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골관절염 치료제 '카티스템'으로 줄기세포치료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바이오벤처 1세대 메디포스트. 거스히딩크 전 한국축구 국가대표 감독이 2014년 카티스템 시술을 받았다고 알려지며 화제가 된 기업이기도 한데요.
이런 메디포스트가 설립 22년 만에 사모펀드에 팔린다는 뉴스가 얼마 전 쏟아졌어요. 지난 17일 최대주주 변경과 사모펀드에 경영권을 이전한다는 공시를 냈기 때문인데요. 사모펀드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수혈받아 북미시장 진출로 신사업을 확대, 향후 성장성을 마련하겠다는 목표예요.
세포치료제 특성상 제조품질 관리가 까다로워 해외진출이 쉽지만은 않은데요. 북미시장은 전세계 의약품 시장 절반을 차지하는 매우 큰 시장으로 메디포스트 역시 오래전부터 문을 두드려 왔어요. 현지 임상에 큰 비용이 들지만 폭발적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시장이죠.
하지만 메디포스트는 지난 5년간 매출이 꾸준히 성장했음에도 임상 등으로 인한 연구개발(R&D)비 증가로 영업이익과 순이익에서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성장에 가속도를 붙일 외부자금 수혈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여요.
자금 수혈과 경영권 이전방식은 전환사채(CB)와 전환우선주(CPS)를 발행해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이하 스카이레이크)와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이하 크레센도)로부터 각각 700억원씩 총 1400억원을 조달할 계획.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인 양윤선 대표 보유주식 일부도 사모펀드에 매각했어요.
다만 최대주주 변경이나 경영권 이전이 바로 되는 것은 아니에요. 투자자인 사모펀드가 불확실성에 대비해 안전장치를 마련하면서 계약에 여러 옵션과 선행조건을 걸어서인데요. 기업의 자금조달 방식인 전환사채와 전환우선주 발행이 경영권 이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투자자 입장에선 어떤 의미를 읽어야 할지 지금부터 알아볼게요.
700억 먼저, 선행조건 이행해야 나머지 투자
메디포스트는 17일 총 5건의 공시를 냈어요. 계약에 선행조건이 달리면서 경영권 이전이 여러 단계로 나뉘었는데요. 공시에서는 사모펀드가 투자목적회사(SPC)를 만들어 인수인 이름이 복잡하지만, 실제 투자자는 스카이레이크(스카이메디유한회사)와 크레센도(마블2022홀딩스 유한회사, 크레센도제3의디호사모투자합자회사) 두 곳이기에 이 둘을 중심으로 공시내용을 정리해볼게요.
▷관련공시: 메디포스트 경영권변경 등에 관한 계약 체결
▷관련공시: 메디포스트 유상증자결정(의결권부 전환우선주 - 스카이레이크, 크레센도)
▷관련공시: 메디포스트 사모 전환사채 발행(크레센도)
▷관련공시: 메디포스트 사모 전환사채 발행(스카이레이크)
1. 자금조달 이유 : 본격적인 해외시장 진출 준비
① 줄기세포치료제 카티스템(3상), 주사용 줄기세포치료제 스멉(SMUP-IA-01) 미국 임상추진 : 550억원
②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 진출, 북미시장 제품생산을 위한 북미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 기업 투자 : 850억원
* CDMO란?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개발' 사업으로 바이오기업, 제약회사들이 아웃소싱을 맡기는 곳. 단순 생산위탁만이 아니라 연구·개발, 임상시험, 제품생산, 인허가 지원 등 다양한 서비스 제공. 제약회사의 개발 리스크를 분산하고 생산성을 높여 중소제약사의 생산시설 대안으로 떠오르며 급성장 중.
2. 자금조달 방법
① 메디포스트 양윤선 대표 지분 40만주(보통주) → 스카이레이크, 크레센도 각각 20만주씩 총 200억원에 인수(주당 5만원, 시가 대비 2배 이상 높은 가격)
→ 회사로 자금 들어오는 것은 아니지만 사모펀드가 2.45% 지분을 보유하게 돼 2대주주로 올라섬. 최대주주 양윤선 대표 보유지분은 3.0%
② 전환사채(CB) 발행 : 350억원 규모 전환사채 2회 발행. 총 700억원
→ 스카이레이크 350억원(8회차, 3월 28일 발행, 7년 만기), 크레센도 350억원(9회차, 4월 8일 발행, 7년만기) 인수
→ 북미 CDMO 기업(총 850억원 투자 예정)에 150억원 투자, 줄기세포체료제 미국 임상(총 550억원 예정) 추진에 550억원 투자
* 전환가격 : 1만9700원(전환우선주 유상증자시 전환가격 하락), 1년 뒤부터 전환 가능.
