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라임자산운용 편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사진)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이에 따라 손 회장은 임기 종료 후 3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불가능해졌다.
금융권에서는 최고경영자(CEO)에게 모든 책임을 묻는 금융감독원의 최근 제재 행태에 대한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지난 8일 회의를 열고 라임자산운용펀드 판매 당시 우리은행장을 맡고 있던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를 결정했다. 손 회장이 행장 재직 시절 적절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해 투자자의 피해를 키웠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이 사전 통보했던 '직무정지'보다는 한 단계 낮은 제재 조치다. 우리은행이 이후 소비자 피해 구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소명한 사실이 인정된 결과지만 중징계는 변함이 없었다. 금감원의 중징계를 받으면 임기 종료 이후 3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불가능해진다.
징계가 최종 확정되려면 금융위원회의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 정례회의가 남아 있어 우리은행은 소명절차를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금감원 제재심의 문책경고는 확정된 것은 아니며 금융위 심의에서 최종 결정될 예정"이라며 "우리은행은 자본시장법상 정보취득이 제한된 판매사로서 라임펀드의 리스크를 사전에 인지할 수 없는 상황이었음을 금융위에 적극 소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에서 금감원의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손 회장이 행정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손 회장은 연임 직전 DLF(파생결합증권) 사태로 이미 문책경고를 받은 바 있는데, 효력정지가처분신청과 행정소송을 통해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의 연이은 금융권 CEO 징계 처분에 대한 반발도 커지고 있다.
당장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지난달 9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감독당국이 내부통제 미흡을 이유로 은행장 징계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은행권의 우려가 상당히 크다"며 "금융당국의 징계는 법제처와 법원의 기본입장인 명확성의 원칙과는 비교적 거리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대표이사를 감독자로 징계하는 감독 사례가 상당히 보이고 있는데, 은행장이 모든 임직원의 행위를 실질적으로 관리감독할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해 볼 때 사실상의 결과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도 많다"면서 "징계와 같은 행정처분은 금융회사가 예측 가능성을 가질 수 있도록 규정이나 법규 문언에 충실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고만 터지면 금융사 CEO만 징계하려고 한다"면서 "금융사가 내부통제 시스템을 잘 갖추지 못했다는 게 징계의 사유라면 시장을 감시하는 감독당국도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아니냐"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