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과 국가수사본부가 자본시장 불법행위 척결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앞으로도 검경 등 수사조직과의 공조 라인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아울러 9월부터 가동하는 금감원-경찰 합동수사조직의 활용 방안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제보 등 정보취합이 원활한 경찰 수사조직이 금감원에 범죄 정보를 공유하고, 금감원은 경찰에 자본시장 조사 노하우를 공유해 발빠르게 범죄조직을 잡고, 추가 피해를 예방하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검찰 이어 경찰로 협력 전선 확대
이복현 금감원장과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은 16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자본시장 불법행위 대응 및 협력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기자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번 MOU에는 양 기관은 피해예방 홍보, 정보공유, 공동단속, 수사·조사역량 강화 지원, 기존 MOU의 충실한 이행 등 5개 항목이 포함됐다.
당초 금감원은 자본시장 조사 분야에서 검찰과의 협력을 강조해왔다. 특히 과거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부활해 서울남부지검 산하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로 정식 직제화되면서 양 기관의 공조 강화가 탄력을 받았다. 이에 따라 패스트트랙 등 절차를 통해 금감원과 검찰은 공동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4월 발생한 차액결제거래(CFD)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와 관련, 라덕연 등 시세조종 세력을 신속하게 기소한 것이 일례다. 또한 지난 6월에는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남부지검이 모여 비상 조사·심리기관 협의회를 꾸리기도 했다.
이번에는 경찰과의 공조 강화에 나섰다. 최근 SNS를 통해 불법리딩방 피해가 확산되는 가운데, 지방 관서를 통해 접수되는 다양한 정보와 종목분석 등 노하우를 서로 공유하겠다는 취지다.
이복현 원장은 "범죄 피해 규모도 커지고, 온라인 등 범죄 발생 공간이 여러 곳에 흩어져 있기 때문에 감독당국 입장에서도 단속방식에서 과거의 방식만 고집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MOU 체결 배경을 밝혔다.
이 원장은 "치고 빠지는 형태의 범행이 이뤄지므로 신속하고 적극적인 형태의 대응이 짧은 시간 안에 이루어지지 않으면 (단속이) 어렵다는 문제 의식이 있는 가운데 (내부적으로) 현장 수사 역량에 대한 부족함이 있다"며 "국수본에서도 종목 분석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 실무적으로 서로 메워져야할 부분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검경과의 협력을 보다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이 원장은 "경찰과 검찰이 다양한 형태의 수사협력을 노력하는 것으로 알고, 금감원도 검찰과의 유기적인 수사 협력의 고도화 방안들을 (마련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기회가 된다면 세 기관 혹은 세 기관 플러스 알파가 (협력) 장이 열릴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한다고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불법리딩방 9월부터 합동수사 가동
두 기관은 9월부터 합동수사반을 꾸리기로 했다. 각 지방 경찰청에 접수된 불법리딩방 사건을 국수본에서 취합한 다음 금감원이 종목 분석과 조사를 병행하는 방식이다. 경찰이 올해 들어 수사한 불법리딩방 사건은 5월말 기준 1000건이며, 이중 10건으로 병합 집계된다.
우종수 본부장은 "리딩방 사건의 접수된 관서는 여러군데인데, 이들이 개별 사건일 것 같지만 분석, 취합을 거치면 한 리딩방 집단인 경우가 많다"며 "공통분모를 발견해 빨리 집중 수사관서를 지정하는 것이 효율적인 수사 방법"이라고 말했다.
보이스피싱, 불법리딩방 등 그간 수사본부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은 시세조종 등 범죄에도 협력 수사를 확대할 전망이다. 우 본부장은 "시세조종은 경찰이 독자적으로 단시간 내에 근거를 단정하고 결론 짓는게 굉장히 어려운 분야"라며 "수많은 범죄 첩보와 시세 조종 의심 신고들이 많이 오고 있으나 과연 시세조종에 해당하는지 판단에 있어서는 금감원의 축적된 노하우와 데이터와 전문 인력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추가 피해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우 본부장은 "보이스피싱 범죄는 의미있는 감소율을 보이고 있다"며 "MOU 체결 이후엔 그동안의 기계적인 협력이 아니라 실시간 협력으로 추가 피해 예방과 효율적인 수사가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이 원장은 "경찰에서 확인한 사실관계를 전제로 당국이 소비자경보 발령, 빠른 증권 계좌동결 등 필요한 제도를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