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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vs.애플]①세기의 특허전쟁, '停戰' 임박

  • 2013.07.31(수) 11:31

2년 넘게 이어온 '세기의 특허소송전'
엎치락뒤치락 혼전 양상..美무역위 판결 주목

삼성전자와 애플이 벌이는 특허 다툼은 한편의 미드(미국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각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소송전은 무수히 많은 에피소드로 이어지는 미드 전개 방식과 닮았다. 판결 내용이 뒤집히면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줄거리도 최종회를 확인해야 결말을 알 수 있는 미드의 성격과 유사해 보인다. 두 회사가 치르고 있는 '세기의 특허전'은 2년 넘게 이어지면서 혼전 양상이다. 소송 초기에는 양측이 장군멍군을 주고 받는 식으로 희비가 엇갈리는 듯했으나 갈수록 이해득실을 따지는 게 어려울 정도다. 소송전의 흐름을 짚어보고 주요 쟁점을 정리해본다.[편집자 주]

애플-삼성 특허소송전의 쟁점은 스마트폰의 디자인과 기술, 서비스 등을 상대방이 베꼈느냐 여부다. 삼성과 애플은 이를 놓고 각각의 안방인 한국과 미국은 물론 주요 스마트폰 시장인 유럽과 아시아 지역 사법당국에 판단을 맡겼다.

 

사건은 애플이 지난 20011년 4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법원에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된다. 애플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아이폰 디자인과 사용자환경(UI) 등 16건의 상표권과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삼성도 기다렸다는 듯이 한국과 독일, 일본 법원에 "애플이 삼성의 통신 특허 5건을 침해했다"며 제소했다. 삼성은 애플의 경쟁업체지만 부품을 납품하는 입장이어서 소송을 덮을줄 알았는데 정공법을 택한 것이다. 이후 두 회사는 호주,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 이탈리아 등 9개 국가 법원으로 전선을 확대하면서 특허 공방전을 펼치게 된다.

◇ 디자인vs.통신특허..서비스로 확대

소송 초기에 애플과 삼성이 상대방을 공격하는 무기는 각각 디자인과 통신 특허였다. 디자인면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애플은 삼성 스마트폰이 아이폰 모양과 비슷하게 생겼다며 걸고 넘어졌다. 애플이 주장하는 디자인 특허 침해는 크게 스마트폰 외형, 아이콘 모양 및 배열 방식, 메모·전화·책넘김 등이다. 

 

애플은 삼성 스마트폰의 둥근 직사각형 모서리, 외곽을 둘러싼 테두리(베젤), 정면의 사각형 화면, 화면 상단의 좌우 스피커 구멍, 정면 하단의 원형 버튼이 아이폰을 모방했다고 주장했다.

 

아이콘의 생김새나 배열도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정사각형의 디자인이 판박이라는 것이다. 아이콘을 지그시 눌러 다른 위치로 옮기는 방식도 같다고 주장했다. 화면을 끝까지 내리면 위로 튕기며 끝부분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바운스백' 등도 쟁점이 됐다.

이에 대해 삼성은 휴대폰 사업을 통해 오랫동안 쌓아올린 통신 기술로 응수했다. 데이터 전송시 전력소모를 줄이고 전송 효율을 높이는 HSPA(고속패킷전송방식) 통신표준 특허, 데이터 전송시 수신 오류를 줄이는 WCDMA 특허, 휴대폰을 데이터 케이블로 PC와 연결해 무선 데이터 통신이 가능하게 하는 특허 등을 애플이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다툼의 쟁점은 이후 서비스 전체로 확대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애플의 영상통화 서비스 '페이스 타임'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고 미국 법원에 추가 제소했다. 애플 역시 지난 5월 삼성전자의 신제품 '갤럭시S4'를 소송 대상에 추가하면서 자사 음성인식 '시리', 그래픽 사용자환경(GUI) 등을 따라했다고 주장했다.

