면서 경징계에 그쳤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신한은행에 투자원금의 최대 80%를 배상하라고 권고했고, 신한은행이 발빠르게 이를 수용하면 제재 수위를 낮추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신한금융 입장에선 최선의 결과를 얻었다. 다만 신한은행과 함께 신한지주 차원에서 함께 제재를 받으면서 부담을 안게 됐다. 제재심은 앞서 신한지주에 대해 '기관주의' 조치를 내렸다. 이 역시 기존에 통보했던 '기관경고'보다 낮은 경징계로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실제 펀드를 판매한 신한은행에 대해선 과태료 부과와 업무의 일부정지 3개월 제재를 결정했다.
◇ 불완전판매 외에 지배구조법 위반도 쟁점
같은 건으로 제재를 받은 우리은행과 비교하면 쟁점이 조금 달랐다. 우리은행은 펀드 불완전판매와 이에 따른 자본시장법 위반이 핵심이라면, 신한은행과 신한지주는 불완전판매 외에도 은행과 증권을 아우르는 지주 차원의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소홀에 따른 지배구조법 위반도 쟁점이 됐다.
금감원 조치안을 보면 신한금융이 매트릭스 조직을 도입해 자회사 공통사업 영역에 대해 지주 차원의 관리·통제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매트릭스 조직은 금융지주 계열사 간 공통사업을 하나로 묶어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은행과 증권 등 계열사 단위의 조직 체계와 별도로 WM이나 기업금융(IB) 등 사업부문별로 책임자를 두고 총괄하는 방식이다.
신한지주는 2017년 8월부터 지주 회장 주관으로 매트릭스 회의를 신설해 매월 운영했고, 지주 경영진인 WM사업부문장이 은행과 증권의 임원을 겸직하도록해 WM사업을 총괄토록 했다. WM사업부문에 소속된 자회사의 매월 성과와 주요 현안은 부문장이 지주 회장에게 직접 보고했다.
원활한 운영을 위해 WM부문장의 성과평가 비중도 70%까지 확대하면서 은행 평가에 연동되지 않고 WM부문에 대해 독립적으로 평가하는 성과평가 체계를 구축했다.
금감원은 신한지주가 WM사업부문장이 WM사업 전반을 관장하도록 하면서도 적절한 역할과 업무 범위에 관한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WM사업부문장이 모든 라임펀드에 대한 판매중단 결정을 보고받은 시점에서도, 매트릭스 조직 내 은행에 같은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검토를 지시하거나 매트릭스 회의에 부의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또 신한금융투자를 통해 라임이 펀드 간 돌려막기 가능성을 인지했음에도 은행 WM사업부에 이 사실을 전달하거나 그룹 차원에서 공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지주 차원의 소개영업 전략도 문제로 거론
지주 차원의 소개영업 전략도 문제점으로 거론했다. 신한지주가 자회사간 시너지 제고를 목적으로 은행과 증권 간 보유고객을 다른 자회사에 소개하고 복합점포인 PWM센터를 공동판매 채널로 구축하는 등 소개영업 체계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지주 차원의 관리와 독려, 지원이 이뤄지며 내부통제기준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신한지주는 성과관리에 집중하다 보니 공통영업 대상인 '원신한상품'의 선정 절차와 선정협의체 심의기준, 고객군 선정기준, 공동영업 성과평가 운영기준 등에서 지주 차원이나 자회사가 직접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은행, 증권 실무자간 협의로 '원신한상품'에서 제외했던 상품이 WM사업부문장의 결정으로 번복되거나, '원신한상품'에 선정되지 않은 상품을 은행 프라이빗뱅커(PB)가 고객에게 판매한 후 실적을 인정받기 위해 사후적으로 '원신한상품'으로 인정한 사례가 있었다.
은행 내부통제기준상 취급 불가능한 상품을 증권에서 대신 출시하도록 요청한 후 소개영업을 통해 은행 고객에게 우회적으로 판매하기도 했다는 게 금감원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