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소송전으로 날선 대립각을 세웠던 삼성전자와 애플이 화해 분위기로 돌아서는 모습이다. 두 회사가 미국을 제외한 세계 9개국에서 벌여온 특허전을 모두 중단키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다만 주요국이자 아직 소송이 진행 중인 미국을 제외했다는 점에서 화해를 위해서라기 보다 미국 소송전에 더욱 집중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6일 두 회사는 공동으로 "삼성전자와 애플은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 벌여온 모든 특허분쟁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가 두 회사간 특허 라이센싱 협의와 관련된 것은 아니며 미국에서의 특허 소송은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철회 조건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지난 2011년 미국에서 시작해 한국과 일본, 독일 등 세계 10개국 법원에서 특허 침해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이번 합의로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9개국에서의 소송전은 모두 없던 일로 마무리 짓게 됐다.
두 회사가 화해 분위기로 돌아선 것은 최근 들어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애플은 미국에서 삼성전자를 상대로 벌였던 1차 특허소송의 항소를 취하했다. 두 회사는 지난 6월에도 미국 연방 항소법원에 국제무역위원회(ITC) 판정에 대한 항소를 나란히 거둬들이기도 했다.
이를 보도한 독일의 특허전문 블로그 '포스페이턴츠'는 양사가 오랜 기간 법정 다툼을 벌여온 탓에 피로가 누적된데다 소송에서 이겨봤자 대부분 구형 모델을 대상으로 벌여온 싸움이라 큰 이득이 없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일부에서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지루한 법정 다툼을 끝내고 화해하는 것 아니냐고 전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합의가 주요 '전쟁터'인 미국을 제외했기 때문에 화해 수순에 돌입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미국은 여전히 주요 스마트폰 시장이라 두 회사 모두 한치의 양보를 할 수 없는 요충지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이 내린 1심 판결에 대한 항소를 아직 거둘 의사를 내비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합의는 미국 특허전에 더욱 공을 들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 외 소송에서 승리해봤자 크게 이득을 보지 못할 것으로 보고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힘을 분산시키지 않고 한 곳에 모은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유럽 일부 지역에서 애플에 승소하기도 했으나 표준특허를 무기로 경쟁사 제품판매 금지를 요청했다는 이유로 유럽연합(EU) 경쟁당국으로부터 반독점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아울러 EU 집행위원회로부터 "최대 183억달러(약 19조5000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는 경고를 받는 등 애를 먹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