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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윤 환원시킨 색다른 방법 '고민의場 만들다'

  • 2017.11.27(월) 16:28

네이버문화재단 후원 '열린연단' 올 마지막 강연 마쳐
새로운 시대 도약케 한 인물사상 통해 혁신 느끼게해

▲ 지난 25일 한남동 블루스퀘어 북파크 카오스홀에서 진행된 2017 열린연단 마지막 강연모습

 

"평소 릴케의 시를 접하기가 쉽지 않은데 오늘 교수님의 낭독과 해설까지 곁들이니 마음이 풍성해지는 것 같습니다"

40대 주부 김지혜씨는 우연히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열린연단에서 강연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발견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결혼한 김씨는 "가정을 돌보느라 평소 문학작품을 접하기 쉽지 않았는데 누구나 신청만 하면 강연을 들을 수 있다고 해 고민없이 참석했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토요일. 요란한 천둥번개 소리와 함께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씨에도 많은 사람들이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홀을 방문했다. 이날은 네이버 문화재단이 후원하는 '열린연단: 문화의 안과 밖' 2017년도 마지막 강연이 열렸다. 20대 대학생부터 70대 어르신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90여명의 청중이 강연장을 찾았다.

이날은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영문학)가 '릴케, 시로 읽는 오늘'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는 '두이노의 비가'나 '오르페우스에게 부치는 소네트' 등 대작을 남긴 독일 시인이다. 

 

김 교수는 "많은 분들이 강연장을 찾아주셨다"며 "오늘 릴케의 시를 긴 시간동안 충분히 하나하나 다 읽어볼 것"이라고 말하면서 강연을 진행했다.

강연이 시작되자 청중들은 차분한 분위기에서 김 교수에 집중했다. 열린연단은 매 강연마다 강연내용이 정리된 책자를 배포하는데, 대다수 청중들은 책자를 꼼꼼히 읽으며 강연에 참여하고 있었다.

이날 김우창 교수는 직접 릴케의 시를 낭독한 뒤 청중들에게 시의 의미를 해석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릴케의 시를 보면 음조, 음운 등이 참 잘 되어 있다"며 "시는 반드시 시상이 있어야만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운만 있어도 시를 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예정된 강연은 90분이었지만 이날은 10분이 초과됐다. 하지만 자리를 뜨는 청중들은 한 명도 없었다. 강연 뒤에는 김우창 교수, 유종호 문학평론가, 문광훈 충북대 교수(독어독문학)의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 역시 90분으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35분을 더 진행했다.

▲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의 강연을 듣고 있는 청중들


김우창 교수의 대학원 제자라는 김명숙씨는 "교수님이 열린연단 강연을 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왔다"며 "다양한 연령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생각하고 시를 읽는 자리라 더 유익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열린연단의 강연은 지난 2014년부터 시작됐다. 매년 34~50회로 강연을 구성해 우리 사회 대표 지성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지난 2014년에는 '오늘의 시대에 대한 문화적 성찰'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고, 2015년에는 '플라톤·마키아벨리·공자·맹자 등 동서양 고전읽기' 강연이 이어졌다. 지난해에는 윤리를 주제로, 올해는 과학자와 철학자, 종교가와 문학가 34인을 선정해 그들의 사상과 이론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김우창 교수의 이번 강의는 열린연단의 올해 마지막 강연이었다.

열린연단 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우창 교수는 “이번 강연은 과감한 사회 변화의 요구에 보편적인 공론의 목소리를 낸 것”이라며 “앞으로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고 동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깊이있게 살펴볼 수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청중들이 무료로 강연을 들을 수 있는 데에는 네이버 문화재단의 힘이 크다. 네이버 문화재단은 지난 2005년 강원도 정선 예미초등학교에 우리학교 마을도서관 설립을 시작으로 각종 문화진흥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비영리 단체다. 문화재단 사업은 대중과 문화예술 창작자들이 서로 소통하고 누구나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의 평등을 제공하기 위해 시작됐다.

열린연단 강연뿐만 아니라 인디뮤지션의 라이브 콘서트를 지원하는 '온스테이지', 젊은 예술가 소개 코너인 '헬로! 아티스트', 청소년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인 '리드미' 등을 후원하고 있다.

네이버 문화재단 관계자는 "올해 강연에서는 한시대의 닫힌 울타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로 도약을 가능케 한 과학자, 철학자, 종교가, 문학가 34인을 선정해 그들의 사상과 이론의 바탕에 깔려 있는 혁신적 사유의 면모를 조명해보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비영리 공익 재단인 만큼 창작자 지원, 인문학 강연 등 문화진흥사업 전반에 대해 지원하고 있다"며 "내년에도 50회의 알찬 강연을 대중들에게 무료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내년도 열린연단은 1월6일부터 '동서문명과 근대'를 주제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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