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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파생상품]②홍콩증시 후폭풍…증권사·투자자 '좌불안석'

  • 2022.03.18(금) 09:15

증권사, 운용 손실 확대에 '불안' 
ELS 투자자들은 원금 회수 걱정

홍콩 주식시장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필두로 한 대내외 악재 여파로 롤러코스터급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이에 홍콩 증시와 연계한 주가연계증권(ELS)을 발행한 증권사와 투자자 모두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증권사들은 운용 손실을, 투자자들은 원금 손실을 걱정하는 처지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홍콩 증시가 최근 일부 반등에 성공했지만 추세성을 갖기까지는 일정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투자에 신중을 기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롤러코스터 타는 홍콩 증시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홍콩항셍지수(HSI)와 H지수(HSCEI)는 지난 16일 전일 대비 각각 9%, 12% 이상 오른 채 장을 마감한 데 이어 17일에도 각각 6% 이상 급등한 2만1395.68, 7367.52포인트로 거래를 마쳤다. H지수의 경우 25년 만의 최대 상승폭이다.

이달 들어 지난 15일까지 19%, 23% 가량 떨어지며 투자자들의 우려를 샀던 것을 고려하면 급한 불은 껐다. 그러나 최근 단기간에 큰 폭의 등락을 반복하면서 증시 변동성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그간 홍콩 증시가 주요국 증시 대비 더 큰 낙폭을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재확산, 미·중 갈등, 동유럽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대한 우려가 작용한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홍콩 증시가 유의미하게 반등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추후 기술적 반등 가능성은 있지만 투자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박인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시장의 반등을 이끌 요인으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의 불확실성 완화, 중국의 반독점법 최종안 발표, 향후 더 큰 규모의 중국 본토 자금 유입 등이 있다"며 "이런 기회를 활용해 홍콩 증시 투자 비중을 다소 줄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증권사 충격 제한적이나 손실은 불가피

이런 가운데 업계에선 홍콩 증시 급락이 증권사들에게 운용 손익 불확실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통상 지수형 ELS의 경우 기초자산을 3개가량 두고 있는 상품 발행 비중이 가장 크다. 그중에서 아직 H지수만 급락했기 때문에 증거금 부담도 홍콩증권거래소에 한정돼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 세계 증시가 폭락하며 증거금 부담이 급증했던 2020년 1분기와는 상황이 다르다. 당시 증권사들의 증거금 납부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요동치는 등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기미를 보이자 금융당국은 시장에 적극 개입해 ELS 발행 총량을 규제하기도 했다.

이를 고려할 때 이번에도 증권사들이 받는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운용 손실 부담은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변동성이 확대된 부분과 증거금 증가 등을 감안할 때 일정 부분 헤지(위험 회피) 비용이 느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분기 말까지 시간이 남아 있고 변동성 지속 여부에 따라 손익에 미치는 영향이 다를 수 있어 현 시점에서 예단하기 어려운 측면은 있다"고 진단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ELS 투자자, 원금 손실 걱정에 '경색'

그러나 증권사들이 발행한 ELS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더욱 힘든 상황에 직면해 있다. H지수의 경우 이번 폭락으로 인해 녹인 배리어(원금 손실 구간)에 더욱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상품이 약속한 쿠폰 금리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원금 손실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진 셈이다. 

일반적으로 ELS의 경우 기초자산이 기준가의 적게는 5~25% 이상 떨어지면 원금 조기 상환 지연, 40~50% 넘게 하락할 경우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한다. 다행히 지수가 지난 이틀 간 반등에 성공하면서 원금 손실에 대한 부담은 덜은 상태다.

다만, 일부 상품의 경우 조기 상환이 불투명할 것으로 보인다. 지수 수준이 아직까지 상환 조건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3~6월 단위로 상환 심사가 진행되는 점을 감안했을 때 한동안 투자금이 묶일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두고 있는 ELS의 미상환 잔액은 17일 기준으로 19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향후 전망은 우호적인 편이 아니다. 큰 폭의 반등세를 나타내긴 했지만 증권가에서는 H지수의 지지선을 5000포인트 중반 수준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수치는 지난해 1분기 이후 나온 ELS의 원금 손실 구간 내에 포함돼 있다.

이동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홍콩 H지수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레벨에 근접한 수준까지 내려 왔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 다른 국가가 개입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홍콩 H지수 밴드 하단을 5400포인트로 제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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