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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는 닌텐도.. 마리오처럼 다시 뛸까

  • 2014.01.21(화) 17:40

3년째 적자 예고..스마트폰 시대 낙오
인기 게임없어 사업부진..변신 예고

소니와 함께 세계 게임기 시장을 주도했던 일본의 닌텐도가 추락하고 있다. 지난 20일 일본 증시에서 닌텐도 주가는 한때 전 거래일(17일) 대비 19%나 밀리면서 지난 1990년대 이후 최대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주가가 속절 없이 밀린 것은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닌텐도는 지난 1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2013 회계연도(2013년 4월~2014년 3월)에 350억엔(한화 3568억원) 적자와 5900억엔(6조146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엔화 약세를 등에 업고 1000억엔 이상 영업이익과 9200억엔의 매출을 달성할 것이라고 선언했으나 호기로운 전망은 빗나간 셈이다. 이로써 닌텐도는 3년 연속 적자 늪에 빠지게 된다.

▲ 닌텐도는 3D 기능을 추가한 휴대형 게임기 3DS를 지난 2011년 출시했다.

 

닌텐도는 일본을 대표하는 고수익 기업 가운데 하나였다. 지난 2009년 금융위기에 따른 여파로 일본 소니와 도시바 등 주요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이 줄줄이 적자전환을 면치 못했으나 닌텐도는 가정용 게임기 위(Wii)와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 DS' 판매 호조를 보이며 그해(2009년 4월~2010년3월) 매출 1조4400억엔, 영업이익 5300억엔을 달성했다. '나홀로 호황'을 누린 것이다. 

 

닌텐도는 125년 전 고스톱 도구인 '화투'를 만들면서 성장한 업체다. 비디오게임 시장에 진출한 것은 30년 전인 지난 1983년. 당시 TV 게임기라는 개념이 생소한 시절 액정화면이 달린 게임기 '패미콤(패밀리콤퓨터)'을 내놨다. 패미콤은 '마리오'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게임 캐릭터를 통해 빛을 보면서 성공했다. 마리오 게임 역시 세계적으로 4000만개 이상 팔리면서 한 게임 타이틀로는 최다 판매 기록을 세웠다.

 

닌텐도 성공은 일부 매니아 영역이던 게임을 가족 모두 즐길 수 있게 만든 것에서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두뇌개발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닌텐도 DS(듀얼스크린)'. 이 게임기에서 제공하는 게임은 폭력성과 거리가 멀고 오히려 교육과 가까워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인기를 끌었다. 이 게임기는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를 끌어 아이를 둔 부모라면 게임기를 사주느냐를 놓고 고민했던 적이 많았을 것이다.

 

잘 나가던 닌텐도가 고전하고 있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휴대용 게임기의 강력한 경쟁자로 스마트폰이 부상했으나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스마트폰과 이를 이용한 인맥구축서비스(SNS)용 게임 등 단순하고 값싼 게임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닌텐도는 여전히 고가의 게임 판매에만 매달렸다는 것이다.

 

닌텐도의 사업 모델은 하드웨어(게임기)와 소프트웨어(게임 타이틀) 판매다. 게임기를 판매한 이후 여기에서 즐길만한 게임 타이틀을 지속적으로 내놓는 것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널리 퍼지면서 휴대용 게임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사업모델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닌텐도측은 "노(NO)"라고 답한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이 휴대용 게임기 시장에 영향을 주긴 하지만 시장 자체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닌텐도의 최신 휴대용 게임기 '3DS'는 최근 판매량이 줄지 않고 오히려 잘 팔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NPD에 따르면 3DS는 지난 한해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콘솔기기로 집계됐다. 3DS 시리즈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만 1150만대 이상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지난해 연말 쇼핑 대목을 노리고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신형 비디오게임기를 경쟁적으로 내놓았으나 12월 판매 대수 기준으로 가장 많이 팔린 게임기는 3DS였다.

 

이와타 사토루 닌텐도 사장은 지난 17일 간담회에서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게임기 시대가 종언을 맞는다는 것은 옳지 않다"라며 "게임 전용기 사업의 미래가 어둡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또 다른 부진 원인을 게임 타이틀의 부재에서 찾고 있다. 게임기 판매를 이끄는 원동력은 재미있는 게임 타이틀에서 나오는데 닌텐도 게임기에는 이렇다 할 인기 작품이 없었다는 것이다.


닌텐도는 지난 2012년에 차세대 가정용 게임기 '위(Wii) U'를 내놓을 당시 자체 게임 타이틀은 12개, 외부 타이틀은 13개에 불가했다. 이마저도 미국의 유명 게임개발사 액티비전이 자사 유명 총싸움게임 '콜오브듀티' 시리즈를 지원하지 않기로 하는 등 외부 개발사들의 참여가 저조했다.

 

외부 개발사가 닌텐도에 몰리지 않는 것은 게임기가 너무 고사양화되다 보니 여기에 맞춰 게임을 개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위U는 현장감있는 고화질 영상을 볼 수 있게 하는 등 전작보다 사양이 크게 향상됐다. 게임 개발사들이 이에 맞추려면 개발비도 많이 들고 개발 기간도 오래 걸린다.

 

고사양의 게임을 정기적으로 내놓으려면 매번 수백억원의 개발비와 수백명 규모의 개발 인력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저렴하고 단순한 게임이 주류인 스마트폰 게임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대작 게임 개발 환경을 유지하기 점점 어려워 지고 있다.

 

닌텐도는 지금의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해 대대적인 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닌텐도는 오는 30일 사업 전략을 발표할 예정인데 무선인터넷(와이파이)을 활용해 게임을 유통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 대규모 구조조정을 할지도 관심이다. 닌텐도의 전체 인력은 지난해 9월말 기준 5195명이다. 세계적인 게임업체인 미국의 일렉트로닉 아츠(EA)사 직원수가 9370명임을 감안하면 적은 편이나 고정비용을 줄이기 위해 고강도 감원에 나설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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