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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업! 네이버]②"포털이 웹브라우저 만든 이유는…"

  • 2017.03.30(목) 15:24

웨일로 편의성·경쟁력 강화, 구글·MS와 '승부'
서비스 곳곳에 인공지능(AI) 녹여, 경쟁력 'UP'

검색포털 네이버가 인터넷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자율주행차, 로봇, 인공지능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초에는 연구개발(R&D) 조직을 떼어내 별도 법인을 설립했고, 최근 전문 경영인에서 기술 전문가로 '세대교체'를 이루는 등 테크(tech)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해 조직 및 경영틀을 재편했다. '인터넷 서비스'라는 껍질을 깨고 기술 플랫폼 기업으로 체질개선에 나선 네이버의 행보는 세계 최대 ICT기업 구글(현 알파벳)의 전략과 궤를 같이 한다. '제2의 창업'을 각오로 미래에서 먹거리를 찾고 있는 네이버의 움직임을 살펴봤다. [편집자]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한 도구인 웹 브라우저(Web Browser)의 기능은 그동안 매우 제한적이었다. 인터넷 페이지 표시, 즐겨찾기, 탭 기능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네이버가 지난 14일 출시한 웹 브라우저 '웨일(WHALE)'이 기존 공식을 깼다.
 
▲ 네이버 웨일의 '퀵 서치(quick search)' 화면 [사진=웨일 블로그]


웨일 화면으로 영자신문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왔다. 'unravel'이라는 단어를 찾고 싶어 클릭한 건 새로운 창이 아니었다. 웨일의 사이드 바에 있는 '퀵 서치(quick Search)'기능이다. 굳이 새 창을 열지 않아도 읽고 있는 화면에서 모르는 단어를 찾을 수 있다.

웨일은 기본 기능에서 벗어나 시간, 계산기, 달력, 환율, 증권 정보까지 웹브라우저 하나에 모두 녹였다. 중요한 내용은 간단하게 메모할 수 있다. 인터넷 화면만 열던 웹 브라우저가 만능꾼이 된 것이다. 모두 네이버 자회사인 네이버랩스가 개발한 인공지능(AI) 기술이 접목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 사람이 맞추던 시대서 사람에 맞추는 시대로

 

웹 브라우저 시장은 인터넷 익스플로러, 구글 크롬, 파이어폭스 등으로 이미 포화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네이버가 웹 브라우저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이유는 무엇일까.

네이버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만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웹 브라우저에 접속해야 한다. 1차 통과문인 셈이다. 네이버가 웨일을 내놓은 건 바로 사이트의 기반이 되는 웹 브라우저가 그만큼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자사 서비스와 웹브라우저를 결합하면 검색업체의 한계를 넘어 네이버 자체의 경쟁력을 더 강화할 수 있겠다는 전략이 깔려있다. 

실제로 웨일이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는 네이버의 기존 서비스와 연결된다. 퀵 서치도 네이버 검색과 바로 이어지며 사이드바에는 지난해 출시한 번역기 '파파고(Papago)'도 바로 사용 가능하다. 웨일을 이용하는 사람은 무조건 네이버의 기존 서비스와 연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 네이버 웨일의 옴니태스킹(Omnitasking) 화면 [사진=웨일 블로그]


여기에 기존 웹브라우저와 차별화를 둔 점이 바로 인공지능 기술이다. 네이버는 웨일을 홍보하며 '날 위한 세심한 배려'라는 모토를 내세웠다.

웨일은 네이버랩스가 연구해 온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에 맞춘 웹브라우저 환경을 제공한다.

많은 기능 중에서도 '옴니태스킹(동시작업)'은 웨일이 내세우는 가장 핫한 기능이다. 새로운 탭을 추가하지 않아도 하나의 창에서 두 개의 창을 동시에 볼 수 있다.

