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사를 중심으로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 전용망 표준 경쟁부터 서비스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IoT 시장의 쟁점이 무엇이고, 우리 생활에서 무엇이 달라질 수 있는지, 서비스 보편화를 위한 전제 조건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편집자]
▲ 그래픽: 유상연 기자 prtsy201@ |
맞벌이 남편인 호들갑씨는 아내 태연희씨에게 다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가스! 주전자 끓이던 가스, 안 끄고 나왔어." 아내는 태연자약하게 한마디. "끌게." 남편은 재차 호들갑이다. "오늘 출근한 거 아냐?" 아내는 말한다. "오빠, 우리 집 IoT 아파트잖아. 스마트폰으로 가스 끌 수 있어." 펄펄 끓던 주전자는 잠잠해진다.
오프라인 쇼핑을 즐겨하는 나득템씨. 그가 홍대의 한 의류매장에 들어서자 스마트폰으로 이벤트 상품쿠폰이 전송됐다. 매장에 설치된 IoT 기술이 나씨의 쇼핑 성향을 파악해 취향에 맞는 쿠폰을 보낸 것이다. 또 그가 매장을 나설 즈음엔 인근 매장에서 사용가능한 카드·쿠폰도 알려줬다. 시간·장소·목적에 맞는 쿠폰과 이벤트를 골라 제공함으로서, 고객의 시간과 노력을 최소화시키고 경제적 혜택을 극대화시켜 준 것이다.
◇ IoT, 일상생활부터 산업현장까지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이 아파트 같은 생활 공간에 들어서고 있다. 인터넷으로 사물과 사물을 연결하는 IoT 기술이 구현하는 서비스는 이미 등장했다. 귀가하기 전, 스마트폰을 클릭해 원격으로 보일러를 미리 가동하고, 집에 도착해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현관문이 자동으로 스스륵 열린다. 이윽고 거실 조명과 공기청정기가 자동으로 켜지는 식이다.
학습하는 기계 '머신러닝'으로 구현된 인공지능(AI)이 IoT를 만나면 더욱 현란한 서비스가 가능하다. 집주인의 생활 습관을 파악해 출근 시간에 맞춰 커피 머신을 가동하고, 주말에는 커튼과 로봇 청소기가 알아서 움직인다.
IoT는 생활 영역뿐만 아니라 산업현장에서도 '안전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한다. SK텔레콤이 대우건설과 아파트 건설현장에 구축하고 있는 '스마트 건설 솔루션'이 대표적이다.
이 솔루션은 IoT 네트워크와 IoT 플랫폼인 씽플러그(ThingPlug)를 기반으로 지능형 CCTV, 가스 센서, 진동 센서, 화재 감지 센서 등을 설치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위험상황을 감지하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한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 시장성 확인…규모의 경제 '관건'
쓰임새가 많은 IoT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뿐 아니라 ICT 기업들의 새로운 먹거리로 급부상하고 있다. 아파트와 같은 생활 공간, 산업현장 등 주로 B2B(기업 간 거래) 영역에서 구체적 비즈니스 모델이 발견되면서다. B2B 시장은 한번 거래가 성사되면 대규모 수익 발생이 한 번에 이뤄지고 장기간 유효하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시장성은 이미 확인되고 있다. 통신3사의 IoT 가입자 수가 올해 1∼10월 중 20% 성장했을 정도다. 7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의 IoT 가입 회선 수는 10월 현재 총 456만2089건으로 올해 1월 377만5049건보다 20.84%나 증가했다.
업체별로는 SK텔레콤 198만3113건, KT 139만6260건, LG유플러스 118만2716건 순이다. 연초 대비 성장률은 KT 27.56%, LG유플러스 19.85%, SK텔레콤 17.08% 순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이 1위를 수성하면서 200만 가입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고, 2·3위 업체들의 공세가 강하다.
특히 다양한 사물과 사물을 연결하는 서비스 특성상 규모의 경제가 유리하다는 점에서 시장 선점은 사업성패의 갈림길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근주 SK텔레콤 전략기획부문장은 최근 분기 실적 발표 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IoT의 경쟁력은 생태계 구축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다양한 파트너사와 함께 내년까지 1000개 신규 서비스를 내놓고 10개 이상의 서비스를 글로벌 시장에 진출시켜 2018년부터는 본격적인 수익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