*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고 연복리 2% 적용 원리금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 2025년 3월 28일, 4월8일부터 가능.
→ 발행 1년뒤 주식으로 전환하기 전까지는 채권의 형태.
※ 선행조건 : CDMO 사업 진출을 위한 북미 CDMO 회사 인수 관련 본계약 체결됐을 경우 ③진행
③ 의결권이 있는 전환우선주 유상증자 : 700억원 규모. 스카이레이크, 크레센도가 절반씩 참여
→ 사모펀드에 유리한 조건. 선행조건 이뤄지지 않으면 유상증자 무산
→ 유상증자 진행시
스카이레이크, 크레센도가 각각 187만157주 보유. ①보통주와 합쳐 각 207만157주씩 각 10.34% 보유.
→ 스카이레이크, 크레센도는 주주간계약을 통해 공동으로 최대주주 지위 및 실질적 경영에 참여할 계획. 20.69%로 최대주주, 경영권도 인수. 단, 양윤선 대표도 공동 경영할 예정.
메디포스트는 먼저 스카이레이크, 크레센도 대상 사모 전환사채(8~9회차)를 발행해 총 700억원을 조달할 예정이에요. 줄기세포치료제 미국 임상추진에 550억원을, 나머지 150억원은 북미 CDMO 기업 투자에 사용할 계획.
전환사채는 나중에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옵션이 붙어 있는 채권이죠. 채권에 투자한 투자자는 만기가 됐을 때 원리금을 돌려받는 대신 투자한 돈만큼 회사의 주식(신주)으로 바꿀 수 있어요.
두 사모펀드는 경영권 인수를 목적으로 메디포스트에 투자했고 최대주주인 양 대표의 보유지분이 적기 때문에 신주발행을 통한 지분인수가 필요한 상황. 결국 이 전환사채는 차후 주식으로 전환하기 위해 발행한 것인데요. 1년 뒤에 주식전환이 가능하므로 그 전에는 전환사채로 인한 지분 증가 또는 경영권 관련 변동은 없어요.
이 부분이 바로 첫번째 안전장치. 사모펀드는 신주발행 유상증자를 통해서 지분을 바로 인수할 수도 있지만 투자금 절반을 전환사채에 투자하는 방식을 취했어요. 주식전환 전까지는 안정적인 채권의 상태로 차후 원리금을 다시 회수할 방법을 마련한 셈이에요.
전환가격은 공시 전 평균 시세에서 할인도, 할증도 적용하지 않은 기준가 1만9700원으로 정했지만, 나중에 전환우선주를 발행하면 전환가격을 소폭 낮출 수 있는 조건도 걸어뒀어요.
참고로 메디포스트는 2019년에도 시설투자와 운영자금을 목적으로 400억원 규모 사모 전환사채를 발행했는데요. 210억원이 주식으로 전환됐고, 190억원이 아직 남아있어요. 전환가격은 무상증자와 시세 하락으로 발행 당시보다 절반 이상 낮게 조정된 3만2490원. 현재 시세(28일 종가 2만1700원)보다 높아 주식전환 가능성은 작은데요.
다만 만기까지 이자가 없도록 발행했기 때문에 만기 전에 채권자가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요. 첫 조기상환일이 3월 26일 도래했고. 앞으로 3개월마다 조기상환일이 돌아오기 때문에 회사가 190억원 규모 조기상환청구 부담도 지고 있다고 봐야해요.
'북미 CDMO기업' 계약 핵심 쟁점…투자 여부 갈려
이번 투자 성패와 완결은 메디포스트의 '북미 CDMO 기업 계약 체결'에 달렸어요. 사모펀드가 북미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 회사 인수와 관련한 본계약 체결을 나머지 700억원 투자의 선행조건으로 달았기 때문.
메디포스트 관계자는 "CDMO 사업진출에 따라 투자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라며 "700억원씩 나눈 이유도 이 때문으로 CDMO 사업진출이 불발될 경우 투자받을 이유가 없어 불합리한 투자조건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어요.
CDMO 기업 투자와 관련해 일부 지분투자인지 인수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히 밝히지 않았는데요. 다만 "5월 중 투자계약 체결을 목표로 북미 소재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 회사와 독점 협상 중"이라고 밝혔어요.
CDMO 기업 투자계약이 체결되면 스카이레이크, 크레센도가 절반씩 참여하는 700억원 규모 '의결권부 전환우선주' 유상증자를 시행할 예정인데요. 사모펀드에 유리한 조건으로 발행돼요.
