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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당금' 여파에 분기순익 2000억 증권사 실종…해외부동산 다음 뇌관

  • 2023.08.23(수) 09:00

[워치전망대] 대형증권사 2분기 실적 분석
IB 수수료 160% 급등하자 NH 1위로 점프
충당금 평균 500억, 해외부동산 리스크 상존

2분기 증권업계가 각각 수 백억원에 달하는 차액결제거래(CFD)와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대손충당금을 쌓은 가운데 2000억원대 순이익을 기록한 곳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브로커리지(위탁매매)와 기업금융(IB)에서 호실적을 낸 NH투자증권이 지난 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1800억원대 순이익을 기록하며 선두 자리를 차지했다. 충당금 규모가 300억원에 그친 점도 실적을 방어해준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증권, 삼성증권도 15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내며 뒤를 이었다. 반면 1000억원이 넘는 충당금을 새로 설정한 하나증권은 적자로 돌아섰다. 

10대 증권사 당기순이익 추이/그래픽=비즈워치

전분기 대비 35% 뒷걸음...NH 1위

자기자본 2조원 이상 10대 증권사의 올해 2분기(4~6월) 당기순이익 합계는 1조193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5.5% 증가한 규모다.

다만 1분기와 비교할 경우 34.6% 감소한 수준이다. 예상대로 CFD 충당금이 실적을 압박했다. 다행히 2차전지 투자 붐 등으로 개인투자자 거래가 확대되며, 위탁매매 수수료와 신용거래융자 등 이자수익이 추가 하락을 방어했다. 코스피, 코스닥 일평균 거래대금은 작년 4분기 13조원, 올해 1분기 17조원, 2분기 21조원으로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2분기 순이익 1위 자리는 IB명가인 NH투자증권에 돌아갔다. 1분기 6위에서 5계단이나 올라섰다. NH투자증권의 2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동기대비 53.7% 증가한 1826억원이다. 1분기와 비교해도 0.8% 감소에 그치며 선방했다. 당초 시장의 전망치인 1370억원보다 500억원가량 웃돈 어닝서프라이즈란 평가도 나왔다.

NH투자증권은 위탁매매 수수료 손익이 1020억원으로 전분기대비 8.9% 증가했다. 아울러 IB 수수료도 1150억원으로 전기대비 160% 급증했다. 대형 딜을 주관하며 인수금융 관련 수수료 수익이 687억원으로 전분기대비 10배 가까이 증가하고, 사모펀드 엑시트로 약 520억원 규모의 배당·분배금 이익도 반영됐다.

한투·메리츠·삼성 선방...하나증권 유일 적자

순이익 2위를 차지한 한국투자증권은 169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로는 128.1% 늘었다. 전기대비로는 35.5% 줄었다. 신용거래 등 이자수익이 1분기보다 60%나 증가했다. 위탁매매 등 수수료 수익은 14% 줄었는데, 이는 위탁매매와 IB관련 수수료는 늘었지만 자산관리 부문 수수료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금융자산 평가 및 처분이익은 52% 줄었다. 

메리츠증권은 전년동기대비 2% 증가한 161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분기와 비교해서는 19.2% 줄었다. 부문별로는 IB수수료가 156% 늘었고 금융수지도 21% 뛰었다. 반면 자산운용은 61% 뒷걸음 쳤다.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는 지난 14일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세일즈앤트레이딩(S&T) 부문에서 채권금리 상승으로 다소 손익이 감소했다"며 "IB부문에서는 우량자산 위주의 매우 촘촘한 리스크관리 기반으로 투자를 계속 집행하고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은 전년동기대비 10.8% 증가한 1516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전기대비로는 40% 줄어든 수치다. 위탁매매와 자산관리 수수료 손익이 각각 전기대비 15%, 11%씩 늘었으며, 부동산 PF를 중심으로 IB 수수료 수익도 36% 뛰었다. 반면 채권 운용 등 트레이딩 및 상품손익은 전분기 호조에 따른 기저효과로 인해 47% 후퇴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전년동기대비 46.5% 감소한 140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전기대비로는 40.8% 줄었다. 트레이딩 및 상품손익이 전기대비 74%나 급감한 점이 충격을 줬다. 작년부터 보유 중인 CJ CGV 전환사채의 평가가치가 하락하면서다. 해당 평가손은 150억원 수준으로 확대된 상황이다. 

