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주춤했던 주가지수연계증권(ELS) 시장이 대형사를 중심으로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ELS 발행량은 올해 들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조7000억원 늘었으며, 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의 경우엔 재작년 발행량을 앞지르기도 했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쿠폰 수익률이 높아지자, ELS를 찾는 수요가 되살아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시장에선 완판 행진이 이어지며 인기를 실감케 한다.
다만, 모든 증권사의 ELS 사업이 되살아난 건 아니다. 일부 중소형 증권사는 그간 의존해온 은행 판매채널이 막히면서 발행량을 회복시키지 못하고 있다.

매력적인 금리로 발행량 회복한 ELS 시장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ELS 발행액은 8조2905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6조5482억원)과 비교해 1조7000억원가량 증가했다.
ELS 발행규모는 2023년 상반기 14조원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해 홍콩 H지수(HSCEI) ELS 손실 사태가 발생하면서 시장은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2024년 상반기 7조원대에 그쳤으며, 하반기엔 8조원을 기록했다. 직전해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반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작년말 1조원대 초반에 불과했던 발행량은 1월 1조2000억원, 2월 1조7000억원, 3월 1조8000억원, 4월 1조9000억원까지 늘었다. 5월 들어서는 1조5000억원으로 다소 주춤했지만 여전히 회복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리테일 부문이 강한 대형사들이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6월17일 기준, 한국투자증권이 올해 가장 많은 1조2263억원어치를 발행했는데, 이는 작년 상반기와 비교해 5239억원 더 늘어난 규모다. NH투자증권도 작년 상반기 대비 2463억원 증가한 1조545억원을 발행했다. 삼성증권(5136억원), KB증권(3268억원), 키움증권(1940억원) 등도 발행량이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H지수 ELS 사태가 본격화되기 전인 2023년 발행량을 넘어서기도 했다.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2년 전과 비교해도 발행량이 각각 3896억원, 2941억원씩 늘었다.
9%에 달하는 높은 수익률이 투자자 유입에 한몫하고 있다. ELS는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범위에서 움직일 경우 미리 약속한 쿠폰 수익을 받아갈 수 있는 상품이다. 기초자산 가격의 변동성이 클수록 리스크가 커지지만 수익률도 더 높다. 실제로 올해 발행된 ELS 중 대부분은 완판에 성공하며 평균 청약율이 99.8%로 집계됐다.
대형 증권사 파생상품 담당자는 "예금금리 하락으로 채권상품과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의 매력도는 낮아졌지만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ELS의 투자매력은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달러원 환율이 낮아지면서 미국 달러(USD) 기반 ELS에 들어가기 좋은 시기"라며 "매 회차 청약이 마감되고 안분배정이 이뤄질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회복 안된 중소형…상반기 발행 '제로' 회사도
반면, 일부 회사들은 발행이 아직 부진하다. 아이엠증권과 BNK투자증권의 경우 올해 들어 ELS를 단 한 건도 발행하지 않았다. DB증권은 30만원 발행에 그쳤다. 유안타증권의 발행량은 1149억원으로 작년 상반기 대비 2863억원 쪼그라들었다. 현대차증권의 발행액은 작년대비 378억원 감소한 68억원이었으며, 유진투자증권의 발행액은 13억원 줄어든 78억원으로 집계됐다.
중소형사의 부진은 은행 판매 의존도와 맞물려 있다. 이들은 주로 은행을 통해 ELS를 판매해왔는데, 금융당국의 고난도 투자상품 규제 이후 은행들이 1년 넘게 신규 판매를 중단한 영향이다.
아이엠증권 관계자는 "주로 은행을 통해 판매했었는데 지금은 신규 판매가 막힌 상황"이라며 "발행을 하더라도 증권사 자체적으로 소화하기 어려운 상황 등을 고려해 발행을 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형사 관계자는 "H지수 ELS 사태 이후 오프라인 지점에서 판매절차를 강화하고 (판매규제로) 예전보다 은행 쪽의 관심이 덜하다보니 발행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 파생상품 부서 관계자는 "대형사들은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자체적인 영업망을 활용하지만, 리테일 망이 약한 증권사들은 외부채널이 중요하다"며 "은행 판매 재개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