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뉴욕증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후폭풍으로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이에 따라 기술주와 레버리지 상품을 매집한 서학개미들에게도 충격파가 우려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의 인기 매수 종목인 넷플릭스와 아이온큐에는 악재가 쏟아졌다.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흐름을 집중적으로 살피는 가운데 다음 주 발표되는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주시하고 있다.
FOMC 다음날 검은 목요일..."파월 못믿겠다"
지난 4일(현지시간)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50%포인트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아울러 다음 달부터 대차대조표 축소, 이른바 양적긴축(QT)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만기에 도래한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에 재투자하지 않고 시장에 흘려보낸다는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년 만에 열린 대면 기자회견에서 "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발언해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우려했던 시장에서는 '예상보다 덜 매파적'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뉴욕증시는 안도 랠리를 펼쳤다.
그러나 후폭풍은 하루 뒤인 5일 나타났다. 이날 장중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3.10%까지 펄쩍 뛰었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일대비 3.12% 뒷걸음 친 3만2997.97로 장을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99% 하락한 3만2997.97, 나스닥지수는 4.99% 내린 1만2317.69로 마무리하며 검은 목요일을 보냈다.
금리와 증시가 방향성을 급격히 튼 배경은 연준의 긴축 속도를 좌우하는 본질인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앨리 파이낸셜의 수석 전략가 린지 벨은 "연준의 연착륙에 대한 자신감과 0.50%포인트 이상의 인상을 하지 않겠다는 발언은 빠르게 돌아가는 긴축 사이클이 증시에 부정적이라는 현실을 상쇄시키기엔 충분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CUNA 뮤츄얼 그룹의 수석 시장전략가인 스캇 냅은 "연준이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주장을 펼치다가 (인플레이션의) 지속 기간과 경제적 피해에 대해 우려하는 모습으로 변하는 것을 지켜봐왔다"며 연준의 오판 가능성을 의심했다.
경제지표도 월가 의구심을 부채질하고 있다. 3월 구인·이직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의 구인건수는 1155만건으로 전월대비 20만5000건 증가했다. 구인난 장기화는 노동자 임금 상승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을 자극시킬 수 있다.
결국 '인플레이션이 꺾였다'는 전제 조건이 성립되지 않는 한 시장 변동성이 이어질 것이란 시각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장에 불안심리가 팽배하고 립서비스보다 데이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이라며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이 데이터로 확인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증시 변동성이 그 어느때보다 커진 가운데, 내주 발표되는 4월 CPI에 시선이 집중된다. 3월 CPI가 전년동기대비 8.5% 상승, PPI는 11.2% 오르며 정점에 이르렀다. 시장에선 피크아웃(정점 통과) 여부에 관심을 두고 있다. 월가 전망치에 따르면 4월 CPI 상승률 8.14%, 근원인플레이션 상승률은 6.12%로 점쳐진다.
에너지 가격이 관건으로 꼽힌다. 유럽연합(EU)이 연말까지 러시아산 원유 수출을 금지하기로 하는 등 대러 제재가 강화되면서 수요 확대에 따른 에너지 가격 강세가 우려된다. 실제로 유럽의 대러 금수 조치가 나온 후 미국 천연가스 가격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에 이르렀다.
아울러 중국, 인도네시아 등에서의 보호무역주의 기조 확산은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중국이 자국 상품 시장의 가격 안정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정책이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확대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내수 가격 안정화를 위해 비료 수출을 금지했으며 돈육 수입 관세를 상향했다. 인도네시아는 4월 말 팜유 수출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SK증권은 "만일 인플레이션 완화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내달 6월 FOMC를 앞두고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다시 고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넷플릭스 주주 소송...아이온큐 공매도 보고서 발간
대형 기술주, 이른바 빅테크주는 악재에 휩싸였다. 넷플릭스가 구독자 감소로 주가가 폭락한 가운데 주주들이 경영진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나섰다. 가입자 증가율 관련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넷플릭스의 주가는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내리막을 타고 있다. 당시 넷플릭스는 1분기 회원이 전분기대비 20만명이 줄었다고 밝혔다. 회원수가 감소한 건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실적 발표 다음날인 주가는 35.12% 하락한 226.19달러까지 내려앉았다. 이후 하락세를 거듭하며 180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양자컴퓨터 기업인 아이온큐와 관련된 보고서도 시장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한국인이 설립한 아이온큐는 서학개미들의 인기 종목 중 하나다. 미국 공매도 투자사 스콜피온캐피털은 아이온큐가 폰지사기를 벌였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는 회사 핵심기술인 양자컴퓨터 시스템 실체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으며 회사 매출은 관계자를 통해 나온 허위매출이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에 아이온큐 주가는 3일 9.03% 하락했다. 다음날 뉴욕증시 강세로 반등했던 주가는 5일 다시 16.93% 폭락하며 6.23달러로 거래를 마친 상태다.
한편, 테슬라는 트위터 인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19명의 투자자로부터 트위터 인수를 위해 71억4000만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트위터 인수를 위해 필요한 자금은 465억달러로 이중 210억달러를 자기자본으로 확충해야 했는데, 이번 자금 유치로 부담을 덜게 됐다.
저가매수 기회로 인식하고 기술주 매집에 나섰던 서학개미들은 비상이 걸렸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 4월 한 달간 국내투자자들은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ETF(SOXL)(6억4188만달러),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TQQQ)(3억9322만달러), 엔비디아(3억5544만달러), 알파벳(1억7580만달러), 아이오닉(1억1038만달러) 등을 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테슬라(8527만달러), 넷플릭스(6532만달러), AMD(5635만달러), BMO 마이크로섹터 FANG 이노베이션 3X 레버리지 ETN(BULZ)(4690만달러), BMO 마이크로섹터 FANG+ 인덱스 3X 레버리지 ETN(FNGU)(4345만달러) 등이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