전환우선주는 일정기간이 지난 후 보통주로 전환할 권리가 부여된 우선주예요. 우선주는 보통주와 달리 기업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의결권이 없는 대신 이익, 배당, 잔여재산 배분 등에 우선적인 권리를 주고 배당금도 보통주보다 더 많은 혜택이 있죠.
즉 경영 참여를 대신해 더 많은 혜택을 주주에게 돌려주는 것인데 메디포스트는 의결권이 있는 전환우선주를 발행할 계획이에요. 즉 보통주 성격에 우선주 혜택을 더한 셈으로 우선주임에도 곧바로 경영에 참여할 수 있어요.
또 우선주는 보통주보다 할인돼 거래되기 때문에 보통주로 전환시(1:1) 일정 부분 이익도 거둘 수 있어요. 전환우선주 신주 발행가는 전환사채 기준가(1만9700원)에서 5%가 할인된 1만8715원.
이러한 조건으로 스카이레이크, 크레센도가 각각 187만157주씩 전환우선주를 보유, 양 대표로부터 인수한 보통주와 합치면 각각 207만157주(10.34%)를 갖게 돼요. 스카이레이크, 크레센도는 주주간계약을 통해 공동으로 최대주주 지위 및 실질적 경영에 참여한다고 밝혔어요. 전환우선주 발행을 통해 총 20.69%를 보유, 최대주주로 올라서고 경영권도 넘겨받게 돼요.
1년 뒤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사모펀드 지분율은 더 높아질 수 있어요. 전환 옵션을 통해 경영권 인수를 단계적으로 안전하게 할 수 있게 된 거죠.
사모펀드의 공동경영은 흔치 않은 사례인데요. 지난 2013년 한미반도체 공동투자로 이듬해 50% 이상 수익을 거둔 이후 몇차례 공동투자로 좋은 성과를 거두면서 양사가 신뢰관계를 이어오고 있은 것으로 보여요.
참고로 줄기세포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은 양 대표도 사모펀드와 공동 경영을 이어나갈 예정이에요. 양 대표는 최대주주 지위와 경영권을 넘겼지만 보유지분 100만1200주 가운데 40만주를 시세보다 두배 이상 높은 5만원에 사모펀드에 매각, 200억원의 현금을 쥐게 됐어요.
주주입장에서 봐야할 점
이번 계약을 주식투자자 입장에서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메디포스트는 성장을 위해 계속해서 자금이 필요한 상태지만 적자로 인해 자체적으로 자금을 계속 쏟기 어려운 상황이에요. 그럼 '회사가 어려운 거 아냐?'란 걱정도 할 수 있지만, 기술력 높은 국내 기업에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한 사모펀드가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는 점에서 향후 메디포스트 기업가치가 오를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어요.
단순히 자금 일부만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주주로 경영 참여를 결정했다는 점 역시 앞으로 성장성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해요. 증권가에서도 이번 투자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국내에서 줄기세포치료제로 인정받으면서도 양윤선 대표 지분율이 낮아 적대적 인수합병 노출과 자금부족으로 공격적인 해외시장 진출에 나서지 못했음. 이번 자금조달로 자금 확보와 경영 안전성, 본격적인 해외시장 진출과 해외 생산기지 확보가 가능해져 긍정 평가. 최대주주로부터 해외시장 진출 도움도 받을 수 있을 것" - 키움증권 허혜민 연구원
다만, 이번 투자는 미래 성장을 위한 것으로 1400억원 모두 미국시장 진출을 위한 CDMO 지분투자와 임상시험 비용에 들어가요. CDMO 지분을 인수한다고 해도 카티스템 등 임상시험 완료 후 인가와 시판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투자에 따른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점은 알아둬야 해요.
메디포스트 관계자는 "이번 투자로 바로 수익이 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고 바이오벤처주에 투자하는 만큼 장기적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해 달라"라고 말했어요.
추가포인트
사모펀드가 1년 뒤 전환우선주와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모두 전환해도 최대주주로서 경영권을 쥐고 있어 당장 물량을 대거 쏟아낼 가능성은 크지 않아요. 다만 전환우선주를 발행하면, 앞서 발행한 전환사채의 가격변경 조건(리픽싱)으로 전환가격이 소폭 낮아져 공시 내용보다 더 많은 주식(신주)을 발행해야할 수 있어요.
전환우선주도 마찬가지. 보통주 전환 시 1:1로 전환하기로 했는데, 전환가격이 처음보다 낮아지면 우선주 1개당 보통주 1.1~1.25개 등 더 많은 보통주로 바뀔수 있다는 점도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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