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이번 달 홈플러스의 대주주 MBK파트너스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을 진행한다. 검찰이 수사 중인 유동화증권 사기발행 사건과는 별개로 MBK가 업무집행사원(GP)으로서 불건전 영업행위를 했는지를 두고 제재 수위를 심의한다.
금감원이 직무정지를 포함한 징계안을 사전통보한 것으로 알려지며 시장에서는 논란도 번지고 있다. GP에 이같은 중징계를 추진하는 것이 최초이기 때문이다.
이번 제재심의 핵심 쟁점은 홈플러스가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RCPS)의 상환조건을 변경한 조치가 국민연금 등 출자자(LP)의 이익을 훼손했는지 여부다. 금감원은 SPC(한국리테일투자)가 보유한 RCPS의 상환권 조정으로 SPC의 투자자인 국민연금이 투자 회수 기회를 잃을 위험이 커졌다고 보고있다. 반면 MBK와 일부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조건 변경을 홈플러스만의 이익을 위한 행위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금감원의 해석에 의문을 제기한다.
'RCPS 상환조건 변경' 왜 문제 삼나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말 MBK에 중징계안을 사전통보했다. 금감원은 MBK가 제출한 답변서를 검토한 뒤 이달 중 제재심에 착수한다.
금감원은 올해 3월 홈플러스 기업회생 사태 직후 MBK가 단기신용등급 하락을 인지한 상태에서 유동화증권을 발행했는지를 조사하고 관련 정황을 검찰에 넘겼다. 이후 지난 8월에는 강제조사권을 가진 금융위원회와 함께 MBK 본사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MBK가 GP로서 투자자 모집·운용 과정에서 충실한 역할을 했는지, 특히 국민연금 등 LP들이 권리 상실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는지를 집중 점검했다. 당시 시장에선 MBK가 홈플러스가 발행한 RCPS의 상환조건을 변경하면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LP들의 변제순위가 밀렸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유동화증권 사기발행은 검찰에 수사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금감원이 이와 관련해 행정조치에 나서긴 어렵다. 이 때문에 금감원의 이번 징계는 자본시장법상 GP 영업행위 준수의무 위반 여부에 초점이 맞춰졌다.
홈플러스 경영권 지배구조를 간단히 요약하면 MBK의 기관전용 사모펀드(PEF)→한국리테일투자(SPC)→홈플러스로 정리할 수 있다. 이때 RCPS는 두 종류가 존재한다. 하나는 SPC가 발행하고 국민연금이 투자한 것(아래그림 ①), 다른 하나는 홈플러스가 발행하고 SPC가 보유한 것(아래그림 ②)이다. 이 중 MBK가 GP로서 상환권에 손을 댄 RCPS는 홈플러스가 발행하고 SPC가 보유한 것이다.
MBK는 지난해 2월말 신용평가사로부터 홈플러스 단기신용등급을 'A3'에서 'A3-'으로 내릴 것이라고 사전 통보를 받았다. 이에 홈플러스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홈플러스가 발행한 RCPS의 상환에 대한 재량권을 회사(홈플러스)만 갖도록 변경했다. RSCP 보유자인 SPC가 상환권을 홈플러스에 넘긴 셈이다. 상환의무에서 자유로워진 홈플러스는 RCPS를 부채에서 자본으로 재분류했다. 이 조치를 통해 홈플러스의 부채비율은 1408.6%(작년 11월 말 기준)에서 약 500%까지 낮아졌다. 그러나 신용평가회사는 신용등급 하락 결정을 바꾸지 않았고 홈플러스는 결국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MBK가 RCPS의 상환권을 포기한 행위가 궁극적으로 SPC에 투자한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쳤다고 보고 있다. 국민연금은 홈플러스에 두 갈래로 투자했다. 블라인드펀드 3-2호를 통해 295억원의 보통주를 투자하는 동시에 SPC가 발행한 RCPS 5826억원을 인수했다.
