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르포] 23억짜리 'IoT 아파트' 가보니…

  • 2016.11.02(수) 16:56

SK텔레콤, 현대건설과 '지능형 스마트홈' 상용화
머신러닝이 집주인 생활패턴 학습해 맞춤 서비스

▲ /이명근 기자 qwe123@

 

아침에 일어나 안방 문을 열자마자 거실 조명이 자동으로 켜진다. 학습하는 기계 '머신러닝'으로 구현된 인공지능(AI)이 집주인의 기상 습관을 알고서 서비스한 것이다. 집주인의 출근 시간에 맞춰 커피 머신과 토스트기기도 자동으로 전원이 켜진다. AI 스피커는 속삭인다. "오늘은 비가 와요. 우산 챙겨가세요. 꼭이요."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 기술이 매매가 23억원 짜리 아파트에 들어갔다.

SK텔레콤은 현대건설과 함께 국내 최초로 상용화한 '지능형 스마트홈' 서비스를 2일 서울 도곡동 힐스테이트 갤러리에서 시연했다. 지능형 스마트홈은 개인별 주거생활 패턴에 맞게 IoT 서비스를 제공하는 머신러닝 기반의 시스템이다.

양사는 지능형 스마트홈을 지난달 서울 목동, 경기 평택 송담 힐스테이트 등 아파트 2000가구에 도입했다. 이번에 도입된 지능형 스마트홈은 스마트폰을 통해 '불꺼', '가스 잠가', '창문 닫아' 등 말만 하면 가전기기를 작동시킬 수 있고, 머신러닝이 집주인을 알아보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머신러닝은 거주민의 억양과 발음 습관 등을 스스로 학습해 95% 이상의 자연어 인식률을 갖췄다"며 "특히 '조명 꺼'라고 명령을 내리면 '어느 방 조명을 꺼 드릴까요?'라고 대답하는 등 대화형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사진=SK텔레콤]


머신러닝 기능은 집주인의 위치와 수면·이동 패턴 데이터를 분석해 필요한 서비스를 추천하거나 가전 제품을 작동시킬 수도 있다. 아토피를 앓고 있는 아이의 수면 패턴과 아이 방의 공기질을 분석해 적정 온도와 습도를 최적의 상태로 유지해 주는 식이다.

이날 시연 행사의 진행자가 130㎡(약 40평) 규모의 IoT 빌트인(붙박이) 아파트 모델 하우스에 들어서 스마트폰에 "귀가 모드 실행해줘"라고 말하자 실내 조명들이 일제히 켜졌다. 스마트폰 하나로 실내 가전뿐 아니라 집 밖의 아파트 공용 출입문, 엘리베이터, 주차장 등 공동시설도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폰 키 시스템' 덕분이다.

▲ 스마트폰이 가까이 가면 열리는 문이다. [사진=김동훈 기자]


스마트폰 키 시스템은 '스마트홈 앱'과 연동돼 거주민이 스마트폰만 휴대하고 있으면 별도의 비밀번호 입력 없이도 아파트 공동 출입문부터 집 현관까지 자동으로 지나갈 수 있게 해줬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현관 문 15미터 이내에 진입하면 사용자를 인지하고, 3미터 이내에 들어가면 문이 자동으로 열리는 식이다. 스마트홈 앱을 통해 엘리베이터 호출, 택배 수신 알람, 부재중 방문자 확인, 전기·수도 등 에너지 사용량 측정, 관리소 공지사항 알림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편리한 시스템이지만, 스마트폰 분실이나 해킹 시도가 발생하면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전문해커를 통해 보안 성능을 점검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했다"며 "보안은 경쟁사보다 두 발 세 발 앞서간다고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 분무기를 뿌리자 제습기가 자동 작동되는 모습이다.[사진=김동훈 기자]


IoT로 연결된 30여개 기기들의 자동 작동도 눈길을 끌었다.

행사 진행자가 분무기로 물을 뿌리고 선풍기를 틀자 가습기와 제습기는 실내 환경을 자동으로 파악해 작동을 시작하고 멈췄다. 베란다 문을 열면 센서가 이를 감지해 알려줬다. IoT 금고에 강한 충격을 가하자 거주자 스마트폰과 보안업체에 연락한다. 별도 비밀번호를 지정해두면 강도가 위협해 거주자가 직접 금고를 열게 될 때도 가족과 보안업체에 자동으로 연락할 수 있다고 한다.

▲ IoT 금고가 소개되고 있다.[사진=김동훈 기자]


부엌으로 이동해 가스레인지를 작동시키자 일산화탄소를 감지한 공기청정기가 가동을 시작했다. 정수기는 거주자가 외출하면 절전모드로 전환했다가 집에 돌아올 때는 재가동됐다. 텅빈 김치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당황하지 말고 냉장고에 부착된 버튼을 누르면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 김치를 자동 주문할 수 있었다.

▲ 김치냉장고에 부착된 버튼을 누르면 김치를 주문할 수 있다.[사진=김동훈 기자]


머신러닝은 거주자가 취침하는 시간에 하는 특정 행동을 학습해 자동으로 각종 전자기기, 가스밸브 등을 관리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SK텔레콤은 무료 서비스를 통해 스마트홈 저변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스마트홈 서비스를 2년간 무료 제공하고 이후 고객이 원할 경우 월 이용료 3000원을 받을 예정이다. 현재는 새로 분양되는 아파트에만 적용되고 있는 스마트홈 서비스를 기존 아파트에도 저렴한 비용으로 서비스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또 이번에 시연에 사용된 아파트는 매매가 23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고가 아파트 거주자에게만 IoT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파트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돈 있는 사람만 쓰는 서비스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LH공사 등 뉴스테이, 임대주택을 분양하는 건설사와 협력해 신혼부부, 독거노인 등에게도 다양한 IoT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날 시연 행사에 쓰인 130㎡(약 40평) 규모의 IoT 빌트인(붙박이) 아파트 모델 하우스. [사진=김동훈 기자]


향후 SK텔레콤은 별도의 스마트폰이나 허브 없이도 모든 IoT 기기를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지능형 스마트홈을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나 영화 볼래'라고 말하면 스마트홈이 개인의 영화 시청 패턴을 분석해 커튼이 닫히고 조명 조도를 조절해 주는 식의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양사는 2016~2017년 분양 예정인 힐스테이트 아파트 2만9000가구에도 지능형 스마트홈을 추가 공급하기로 확정했다.

조영훈 SK텔레콤 홈(Home) 사업본부장은 "양사는 지속적 협력과 신뢰를 바탕으로 입주자가 만족하는 스마트홈 서비스를 지속 공급할 계획"이라며 "SK텔레콤의 음성인식,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주거 생활 전반을 획기적으로 바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안방 문 상단에 설치된 센서가 출입문의 개폐 상황을 파악해 취침, 기상 모드 등을 제어한다.[사진=김동훈 기자]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