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미국에서 삼성전자를 상대로 벌였던 1차 소송의 항소를 취하하기로 했다. 오랜 기간동안 삼성과 법정 다툼을 벌여온 탓에 피로가 누적된데다 소송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마침 두 회사가 상대방에 대한 소송을 하나둘씩 거두고 있어 화해 무드로 돌아서기 위한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28일(현지시간) 독일의 특허전문 블로그 '포스페이턴츠'에 따르면 애플은 삼성전자에 대한 항소를 취하한다는 내용의 문건을 이날 미국 항소법원에 제출했다.
애플은 지난 2011년 4월 삼성전자가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미국 법원에 제소, 이른바 '세기의 소송'이라는 법정 다툼을 시작했다. 이에 미국 법원은 지난 3월 '삼성이 애플에 9억2900만달러(한화 약 1조원) 배상금을 물라'고 판결하면서 3년을 끌어온 1차 소송이 일단락됐다.
하지만 두 회사는 1심 판결에 불복해 나란히 항소했다. 애플의 경우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미국 시장내 영구 판매금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항소하기로 했으나 결국 이를 취하한 것이다. 애플은 과거에도 법원에 비슷한 요청을 두 차례나 했으나 거부당한 적이 있다.
포스페이턴츠에 따르면 두 회사는 지난 달에도 미국 연방 항소법원에 국제무역위원회(ITC) 판정에 대한 항소를 나란히 취하했다. ITC는 작년 8월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 두 건을 침해했다고 판결하면서 갤럭시S와 갤럭시탭 등의 미국 내 수입금지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수입금지 판정에 해당하는 제품이 현재는 팔리지 않는 구형인 것을 감안해 두 회사는 항소를 취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항소를 해봤자 패소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법원이 받아들인다 해도 판매금지에 해당하는 제품이 구형 모델이라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란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두 회사가 소송전에서 힘을 빼고 있어 장기간 끌어온 특허전쟁을 매듭지으려는 의도 아니냐고 보고 있다. '결사항전' 태세로 소송에 임하던 과거와는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포스페이턴츠를 운영하는 특허 전문가 플로리안 뮐러는 "두 회사가 최근 2년 동안 새로운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을 뿐더러 법정 소송에 따른 피로가 점차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두 회사가 화해 분위기로 돌아섰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애플이 미국 법원의 1차 판결에 대한 항소를 취하했으나 같은 건으로 항소를 제기한 삼성은 아직 별 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삼성전자측은 애플 등으로부터 공식적으로 항소 취하 사실을 전달받지 않아 현재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