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양효석 기자] 지난 2001년 이후 12년만에 언론에 모습을 드러난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구글·페이스북 등 글로벌 회사들과 경쟁하려면 적어도 국내기업들이 역차별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장은 25일 오후 일본 도쿄 라인(주)에서 열린 '라인(LINE) 가입자 3억명 돌파' 기념행사 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네이버 태생시 강자는 야후코리아 였고, 정부가 도와준게 아니라 우린 기업대 기업 경쟁에서 이기고 올라왔다"면서 "바라건데 적어도 (국내에서 한국기업들이) 역차별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페이스북이 현재 한국에서 얼마나 강한지 알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기업들이 공정하게 경쟁하도록 (정부가) 해주는 일은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밖에서 보면 네이버가 1등을 이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린 매년 다시태어나고 위기를 넘기고 있다"면서 "과거 'NHN이 편해서 직원들이 회사를 조기축구회처럼 생각한다'고 언급했던 것도 PC시대 1등에 안주해선 안된다는 의미에서 했던 말이다"고 설명했다.
이 의장은 "라인 사업을 하면서 배운 것이 있다"면서 "마지막 절박함이 있을 때 (사업에서) 성공한다. 저는 실패 끝에, 절박함 끝에 마지막으로 시도한 것이 성공한게 대부분이다"고 설명했다. 이 의장은 5년전 부터 한국과 일본을 매월 오가면서 라인 개발을 위해 노력했다. 지난 2011년 일본대지진 때에도 일본에 있으면서 공포감을 느꼈는데, 그럼에도 끝까지 남아서 밤새워 만든게 라인이라는 후문이다.
이 의장의 비유에 따르면 라인의 가입자 3억 돌파는 '계란에 바위치기'와 같은 일에서 시작됐다. 서비스 사업으로 다른 나라에서 자리잡는게 어렵다는 뜻이다. 이 의장은 라인 개발 과정에서 때론 괴로워 직원들과 술도 많이 먹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삼성이 해외사업을 잘하기도 하는데 하드웨어가 아닌 서비스업에서 성공사례가 나온 것은 힘들다"면서 "골프의 '박세리 효과' 처럼 라인의 사례가 다른 벤처기업들에게도 도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라인의 경쟁자는 중국의 위쳇이다"면서 "이 기회를 잘 살리지 못하면 안되는데 하는 스트레스가 많다"고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가입자 수 기준으로 보면 미국 페이스북(12억명), 중국 위쳇(4억7000만명), 미국 왓츠앱(3억5000명, 실사용자 기준)에 이어 라인은 글로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4위에 해당한다.
이와함께 이 의장은 10년뒤 네이버의 모습을 묻는 질문에 대해 "IT산업이 너무 빨리 바뀌어 5년뒤 어떤 모습일지 에측 불가능하다"고 밝힌 뒤 "다만 회사가 잘 생존하려면 크기 보다는 속도와 집중력이 더 중요하고 최근 점점 더 작게 집중하는 추세인 만큼, 그런 전략에서 네이버와 네이버엔터의 분사를 결정했고 다행히 투자자들이 좋게 봐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의장은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은둔의 경영자'라는 소문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저는 기술이나 서비스에 관심 많고 대외활동 하는 일에는 좀 부족하다고 본다"면서 "저와 다른 것을 잘하는 경영진을 영입해 힘을 합치는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는 서비스를 잘 만들고 해외사업 잘하는데 집중할 것"이라며 "샴페인을 좀 일찍 터뜨린 감도 있지만 라인 가입자 3억이면 나름대로 의미있는 성과가 아닌가 해서 오늘 이 자리에 나왔다"고 밝혔다.
또 적은 지분으로 강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배경에 대해서도 "처음부터 지분이 많지 않았다"면서 "다만 회사 만들어 지금까지 해왔고 좋은 사례들이 나와 직원들이 신뢰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