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금융소비자보호 중심으로 금융감독을 전환하기 위해 방안 마련에 돌입했다.
실제 금융투자상품 판매과정에서 은행·증권사 등은 형식적으로 투자성향을 분석하고, 초고위험 펀드에 가입시키기 위해 투자성향을 변경하도록 유도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판매 과정에서 혹시라도 있을 주요 리스크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은 채 손실 위험이 없다고 강조하는 등 미흡한 설명·부당권유 문제도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에 금감원은 그동안 금융투자상품 판매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 상품 설계와 판매단계서부터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김승원·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금융감독원은 13일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 중심의 금융감독 전환을 위한 금융소비자보호 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개회사에서 "수조 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한 홍콩 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사례는 단기 경영성과를 위한 밀어내기식 영업행태와 내부통제, 리스크관리 체계 미비 등 소비자보호 시스템 문제가 여실히 드러난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찬진 원장은 "최근 일부 해외 부동산펀드에서도 유사한 형태의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는데 이러한 피해 사례는 금융회사가 상품 구조 설계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에서 환경변화와 이에 따른 손실위험 가능성을 충분히 반영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알기 쉽게 설명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이어 "현재 금감원은 정부의 금융소비자보호 기조에 발맞춰 소비자보호 중심의 금융감독 전환을 위해 다양한 쇄신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험선호도 낮은데도 가입시키려 투자성향 변경 유도
이날 '해외 부동산펀드 피해 사례와 판매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주제로 발표를 맡은 김세모 금감원 분쟁조정3국장은 "벨기에 펀드, 이지스 229호, 이지스 204호 등 주요 해외 부동산펀드가 부실화한 이유는 해당 금융투자상품 판매과정에서 문제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우리은행·국민은행 등이 판매한 벨기에 펀드는 약 909억원 규모로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빌딩의 장기임차권에 투자하는 금융투자상품이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악화로 인해 자산매각 지연 등이 발생했다. 대출 미상환으로 기한이익살실(EOD)가 발생했고 결국 선순위 위주로 부동산이 매각되면서 펀드는 전액 손실을 보았다.
이지스 229호(1875억원 규모)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빌딩에 투자한 금융투자상품 펀드다. 주요 임차인이 퇴거하며 공실이 증가, 마찬가지로 EOD가 발생하면서 펀드 전액이 손실을 예상하는 상황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빌딩에 투자한 이지스 204호(541억원 규모)도 대출금 전액 미상환을 이후로 배당이 중단됐고 자산을 매각하면서 결국 펀드는 청산했다.
김세모 분쟁조정3국장은 "분쟁조정 과정에서 민원인이 제기한 문제점을 살펴보면 금융투자상품 판매과정에서 형식적으로 투자성향을 분석하고 상품의 안정성만 강조한 채 주요 리스크에 대한 설명은 미흡하게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실제 금융투자상품 판매과정에서 투자자의 투자성향을 분석하는데 그 결과 위험 선호도가 낮음에도 초고위험 펀드에 가입시키기 위해 투자 성향 변경을 유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상품의 안정성만 강조하고 리스크에 대한 설명은 미흡했다. 벨기에 펀드 역시 정부가 임차한 건물이므로 공실 위험이 없다는 안정성만 강조한 채 임대차 계약 해지, 선순위 대주의 자산매각 가능성 등 핵심 위험을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세모 분쟁조정3국장은 "원금에 문제가 생길 일은 없다는 강조도 했다"며 "안정적인 임대 수익만 강조하고 원금 손실 가능성은 없다고 단정적으로 설명하면서 부당권유 금지 원칙을 어긴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상품 설계단계부터 개인투자자 눈높이에 맞춰야
이러한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금융투자상품 설계·판매 단계부터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금융투자상품 설계·판매 단계에서의 책임성 강화 방안을 주제로 발표를 맡은 박시문 금감원 자산운용감독국장은 "펀드의 생애 주기별로 감독을 해야 한다"며 "해외 부동산 펀드 등 고위험 펀드의 상품 설계 과정에서 위험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인식하는 내부 관리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시문 자산운용감독국장은 "펀드를 설계하면 증권신고서를 작성해 제출하는데 이 과정에서도 눈높이를 철저히 개인투자자에 맞춰 펀드신고서에 투자위험을 기재해야 한다"며 "가령 핵심 투자위험 및 시나리오 분석 결과를 펀드신고서에 상세히 기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권신고서를 심사하는 금감원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시문 국장은 "증권신고서를 심사하는 금감원도 고위험 펀드에 대한 집중 심사, 핵심위험 기재 심사 등을 통해 투자자가 중요위험을 제대로 파악하도록 감독해야 한다"며 "개인투자자 관점에서 투자위험 기재가 적정한 지를 살펴봐야 한다"도 강조했다.
펀드 판매 과정에서도 제조사와 판매사가 역할을 분담해 금융투자상품의 위험내용을 투자자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시문 국장은 "제조사와 판매사 간 투자위험 분석내용의 인식과 전달이 불충분하다"며 "이로 인해 제조사와 판매사 간 책임을 떠넘기는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국장은 "투자위험을 인식한 그대로 투자자에게 안내하고 판매사에겐 감시자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며 "아울러 제조사와 판매사 간 공동책임도 부과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도 금융투자상품 설계 및 판매 과정에서 금융소비자보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에 공감했다.
김광중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변호사는 "대만의 투자자보호센터는 상장사의 주식을 1주씩 보유하면서 주주대표소송이나 이사책임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추고 있다"며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매우 획기적인 제도를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이정두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아직도 투자자와 금융소비자라는 용어를 쓸 때마다 혼동이 있다"며 "금융소비자에는 단순한 개인투자자도 있지만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투자자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자자가 다양한 지위를 가지고 있는 만큼 자본시장 특성에 맞는 소비자 보호 원칙 자체를 정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ELS는 일반투자자에게 판매할 만한 적정한 상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발행사와 판매사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품이고 구조가 복잡할수록 발행 수수료가 높아지는 구조인 만큼 이러한 이점 때문에 금융기관이 ELS를 적극적으로 설계하고 판매한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벨기에 펀드 피해자 대책위원회 대표는 "투자에 자기책임 원칙이 따른 다는 것을 알지만 판매자들이 이 상품을 얼마나 이해하고 팔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며 "상품 판매과정 자체가 부실한데 자기책임 원칙을 강조하는 것은 모순적"이라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