1분기 순이익 선두였던 키움증권은 전년동기대비 22.8% 증가한 1334억원을 기록했으나 순위는 6위로 내려앉았다. 이자손익이 5% 증가하는데 그친 반면, 운용손익은 전분기대비 85% 뒷걸음쳤다. 

NH투자증권을 제외한 은행 계열 증권사들은 대부분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전년동기대비 44.8% 증가한 1225억원, KB증권은 57.5% 증가한 1104억원을 기록했다. 하나증권은 -489억원으로 10대 증권사 중 유일하게 적자전환했다. 또한 대신증권은 26.6% 감소한 70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10대 증권사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그래픽=비즈워치

2분기 충당금만 5000억...해외부동산이 다음 변수 

2분기 실적의 순위를 결정한 주요 변수 중 하나는 충당금 규모였다. 10개사는 2분기에만 5600억원이 넘는 충당금을 쌓았다. 비교적 충당금 부담이 적었던 NH투자증권이 1위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반면, CFD 관련 미수채권이 대량으로 발생한 키움증권과 하나증권은 충당금도 그만큼 많이 쌓으면서 실적에 부담을 줬다.

충당금 압박은 예상됐던 바다. 지난 4월 CFD발 무더기 하한가사태로 미수채권이 대거 발생했고, 작년부터 이어져온 부동산 리스크 관련 충당금도 상당하다. 더욱이 금융감독당국은 최근 증권사를 소집해 부동산PF 부실화에 대비해 충분한 충당금을 쌓을 것을 권고하면서 증권사들도 보유 채권을 보수적으로 책정했다. 

10대 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은 충당금을 쌓은 곳은 하나증권이다. CFD 관련 518억원, IB 자산 평가손실 관련 400억원, 펀드 손실 보상 관련 530억원 등 1030억원을 설정했다. 

한국투자증권은 2분기에 1000억원을 새롭게 설정하며 뒤를 이었다. 해외부동산과 CFD 관련 충당금이다. 이밖에 메리츠증권 837억원, 키움증권 800억원, 미래에셋증권 750억원, 삼성증권 500억원, 신한금융투자 300억원, KB증권은 130억원을 설정했다.

대신증권은 20억원을 쌓는데 그쳤다. CFD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은데다가 PF 익스포져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타 증권사와 다르게 관련 충당금을 쌓지 않은 덕분이다.

한편 CFD 사업을 하지 않는 미래에셋증권은 미수채권에 대비한 충당금을 적립했는데, 이는 신용거래융자 계좌에서 무더기 하한가 사태와 연루된 종목에 대해 반대매매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사태와 관련됐던 종목 뿐 아니라 관련 없는 종목에 대한 미수채권도 포함돼 있다"며 "자기자본이 크다보니 신용공여도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2분기 CFD 사태를 경험한 증권가에서는 해외부동산 리스크관리를 다음 변수로 꼽는다.

증권사들의 해외부동산 관련 익스포저는 총 13조7000억원으로 추정된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증권담당 애널리스트는 "해외 상업용 부동산 기초자산은 미국, 유럽 오피스를 중심으로 공실률 확대와 가격하락이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부각됐다"며 "대체투자펀드 특성상 2~3년에 걸쳐 중후순위와 에쿼티를 중심으로 손실 발생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부동산 PF 주관을 주요 수익원 중 하나로 삼고 있는 메리츠증권의 반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도 국내외 부동산 익스포져와 충당금에 관련된 문의가 쏟아졌다. 유승화 메리츠증권 CRO는 이와관련 "국내 PF 대출의 LTV는 42%. 부동산 PF 연체율은 1.3%로 집계되는데, 담보가 충분할 경우 연체자산 대부분은 원금을 포함한 연체 이자까지 회수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손실로 이어지는 금액은 미미하다"며 "그룹 기준 충당금은 1817억원으로 전체 부동산 PF 대비 1.3%"라고 설명했다.  

또한 메리츠증권은 해외 부동산 관련해선 그룹 익스포저가 2조600억원, 관련 충당금은 299억원(전체자산 대비 1.1%)를 쌓았다. 유 CRO는 "현재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 자산 중 연체 중인 자산은 없다"며 "주기적으로 감정평가를 실시중이며 투자자산의 기준가 조정을 통해 매월 재무적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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