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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성과급 기준 강화한 증권사…직원 연봉 뒷걸음

  • 2024.04.08(월) 07:30

금감원 제재 경고에 보수체계 손질
삼성·키움, 이연성과급 적용 기준 확대
IB임원 연봉 상위권‥주니어 불만 높아져

증권사 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1년 전과 비교해 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 악화와 함께 금융감독당국 압박에 이연성과급 제도가 강화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증권사는 내부 보수지급 기준을 고쳐 성과급 이연 지급 대상을 확대하고 이연 비율을 높였다. 이런 움직임에도 기업금융(IB) 담당 임원들은 여전히 고액 연봉을 유지하고 있지만, 연봉에서 성과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던 IB 실무진 사이에서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 칼날에 보수체계 조인 증권사

증권사 자기자본 상위 10곳(미래에셋, 한국투자, NH투자, 삼성, KB, 하나, 메리츠, 신한투자, 대신, 키움증권)의 2023년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직원들의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3600만원으로 전년대비 8.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별로는 10곳 중 삼성증권을 제외하고는 모두 평균 연봉이 줄었다. NH투자증권은 20.2% 줄어 가장 큰 감소율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하나증권, KB증권도 10%대 감소율을 보였다. 

연봉에서 성과급의 비중이 큰 증권사 구조상 직원 평균 연봉이 줄어든 배경으로는 우선 실적 부진이 꼽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사 60곳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30% 늘었지만, 일회성 손익과 배당금 수익 등을 빼고 나면 오히려 1년 전보다 20% 뒷걸음쳤다. 특히 IB 약세가 뼈아팠다. 부동산 경기 부진 여파로 IB부문 수수료가 32%나 줄었다.   

이연성과급 제도 확대도 배경으로 꼽힌다. 지배구조법상 자산 5조원 이상인 증권사 또는 자산 2조원 이상인 상장 증권사는 임원들과 금융투자 업무 담당자들에게 성과급을 줄 때 3년 이상 쪼개 지급해야 한다.

그 해에 바로 지급하는 금액은 총액의 60% 미만이어야 하고, 이연지급을 시작하는 첫해에 이연기간(3년) 중 지급하는 평균액을 넘기면 안된다.

예를 들어 2023년 실적을 기준으로 2억2000만원의 성과급을 줘야한다면, 2024년에는 1억3200만원(2억2000만원×60%) 이하여야 한다. 만일 그 해에 1억원을 지급하고 나머지 1조2000억원을 3년에 걸쳐 주기로 했다면, 이연지급을 시작하는 첫 해(2025년)에는 1조2000억원의 평균 금액인 4000억원(1억2000만원÷3년) 이상을 줘서는 안된다.  

그러나 지난해 금감원이 17개 증권사의 보수지급 실태를 살펴본 결과, 상당수가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보수를 과도하게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회사는 보수위원회에서 지배구조법에 정해둔 최소 이연기간, 이연비율을 지키지 않았다. 또 다른 회사는 성과급이 1억원 미만이면 자의적으로 성과급을 한번에 지급했다. PF 임원인데도 임원으로 분류되지 않아 일시 수령한 사례도 있었다. 이에 금감원은 적발 사례에 대해 제재를 예고한 상황이다. 

금감원이 칼날을 빼 들자, 일부 증권사는 보수체계 손질에 나섰다. 당초 삼성증권은 성과급을 지급할 때 40%는 현금으로 일시 지급하고 나머지 60%는 주가연계현금으로 이연 지급했다. 그러나 최근 성과급의 25%만 현금으로 일시 지급하고, 나머지 75%를 장기 성과에 연동해 주가연계현금으로  나눠서 주는 것으로 규정을 바꿨다. 또 원래는 성과급이 1억원 이하면 성과급 전체를 한번에 지급했는데, 앞으로는 성과급 규모에 관계없이 이연지급하기로 했다.  

키움증권도 성과급의 40%를 주가연계현금 또는 현금으로 3년간 이연지급 하되, 작년까지는 성과급 총액이 일정액 미만일 경우 일시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2023년도 지배구조 보고서에는 이러한 예외조항을 없앴다.  

이연성과급 확대에도 임원은 연봉킹... 주니어는 박탈감

이연성과급 대상이 확대되면서 증권사 내 IB 실무진들의 분위기는 흉흉해졌다. 이 가운데 IB 임원들은 여전히 고액연봉을 자랑하고 있어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10대 증권사가 제출한 '보수지급금액 5억원 이상을 받은 상위 5명' 항목에 이름을 올린 50명 임직원 가운데 13명이 IB 임원들이다. 방창진 한국투자증권 프로젝트파이낸싱(PF)그룹장(2023년 12월말 기준 소속)은 퇴직금을 제외한 순보수만 23억300만원을 받았다. 작년 대비 30%가량 줄었지만 적지않은 규모다. 이재현 삼성증권 IB1부문장은 18억5400만원을 수령해 처음 사업보고서에 이름을 올렸다. 김현준 KB증권 사모투자(PE)사업본부장은 18억2600만원을 받았다. 보수액 자체는 작년보다 13% 감소했다. 

주용국 미래에셋증권 IB2부문대표, 배영규 한국투자증권 IB그룹장, 이형락 미래에셋증권 대체투자금융3본부장, 문성철 KB증권 구조화금융본부장, 신재욱 NH투자증권 부동산금융본부장, 서정우 KB증권 부동산금융1부장 등도 10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계약직 주니어들은 업무 강도가 높은 데 비해 기본급이 많지 않다"며 "그런데 성과급까지 쪼개 받다보니 백오피스(관리직) 정규직들에 비해서도 보수가 낮아졌다. 근로의욕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연봉에 대한 불만이 퇴사로도 이어지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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