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관세 충격이 증시를 강타하면서 지난해 말 고점에서 발행한 고위험 주가연계증권(ELS)의 손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개별 종목인 테슬라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삼은 ELS의 위험도는 더 높은 상황이다. 현재 테슬라 주가는 작년 고점 대비 절반 수준으로 내려와 만기상환이 어려운 상태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현지시간) 테슬라는 233.2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시화 이후 상승세를 탄 테슬라는 연말 479.86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올해 초 횡보 흐름을 보이다가 2월부터 하락세로 전환됐고, 최근 미국의 관세 이슈가 불거지면서 200달러 초반까지 주저앉았다.
이 같은 급락 영향으로 작년말 테슬라 주가가 400달러를 넘어선 시기 발행한 ELS에 비상등이 켜졌다.
ELS는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할 경우 수익을 지급하고, 하락할 경우 손실을 보게 되는 구조다. 특정 시점마다 조기상환 기회를 얻지만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만기까지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즉 기초자산인 테슬라의 주가 급락으로 원금 손실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해당 기간 테슬라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ELS는 73개로, 총발행 금액은 약 778억원에 달한다. 당시 발행 기준가격 중 가장 낮은 수준이 400.99달러임을 감안하면 현재 주가는 약 58% 수준으로 회복이 쉽지 않은 구간에 놓여 있다.
이 가운데 키움증권은 총 23개의 ELS를 발행하며 가장 많은 발행 규모를 기록했다. 발행 금액만 약 373억원이다. 뒤이어 미래에셋증권(12개), 하나증권(9개), 한화투자증권과 유안타증권(각 8개), NH투자증권(7개), 신영증권(5개), 유진투자증권(1개) 순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들 상품이 모두 손실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테슬라 주가가 만기 전 회복하면 조기상환 혹은 만기상환이 가능하다. 그러나 문제는 만기까지 남은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일부 상품들이다. 회복 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원금 손실로 직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 이 기간 발행한 73개 상품 중 올해 안에 만기를 맞는 상품은 11개이며 발행 금액은 총 41억원 수준이다.

가장 만기가 빠른 상품은 6월13일 만기를 맞는 신영증권의 '플랜업12226'이다. 해당 ELS는 테슬라 주가가 기준가(436.23달러)의 100% 이상이어야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로, 현재 주가를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다만 하락 시 실물 인도 방식으로 테슬라 주식을 지급받아 즉시 손실 확정은 피할 수 있다. 기준가의 80% 미만으로 하락했을때 최초 원금의 80% 수준으로 테슬라 주식 실물을 지급하는 식이다. 하락시 최대 손실률을 20%로 제한해 하방 위험에 대한 보호장치가 구축된 셈이다.
미래에셋증권, 한화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도 마찬가지다. 모두 만기 시점까지 테슬라 주가가 400달러 이상으로 회복돼야 수익 실현이 가능한 구조다. 현재의 주가 수준을 감안하면 원금 방어조차 쉽지 않은 셈이다.
해당 ELS는 슈팅업형 구조로 불리는 상품이다. 슈팅업 ELS는 만기일 기초자산이 기준가의 100%를 넘어서면 상승률의 N%(상품마다 조건 다름)에 해당하는 수익을 지급한다. 다만 100%에 미달한다면 하락률만큼 손실이 발생하고, 손실분만큼의 실물 주식을 받을 수 있다. 고수익을 노릴 수 있지만 고위험에 노출된 만큼 테슬라 주가 급락에 더 큰 타격을 받았다.
반면 하나증권은 일반적인 스텝다운형 ELS를 주로 판매했다. 만기 수익조건은 75~80% 이상으로 상대적으로 완화됐으며 조기상환 기회도 더 많다. 그러나 테슬라 주가 낙폭이 커진 상태에서 만기 상환 가능성은 똑같이 낮은 상태다.
올해 안에 테슬라 주가 회복이 답이지만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증권가에서는 이미 테슬라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있다. 월가의 대표적 '테슬라 강세론자'인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 분석가 조차 최근 테슬라 목표주가를 기존 550달러에서 315달러로 43% 하향 조정했다. 그는 "미국의 대중국 관세 부과에 따라 중국 소비자들이 테슬라 대신 BYD, 니오, 샤오펑 등 중국산 전기차를 선택할 것"이라며 "브랜드 훼손으로 글로벌 수요 중 최소 10%를 상실했다"고 진단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슈팅업 구조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대신 수익 실현 구간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최근처럼 주가가 급락하면 손실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개별 종목 기반의 ELS는 구조를 충분히 이해한 뒤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