국민연금이 직접 돈을 댄 RCPS의 상환조건은 바뀌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국민연금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 SPC의 유일한 투자자산이 홈플러스인데, SPC가 상환권을 포기하면서 홈플러스로부터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됐다. 그렇다 보니 연쇄적으로 국민연금이 투자한 RCPS 역시 SPC로부터 상환받지 못할 위험에 놓인 것은 맞다.
이에 금감원은 MBK가 LP의 수익을 뒷전으로 두고 GP로서 책임을 다해 펀드를 운용하지 않았다고 본다. 자본시장법과 집합투자재산을 운용할 때 정당한 이유 없이 일반적인 거래조건을 벗어나는 불공정한 조건으로 거래하거나 특정 PEF나 투자목적회사의 이익을 해치면서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법적으로 GP(MBK)가 임의적으로 해도 된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LP(국민연금) 입장에서 굉장히 큰 금액을 투자했고 결과적으로 피해를 받을 수 있는데 LP를 의사결정 과정에서 패싱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거래를 이어갈 파트너이기에 업계에선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신용등급 하락 막으려 했는데 LP 이익 훼손?
반면 금감원의 논리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상당하다. 우선 PEF 구조상 GP는 규약과 계약 범위 내에서 자산가치 보존을 위한 주요 판단을 독자적으로 내릴 수 있다. 즉 LP의 동의를 얻지않고 바꾼 것과 관련해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MBK 측은 투자자산(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락을 막으려는 목적이었기에 LP의 이익을 침해한 것이 아니라고 강력히 맞서고 있다.
MBK는 지난달 23일 입장문을 통해 "홈플러스 우선주 상환권 조정은 기업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로, 결과적으로 국민연금을 포함한 모든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GP의 운용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도 상환권 변경만으로 GP가 선관의무를 어겼다고 보긴 애매하다는 평가를 내린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조합의 규약이나 RCPS의 인수계약서 범위를 침범하지 않는다면 GP의 권한으로 상환조건을 변경할 수 있다"며 "누가봐도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부만 양보했다면 종합적으로 봤을 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인수금융이 완전히 상환되지 않으면 SPC가 상환권을 행사해도 국민연금에 자금을 돌려주는 것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도 근거로 든다.
MBK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발행한 RCPS를 상환할 수 있는 조건은 홈플러스에 배당가능이익이 있거나 차입금을 다 갚는 것"이라며 "SPC가 RCPS를 갖고있도 부채비율만 높아지기 때문에 상환조건을 바꾼 것이고, 상환조건을 변경하더라도 LP에 실질적인 피해를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 투자와 관련해 말을 아끼고 있는 국민연금도 이 점을 인지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3월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홈플러스 투자 역시 인수금융이 전액 상환을 완료돼야 RCPS 상환이 가능하도록 계약이 체결됐다"며 "(2월 말 기준 홈플러스에) 선순위 차입금이 남아있어 한국리테일투자(SPC)가 발행한 RCPS의 상환권 행사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힌 바있다.
이번 사안은 GP의 재량적 판단과 LP 이익 보호 의무가 충돌할 때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지 가늠하는 사례가 될 전망이다. 금감원 제재심이 MBK의 행위가 자산가치 보존을 위한 정당한 재량으로 평가할지, 아니면 LP 이익을 침해한 불건전 영업행위로 판단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 1일 기자단담회에서 MBK파트너스에 사전 통보한 직무정지(영업정지) 징계안에 대해 "살펴봤는데 크게 문제된 부분은 발견하지 못했다"며 "다만 제재심 논의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안과 별개로 국민연금이 홈플러스 투자에서 자금을 얼마나 회수할지는 향후 홈플러스 인수가격에 달렸다. MBK가 '인가전 M&A'를 지원하기 위해 보통주 무상소각 선언하면서 국민연금이 보유한 보통주 가치는 0원이 됐다. 홈플러스 새주인과 책정하는 가격에 따라 RCPS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가 결정된다. 다만 최근 홈플러스 M&A 본입찰에 아무도 참여하지 않으면서 회수 여부와 시기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