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바마 정부가 미국 내 애플 제품 수입을 금지한 국제무역위원회(ITC)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에 따라 애플은 중국 폭스콘 공장 등에서 생산한 아이폰4 등을 미국에서 계속 수입해 판매할 수 있게 됐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 대통령 직속기관인 미 무역대표부(USTR)의 마이클 프로먼 대표는 이날 4페이지 분량의 문서에서 애플 제품에 대한 ITC의 수입금지 및 판매유통 금지 명령을 승인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문서는 프로먼 대표가 어빙 윌리엄슨 ITC 회장에게 보내는 형식으로 돼 있다.
문서에서 프로먼 대표는 "공익에 비춰봤을 때 모바일 기기에 대한 기본 기술을 가지고 아이폰4와 아이패드2 3G의 수입을 금지한 결정은 부당하다"고 설명하면서 "표준특허를 보유한 자가 이를 통해 경쟁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잠재적 손해'를 끼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결국 미국 행정부가 ITC의 결정을 뒤엎으면서 내놓은 논리의 핵심은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으로 특허 라이센스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이른바 `프랜드(FRAND)' 규정이다.
표준특허를 보유한 자가 무리하게 다른 업체에 특허권을 요구해 제품 생산을 막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앞서 ITC는 지난 6월초 애플의 구형 제품들이 삼성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규정하고 미국 내 수입금지 판정을 내렸다. 또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이 같은 내용을 권고했는데, 대통령은 규정에 따라 60일 이내 수입 금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 여부를 USTR에 위임했고, USTR은 '60일 검토 시한' 마지막 날인 이날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입장을 정리해 ITC에 발송한 것이다.
오바마 정부가 ITC의 결정을 뒤엎으면서 애플은 아이폰4 등 제품을 미국 시장에 들여와 계속 판매할 수 있게 됐다.
미국 정부가 독립적 준사법기구인 ITC의 권고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지난 1987년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삼성전자의 컴퓨터 메모리칩 관련 소송에서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26년만에 처음있는 일이다.
프로먼 대표도 거부권을 행사한 것에 부담을 느낀 듯 "이번 결정은 ITC의 판결이나 분석에 대해 동의하거나 비판하는 것과는 다르다"라며 삼성이 법원을 통해 권리를 계속 주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애플과 삼성은 희비가 엇갈렸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애플측 대변인은 "이번 획기적인 결정에 대해 오바마 행정부에 박수를 보낸다"라며 "삼성이 특허 시스템을 악용하는 것은 잘못 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측의 대변인은 "이번 결정에 실망했다"며 "애플이 우리의 특허를 침해하고 라이센스 협상에 성실히 임하지 않았음을 인정한 ITC 판정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유감"이라고 밝혔다.
한편 ITC는 오는 9일 삼성이 애플의 특허 4건을 침해했는지에 대해 최종 판결을 발표한다. 앞서 애플은 ITC측에 삼성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 ITC는 지난해 10월 삼성 일부 제품이 애플 특허 4건을 침해했다는 예비판정을 내놓은 바 있다.
ITC는 원래 지난 1일 최종 판정을 내놓을 예정이었으나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판정 날짜를 9일로 미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