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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에 어른대는 노키아 그림자

  • 2013.09.11(수) 11:31

신비주의 없고 혁신 사라져
노키아 전철 밟을까 우려

애플이 작년 9월 이후 1년만에 신형 아이폰을 선보였으나 시장 반응은 예전 같지 않다. 제품 사양이나 외형 디자인이 행사 몇달 전부터 해외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등에서 알려졌던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발표회 직전까지 철통 보안으로 신비주의 전략을 고수했던 애플다움은 온데간데 없었다. 스티브 잡스 시절, 프리젠테이션 말미에 잡스가 ‘한 가지 더(One more thing)’를 외치며 기발한 제품으로 청중을 흥분의 도가니로 넣곤 했던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잡스 사후에도 혁신이 이어질 수 있을까", "스마트폰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는 신흥 시장에서 승자가 될 수 있을까". 잡스가 2년 전에 세상을 떠난 이후 애플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나온 질문들이다. 하지만 이날 공개한 저가형 아이폰5C는 시장을 설득할만한 뭔가를 내놓지 못했다.

 

가장 관심을 모은 세계최대 이통통신업체이자 중국 이통사 차이나모바일과 판매 제휴 발표가 없었다. 중국 시장에 승부수를 띄우겠다며 제품명도 중국(China)을 상징하는'5C'로 지었으나 정작 유통 채널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전일대비 2.3% 하락하면서 장을 마쳤다.

 

이날 발표회에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아이폰) 사업이 너무 커져 아이폰5 후속모델은 하나가 아닌 두개를 투입하게 됐다"고 저가형 제품 투입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그동안 애플은 발표회 때마다 하나의 아이폰만 공개했는데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2개를 동시에 내놓았다.

 

아이폰은 애플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 제품. 새로 내놓은 저가형 '아이폰5C'는 다양한 색상 등으로 소비자 선택폭을 늘려 흥행 실패 위험은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애플다운 혁신은 전혀 볼 수 없게 됐다.

 

외신에서는 혁신이 사라진 지금의 애플에서 노키아를 떠올리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 노키아 디자이너 프랭크 누오보가 최근 호주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했던 "스스로 구축한 것을 지키는데 여념이 없다보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어려워진다"라는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한때 휴대폰 업계를 주무르던 노키아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인수된 것처럼 첨단 정보기술(IT) 업계에선 기술력이 떨어지면 성장 엔진도 멈출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스마트폰 시대 강자 애플도 노키아와 비슷한 경로를 걷고 있는 것 아닌지 염려스럽다는 지적도 내놨다.


애플 주가는 작년 9월 아이폰5를 내놓을 당시 700달러를 정점으로 고꾸라지면서 올해에는 400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최근 500달러 전후로 움직이고 있다. 애플이 노키아와 같은 그저그런 기업으로 남을지 아니면 스스로 개척한 혁신의 길을 계속 걸을 지에 따라 주가 방향이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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