 

◇ 소송전 혼전 양상..보호주의 판결 논란

소송 초기에는 각국 판결이 대부분 애플에 유리하게 나왔다. 애플은 지난 2011년 독일(뒤셀도르프)과 네덜란드(헤이그), 호주(뉴사우스웨일스), 2012년 미국(새너제이) 법원에서 삼성 전략 제품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 명령을 이끌어냈다. 반면 삼성은 지난해 네덜란드(헤이그) 법원으로부터 사실상 승소 판결을 받았으나 아이폰 판매 금지 명령까지는 얻어내지 못했다.

반전이 잇따르기도 했다. 삼성이 항소하자 삼성에 불리했던 각국 재판부의 명령이 취소되기도 했다. 삼성이 애플의 디자인을 침해했는지 여부를 가리는 본안 소송에 가서는 오히려 애플이 패소하기도 했다. 영국 법원은 지난해 10월 특허소송 항소심에서 삼성 손을 들어주면서 애플에 "삼성이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광고할 것을 명령하기도 했다.

엎치락 뒤치락하며 혼전에 빠진 특허전이 전환점을 맞은 것은 한국 법원 판결과 미국 배심원 평결이 동시에 나온 지난해 8월24일이다. 한국 법원은 삼성과 애플 모두에 쌍방 특허침해를 인정하면서도 애플이 제기한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실상 삼성 손을 들어준 것이다. 반면 미국 배심원단은 삼성이 애플 특허 6건을 침해했다며 약 1조2000억원을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한국과 미국 재판부가 '팔이 안으로 굽는 식'의 판결을 내놓은 것이다. 양국 재판부가 자국 기업을 지나치게 관대하게 대했다는 비난 여론이 쏟아지고 이는 곧 '보호주의'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러자 미국 재판부는 배심원 평결 이후 내린 최종 판결에서 삼성에 원래 부과한 손해배상액 가운데 절반 가량을 삭감하는 등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 美 무역위 이번주 판결 '분수령'

삼성과 애플의 특허소송 무대가 법원만은 아니다. 두 회사는 미국 무역위원회(ITC)에도 특허 침해 소송을 각각 걸어놨다. ITC는 미국 내 제품 수입금지 권한을 갖고 있는 준(準) 사법기관이다.


ITC는 미국 관세법 337조에 따라 미국에 수입되는 물품이 특허를 침해했는지 여부를 판단하고 침해 제품에 대해선 대통령에게 수입금지를 권고할 수 있다. ITC의 결정에 따라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미국 사업의 운명이 갈릴 수 있다. 미국 기업인 애플 제품에 대해 미국 내 수입금지 조치가 가능한 이유는 애플이 대부분의 제품을 중국 팍스콘 공장 등 해외에서 생산(조립)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삼성과 애플의 특허전은 이번 주에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두 회사가 ITC에 신청한 제품 수입금지 판정이 연이어 나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ITC는 오는 8월1일(현지시간) 애플이 요청한 '삼성 스마트폰의 미국 수입 금지'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린다. 앞서 ITC는 작년 10월 삼성이 애플 특허를 침해했다고 예비 판정했으나 지난 1월과 5월 각 두 건씩 재심사 결정을 내려 전면 재심사 중이다.

아울러 8월3일에는 삼성이 ITC에 요청한 애플 아이폰의 미국 수입금지 조치가 시행될지 여부도 결정된다. ITC는 지난 6월초 애플의 구형 제품들이 삼성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규정하고 미국 내 수입금지 판정을 내렸다. 또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이 같은 내용을 권고했는데, 오바마 대통령은 규정에 따라 60일 이내 수입 금지 여부를 최종결정해야 한다. 8월 3일이 데드라인이다.

 

ITC의 결정을 통해 삼성과 애플 모두 미국 내 수입금지 결정을 받게 된다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양사가 막판에 극적인 대타협을 이끌어 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분쟁의 대상이 되는 양사 제품이 대부분 구형 모델이라 해당 제품의 수입이 금지된다 해도 큰 타격을 입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애플은 아이폰4와 아이패드2 등이, 삼성은 갤럭시S와 갤럭시S2, 넥서스10 등이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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