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한국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3.7배 수준입니다. 기업 실적이 현재 예측하는 수준으로 유지되는 가운데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면 코스피 6000포인트(대만 PER 21배 적용 시)도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가치투자 1세대로 불리는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은 29일 비즈워치와의 인터뷰에서 "이머징마켓 전체 12개월 선행 PER이 15.8배, 일본이 18배, 대만이 21배 수준인 데 반해 아직 한국은 13.7배 수준에 불과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코스피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주도로 매섭게 오르고 있다. 지난달 10일 3314.53포인트로 전고점을 돌파한 뒤 27일에는 4000선을 넘어섰다. 2021년 6월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다. '박스피'로 불리던 국내 시장이 구조적 상승기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즈워치는 코스피 4000 시대를 맞아 향후 주가 전망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실적과 정책 받쳐준다면, 코스피 6000도 가능"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은 현재 코스피 랠리의 배경을 △글로벌 유동성 장세 △반도체 분야의 약진 △신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으로 꼽았다. 그는 "글로벌 유동성 장세화의 동조화 현상이 강해지는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기업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며 "여기에 신정부의 상법 개정과 배당소득 분리과세, 세제 개편 실시 가능성 등 우호적인 여건이 함께 작용한 결과"라고 짚었다.
실적과 정책, 두 가지 전제 조건이 붙는다면 일본과 대만 증시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일본 PER(18배)을 대입한 코스피 수치는 5200포인트, 대만 PER(21배)을 적용하면 6000포인트에 다다른다.
이 의장은 "먼저 국내 기업 실적이 현재 예측하고 있는 수준만큼 나와야 한다"며 "이어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이 해소된다면 코스피의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고 짚었다. 특히 배당소득 분리과세 및 상속세율 인하 등이 이뤄진다면 주가 상승을 가로막는 디스카운트 요인이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다."AI 인프라 투자 현재 진행형"
현재 고공행진하고 있는 AI 반도체에 대한 분석은 어떨까. 반도체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이 빠르게 올랐다는 우려가 시장에서 나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이르다"고 입을 모았다. 코스피 단기 조정 가능성은 열어두면서도 큰 물줄기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김남호 타임폴리오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AI 인프라 투자는 현재 진행형"이라고 강조했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를 전문적으로 운용한다. 29일 기준 'TIMEFOLIO 미국나스닥100액티브'의 6개월 수익률은 66.07%로, 국내 여타 나스닥100 ETF 수익률(34% 수준)을 두 배 가까이 웃돌며 시장의 인정을 받았다.
김 본부장은 "글로벌 초대형 클라우드 및 플랫폼 기업들이 학습·추론용 데이터센터를 계속 증설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HBM(고대역폭 메모리), 고용량 서버 DRAM, 첨단 패키징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메모리 업체들이 글로벌 핵심 공급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기 업황 반등'보다는 '산업 구조 자체의 전환'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치솟고 있지만, 글로벌 빅테크와 비교했을 때 현재 주가가 높은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고태훈 에셋플러스자산운용 본부장은 "업계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영업이익 규모가 최대 8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현재 SK하이닉스 시가총액(397조원)과 비교하면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6~7배 수준"이라고 말했다. 나스닥 기업 중에서도 밸류에이션이 낮은 편으로 알려진 미국 마이크론의 PER도 26~27배 수준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 및 글로벌투자전략·OCIO센터장을 역임한 이선엽 AFW파트너스 대표도 "반도체 업종의 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일시적 조정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사이클이 끝나기 위해서는 반도체 부족 사태를 만회하기 위한 증설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그럴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반도체 랠리가 생각보다 길고 오래 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AI 반도체, 그 다음은?…"조선·방산·원전·K콘텐츠"
반도체 랠리가 지속하는 가운데 다음 바통을 이어받을 업종도 관심이다. 전문가들은 한 업종에서 다른 업종으로 돈이 이동하는 '순환매'보다는 '온기 확산'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특히 지금까지 AI 반도체와 초대형 성장주의 비중이 절대적이었다면 앞으로는 AI 이후 단계에 있는 업종에 관심이 쏠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남호 본부장은 조선·방산·원전 등 에너지 및 안보 인프라를 다음 주도 업종으로 꼽으면서 "조선과 방산은 단기 테마주라기보다는 사실상 전략산업화된 영역"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선은 LNG 운반선, 초대형 선박 등 고부가가치 영역에서 한국 업체의 수주력이 다시 입증되고 있다"며 "방산은 지정학 변화 이후 방위산업 수출이 구조적으로 열려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과 함께 원전·SMR(소형모듈원전), 발전설비, ESS 같은 전력 인프라가 AI의 2차 수혜로 시장에서 인식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선엽 대표 역시 "반도체부터 시작해 전력기기와 원자력, 방산과 조선 등으로 온기가 뻗어나갈 수 있다"며 "만약 반도체가 쉬어간다면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 등의 기대감에 따라 지주와 금융이 추가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통화 가치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금 가격 역시 급등에 따른 조정을 제외한다면 현재보다 오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태훈 본부장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실적 발표와 함께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를 늘릴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다는 코멘트가 이어진다면 주가도 좋은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 본부장은 또 현재 소외받고 있는 K콘텐츠 분야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현재 주목받고 있는 방산 등의 분야는 국가가 정책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이른바 정치적 변수가 큰 부분인데 반해 소프트웨어 분야는 국가가 나서서 막을 수 없는 분야"라며 "특히 미국에서 트렌드를 타고 있는 K뷰티와 K컨텐츠를 눈여겨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K뷰티의 매출액 성장률이 둔화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조정이 일었는데, 성장률이 높은 기업에 액티브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