기존에는 네이버 쇼핑에서 '곰인형'을 검색한 뒤 원하는 상품을 클릭하면 새 창이 뜬다. 검색된 목록을 보려면 새 창을 끄거나 탭을 이용해 기존 페이지를 눌러야 한다. 하지만 웨일의 옴니태스킹을 활용하면 왼쪽에는 검색목록창과 오른쪽에는 클릭한 특정 상품 페이지를 동시에 보며 작업할 수 있다.  

또 사람의 말소리처럼 자연스럽게 본문을 읽어주는 음성 기술, 키보드 없이 음성만으로 글자를 입력할 수 있는 기능도 지원된다. 인터넷 창에서 쉴 새 없이 뜨는 팝업(pop-up)도 한쪽으로 모아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다.

네이버 웨일팀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맥과 리눅스 버전의 웨일을 개발 중이며 올 상반기 중 홈페이지와 블로그에 공개하고 하반기에는 웨일의 모바일 브라우저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네이버 곳곳에 자리 잡은 인공지능

 

네이버는 현재 인공지능 기술에 사활을 걸고 있다. 자체 사이트에서도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들을 제공한다.  

지난해 네이버는 모바일에서 제공되는 이용자 맞춤형 '라이브(Live) 검색' 서비스를 내놨다. 그동안 라이브 검색이라는 이름의 별도 탭을 구성해 운영했지만 지난 2월부터 이를 없애고 기본 검색페이지에 서비스를 녹여냈다. 

 

▲ tvN드라마 '도깨비'를 검색한 사람들이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네이버 공식 블로그]


대표 서비스가 '대화하기(Talk)' 기능이다. 가령 드라마 도깨비를 시청하면서 검색하면 똑같이 도깨비를 검색하는 사람들과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검색이 급증하는 단어들을 자동으로 분석하는 기술이 적용됐다.

연예인들의 스케줄을 체크하는 '스타 타임라인' 기능도 제공된다. 드라마 방영 일정, 콘서트 일정, 깜빡 잊고 놓친 방송 프로그램 등이 타임라인 형식으로 서비스된다. 딥러닝 기술을 적용해 네이버가 보유한 해당 연예인의 뉴스기사, 이미지, 텍스트를 탐색해 시간 순으로 묶는다. 

네이버쇼핑에서도 인공지능 기술을 즐길 수 있다. 이용자가 검색한 제품과 비슷한 색상, 모양 등을 분석해 유사한 제품을 추가적으로 보여준다. 가령 이미지를 보고 인공지능이 '보헤미안'이라는 단어를 찾고 다시 그 단어를 통해 보헤미안과 관련된 제품들을 검색해 이용자에게 추천해준다.

 

▲ 네이버쇼핑 '스타일 추천' 기술의 원리 [사진=네이버 공식 블로그]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의 이미지 분석 기술의 우수성은 지난해 인공지능 국제대회인 'VQA(Visual Question Answering) 챌린지' 부문에서 2위를 차지했다"며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이용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추천기능'을 가진 인공지능 기술 '에어스(AiRS·AI Recommender System)'도 네이버 블로그 마이피드와 네이버TV 등에 적용되고 있다. 마이피드를 통해 이용자들은 지인들의 새 소식, 새로 구독한 콘텐츠에 대한 알림을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다. 네이버TV도 이용자들의 콘텐츠 소비패턴, 개인별 관심사를 분석해 다른 콘텐츠를 자동으로 추천해준다.

네이버의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은 음성영역에도 뻗어있다. 지난 2일에는 인공지능 대화형 엔진 '네이버i(아이)'를 출시했다. 인공지능 비서역할을 하며 뉴스 읽기, 번역, 앱 실행, 노래 제목 찾기 등의 기능이 지원된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2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초등학생 조카들만 봐도 타이핑보다는 애플의 시리(Siri)와 같은 음성인식 기능을 더 많이 사용한다"며 "나중에 이 아이들이 성장하면 타이핑은 아예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음성인식 기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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