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은 고(故) 스티브 잡스 공동 창업자가 지난 2007년 첫 모델을 선보인 이후 올해로 10주년을 맞는다. 출시 열돌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어느 때보다 강력한 성능과 혁신적인 기능을 갖출 것이란 전망이 쏟아진다.
아이폰 시리즈 처음으로 액정화면장치(LCD)가 아닌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탑재해 디자인이 한 차원 개선될 뿐만 아니라 3D 카메라를 사용한 안면인식, 차세대 증강현실(AR) 등 혁신적인 기능을 탑재할 것이란 예측이 대표적이다.
역대 아이폰 가운데 가장 기대를 걸 만한 제품이라는 점에서 고정 소비자인 애플 팬은 물론 신규 수요가 창출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올 하반기 프리미엄폰 시장에서 맞붙을 갤럭시노트8(삼성전자)과 V30(LG전자)이 신형 아이폰의 공세를 얼마만큼 방어할 지가 관심이다.
◇ 잡스가 디자인한 신사옥서 발표회
애플은 다른 제조사와 마찬가지로 신제품 발표 직전까지 일체의 정보를 노출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 해외 정보기술(IT) 매체 사이에선 10주년 기념폰에 대한 윤곽이 거의 드러난 상태다.
애플은 오는 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있는 신사옥 애플 파크(Apple Park)에서 신제품 발표 행사를 갖는다. 스티브 잡스가 마지막으로 디자인한 것으로 알려진 이 신사옥은 통유리로 둘러 쌓여 있고 중심부는 거대한 안뜰이 자리해 멀리서 보면 마치 우주선이 착륙한 것과 비슷하다.
제품 프리젠테이션은 잡스의 이름을 붙인 스티브잡스 극장(Steve Jobs Theatre)에서 개최된다. 이 자리에서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10주년 기념폰을 공개할 전망이다.
외신에 따르면 이날 애플은 3종류의 아이폰을 선보인다. 10주년 기념폰인 '아이폰X'와 직전 모델을 일부 업그레이드한 '아이폰7S'와 '7S플러스'가 각각 베일을 벗을 전망이다.
당초 10주년 기념폰은 전작(아이폰7)의 다음 제품이라는 의미에서 아이폰8이란 이름을 붙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최근엔 '엑스(X)'란 명칭이 유력하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 디자인, 삼성·LG 최신폰과 비슷?
애플은 역대 모델 가운데 아이폰X 디자인에 가장 신경을 썼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이폰 처음으로 휘어진(플렉시블) OLED 패널을 탑재해 디자인이 획기적으로 달라졌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앞 뒷면은 모두 유리로 덮혀 있으며 앞면은 테두리(베젤) 크기를 최소화한 '베젤리스(bezel-less)' 디자인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화면 크기는 5.8인치이며, 아이폰의 상징인 홈버튼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품 크기 자체는 전작인 아이폰7(가로 67.1mm, 세로 138.3mm)과 비슷하지만 테두리를 줄여 화면 크기는 아이폰7 플러스(5.5인치)와 비슷할 것으로 알려졌다.
OLED는 유리 기판을 사용하는 LCD와 달리 플라스틱을 사용하기 때문에 디스플레이를 휘거나 가장자리를 곡면으로 처리할 수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를 비롯해 LG전자도 최신 전략폰 V30에 OLED를 탑재해 매끈한 디자인을 완성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의 IT전문 매체 더 버지(The Verge)는 아이폰X가 삼성전자 갤럭시S8이나 갤노트8 및 LG전자의 최신작과 비슷한 디자인으로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얼굴인식·증강현실 기능 '눈길'
아이폰X의 또 다른 특징은 기존 지문 기반 터치 ID 센서가 아닌 전면 상단에 있는 3D 카메라를 통한 얼굴 인식 기능이다. 즉 디스플레이에 얼굴을 갖다 대는 것만으로 간단히 잠금을 해제할 수 있다.
3D 카메라는 얼굴 인식 기능 뿐만 아니라 사용자 얼굴 표정으로 3D 이모티콘을 만드는 기능도 가지고 있다. 얼굴 표정을 추출해 유니콘이나 돼지 등의 재미있는 이모티콘을 생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품 가격은 다소 비싸게 책정될 전망이다. 아이폰X는 역대급 사양을 자랑하는 프리미엄폰에 걸맞게 출고가격이 최소 1000달러(원화 약 113만원)부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64GB, 256GB, 512GB 옵션으로 출시될 것이 유력하다.
이는 전작인 아이폰7의 기본 가격인 649달러 보다 1.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아이폰7 플러스(최소 769달러)에 비해서도 비싸다. 다만 아이폰X와 함께 나올 아이폰7S는 649달러, 아이폰7S 플러스는 769달러에 그칠 전망이다.
외신들은 가격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애플이 1000달러 아이폰으로 고객 충성도를 시험한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을 인용해 "애플이 부품가격 상승으로 특별판 아이폰 가격을 1000달러 이상으로 높일 것"이라고 소개했다.
경제전문 포브스도 "OLED 디스플레이 모듈의 추가 비용 때문에 LCD보다 40~50달러 정도 가격이 비쌀 것"이라고 설명했다.
◇ 갤노트8·V30과 정면승부 예고
신형 아이폰이 오는 12일 공개되면 열흘 안에 제품 판매가 시작될 전망이다. 통상 애플은 아이폰 공개 이후 열흘 정도 지나 제품을 출시하지만 아이폰X는 초기 부품 공급 문제 등으로 다소 늦춰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이폰7S와 아이폰7S 플러스가 나온 이후에나 시장에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애플과 삼성전자·LG전자의 프리미엄폰 시장 경쟁은 최소 내달부터 본격적으로 펼쳐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15일 하반기 전략폰 갤럭시노트8을 국내를 비롯한 북미 시장에, LG전자는 21일에 V30을 국내 시장에 우선 내놓을 예정이다. LG전자는 V30의 북미 시장 진출 시기를 내달 경으로 잡고 있다.
현재로선 갤노트8과 V30의 초반 반응이 나쁘지 않다. 갤노트8은 역대 노트 시리즈 가운데 초반 흥행 성과가 가장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예약판매 첫날 신청 수량이 39만5000대에 달해 전작인 갤럭시노트7의 전체 예약판매 기록(13일간 38만대)을 뛰어넘었다.
미국에서도 지난달 24일 사전판매를 시작한 뒤 10일까지 같은 기간 기준으로 역대 시리즈 가운데 가장 높은 사전판매량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갤노트8의 국내 출고가는 64GB 모델이 109만4500원, 256GB 모델은 125만4000원이다. 미국에서는 64GB 언락폰 기준으로 929달러로 아이폰X의 추정 출고가보다 다소 낮게 책정됐다.
듀얼카메라와 오디오 성능을 강점으로 내세운 V30은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수를 걸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 제품의 국내 출고가는 94만9300원(64GB)으로 정해졌다. 아울러 128GB 모델인 V30플러스는 99만8800원으로 갤노트8보다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미국에서 V30의 출고가는 700달러대 후반에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역시 아이폰X에 비해 저렴한 수준이다.
다만 아이폰X의 흥행 파괴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신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달 출시 예정인 아이폰은 외형적인 변화로 애플 고객의 교체수요 또는 신규 수요가 기대된다"며 "OLED 디스플레이로 물리적인 홈버튼을 제거한 전면 디스플레이를 채택하고 5.8인치 모델 추가로 다양한 가격대 라인업을 형성하면서 전체 ASP(평균판매단가) 상승으로 매출, 이익 증가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