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장의 주류가 고가폰에서 중저가폰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자 제조사들이 소맷자랏에 숨겨온 비즈니스 전략들을 속속 꺼내고 있다. 이 공략 전술들은 달아오르는 시장 열기 만큼이나 과감하고 비장감이 스며있다.
현재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중저가폰 시장에 접근하는 방법은 제조사 수 만큼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다. 하지만 이를 관통하는 두 갈래의 줄기가 있다. 한마디로 '쌍끌이' 대 '박리다매'다.
삼성전자와 애플 같은 선도 업체는 기존 전략폰보다 사양을 낮춘 미니 버전이나 변형 제품을 앞세워 기존 고가 브랜드 이미지의 훼손을 최소하면서 고가와 중저가 시장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 반면 모토로라와 노키아 등 과거 '휴대폰 명가'들른 기존 전략폰의 판매가를 급격히 떨어뜨리거나 아예 저사양폰을 주력으로 내걸고 중저가 시장에 올인하고 있다.
◇삼성 '미니 버전' Vs 애플 '투 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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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폰을 주력으로 하던 제조사들이 중저가폰을 다루기 위해선 단순히 제품 사양을 낮춰 가격을 떨어뜨리면 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요즘 말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가 좋은 알짜배기 제품을 만들면 되지만 이럴 경우 그동안 쌓아놓은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가 날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고가폰의 미니 버전을 내놓는 방식으로 중저가폰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고가에서 저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가격대 제품 라인업을 갖춰놓고 있는데, 여기에 고가폰의 축소판을 추가로 내놓고 있는 것이다. 미니 버전은 고가의 갤럭시 시리즈를 사고 싶지만 가격이 부담스러운 소비자를 겨냥해 만든 중저가 모델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갤럭시 시리즈보다 하드웨어 성능을 떨어뜨린 갤럭시S3 미니, S4미니를 출시했다. 내달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기기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선 갤럭시노트의 보급형인 '갤럭시노트3 라이트(Lite)'를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올해에도 차세대 주력 모델 갤럭시S5와 갤럭시노트4를 내놓으면서 파생 모델로 중저가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하던 애플은 고가와 중저가를 동시에 다루는 투트랙 전략으로 최근 방향을 바꿨다. 애플은 지난해 9월 신제품 발표회에서 프리미엄폰 '아이폰5S'와 이보다 가격을 낮춘 중저가폰 '5C' 두 가지를 함께 공개했다. 고가와 중저가 시장 모두를 노리는 '쌍끌이 전략'을 채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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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신형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이례적으로 중국을 1차 출시국에 포함하기도 했다. 중국 시장을 대하는 애플의 태도가 달라진 것을 엿볼 수 있다. 블랙과 화이트만 고집하던 것에서 벗어나 중국인이 좋아하는 황금색이나 형형색색의 아이폰 모델을 내놓기도 했다.
스티브 잡스 시절 애플은 ‘제품을 제대로만 만들면 값이 비싸도 소비자들이 구매한다’는 게임의 규칙을 만들었으나 고가폰 시대가 막을 내리자 대응 방식도 수정한 것이다.
과거 휴대폰 명가였던 모코로라와 노키아 등은 공격적인 가격 정책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부활을 위해 신흥국 시장을 정조준하면서 중저가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애플이 브랜드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가격 인하에 조심스럽다면 이들은 가격 정책에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경영난에 허덕이다 지난해 구글에 인수된 모토로라는 마진을 최소화하는 박리다매 전략을 승부수로 띄웠다. 삼성이나 애플처럼 대규모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부으며 제품 알리기를 할 수 없는 바에야 ‘싼 가격’에 방점을 찍겠다는 생각이다. 모토로라는 지난해 11월 신흥국을 겨냥해 만든 저사양의 '모토G'를 출시했다. 이 제품 가격은 통신사 약정계약 없이 179달러(한화 19만원)에 불과하다.

모토로라는 제품 가격을 후려치기도 한다. 모토로라는 이달초 고가폰인 '모토X' 16기가바이트(GB) 모델 가격을 통신사 약정없이 기존 550달러에서 399달러로 낮췄다. 이 제품은 경쟁 모델인 삼성전자 갤럭시S4와 비슷한 사양임에도 가격은 200달러 가량 저렴하다.
스마트폰 시장 대응 타이밍을 놓쳐 몰락한 노키아는 보급형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하며 회생의 발판을 만들고 있다.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MS) 품에 안긴 노키아는 지난해 11월 MS의 최신 윈도폰 운영체제(OS)를 탑재한 ‘루미아525‘를 공개했다. 이 제품은 중국 등 신흥국을 겨냥해 만든 199달러의 저가폰이다.
블랙베리 역시 프리미엄폰에 올인하던 전략을 접고 중저가폰으로 눈을 돌렸다. 존 첸 블랙베리 최고경영자(CEO)는 올해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전시회 'CES 2014'에서 "중국 폭스콘과 손잡고 200달러 이하 가격의 스마트폰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국내 스마트폰 업체 관계자는 "모토로라와 노키아 등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보니 가격을 크게 낮춰 중저가폰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 통할 수 있다"라며 "반면 삼성·LG나 애플 등은 기존 고급 이미지에 타격을 받을 수 있어 중저가폰에 올인하는 것이 어렵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