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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어려운 결정.. 이례적 거부권 행사

  • 2013.08.04(일) 12:17

ITC 최종판결 뒤엎은 이례적 결정..26년만에 처음
특허권 남용막기 위한 차원..보호주의 논란예고

미국 오바마 정부가 애플 특허침해에 대한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결정을 번복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대통령이 정치적인 이유로 ITC의 결정을 일부 변경할 수 있으나 아예 뒤엎은 사례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ITC는 미국내 제품 수입금지 권한을 갖고 있는 독립적 준(準) 사법기구다. 미국 정부가 ITC의 권고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지난 1987년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삼성전자의 컴퓨터 메모리칩 관련 소송에서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26년만에 있는 일이다. 오바마 정부의 이번 결정은 노골적인 자국 기업 편들기 아니냐는 보호무역주의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ITC가 수입 및 판매 금지 명령을 내린 애플 제품은 아이폰4와 아이패드2 3G 등 대부분 구형이다. 오바마 정부가 ITC 결정을 받아들인다 해도 애플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미치지 않을 일이었다. 자유무역주의를 표방해온 오바마가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애플 손을 들어준 것은 애플이 미국 경제를 견인하는 거대 정보기술(IT) 업체인 만큼 대통령으로서 어려운 고민을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미 대통령 직속기관인 무역대표부(USTR)의 마이클 프로먼 대표는 "표준특허를 보유한 자가 이를 통해 경쟁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잠재적 손해'를 끼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거부권을 행사한 것에 부담을 느낀 듯 "이번 결정은 ITC의 판결이나 분석에 대해 동의하거나 비판하는 것과는 다르다"라며 삼성이 법원을 통해 권리를 계속 주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미 정부가 ITC의 결정을 뒤엎으면서 내세운 논리의 핵심은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으로 특허 라이센스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이른바 `프랜드(FRAND)' 규정이다. 즉 표준특허를 보유한 자(삼성)가 무리하게 다른 업체(애플)에 특허권을 요구해 제품 생산을 막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에서 통신 관련 표준특허를 둘러싼 기업들간 분쟁이 잦아지면서 법원이나 ITC가 특허 침해를 주장한 기업의 손을 안이하게 들어주게 될 경우 특허권 남용과 경쟁 저하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정부가 이례적인 거부권을 발동한 것은 삼성 같은 기업이 ITC를 통해 경쟁사 제품 판매 금지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ITC에 신중한 판단을 하라고 신호를 보낸 것으로 읽힌다.

 

미 의회와 기업들의 전방위적인 로비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상원의원 4명은 최근 무역대표부(USTR)에 서한을 보내 애플 제품 수입금지에 대해 "신중하게 고려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미국 이동통신사 AT&T와 버라이즌도 무역대표부에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압박했다.

 

한편 오바마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함에 따라 오는 9일 ITC가 내릴 삼성의 특허 침해 제소 건에 대한 최종판결에 시선이 쏠린다. ITC는 당초 애플이 삼성을 상대로 낸 스마트폰 특허 침해 사건에 대한 최종판결을 지난 1일 내릴 예정이었으나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연기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에 ITC 최종 결정을 거부함에 따라 ITC가 내릴 삼성의 특허 침해에 대한 결론도 변수가 생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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