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고 기다렸던 넷마블의 BTS월드가 드디어 공개됐다. '입덕' 3년차 아미로서 손꼽아왔던 순간이다. 내 아이돌을 내 손으로 직접 키울 수 있다니. 상상만으로도 뿌듯하고 설레는 일이지 않은가.
이에 과감히 '일코해제(일반인 코스프레 해제. 특정 연예인의 팬인 것을 드러내지 않고 일반인처럼 행동하는 것을 해제한다는 것을 의미)'를 선언하고, 이틀간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매니저로 투잡에 도전해봤다.
◇ "매니저님, 뭐해요?"
BTS월드는 사용자가 직접 매니저가 돼 방탄소년단의 데뷔에서부터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되기까지의 성장 스토리를 함께 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형 육성 모바일 게임이다. 출시 14시간 만에 글로벌 33개국 애플 앱스토어에서 무료게임 인기 순위 1위를 기록하며 빠른 흥행 레이스를 보이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데뷔일(6월13일)을 상징하는 6시13분이 되자 콘서트 초청 이벤트에 응모할 수 있는 문자가 도착한다. 멤버들에게 응원글을 남기면 콘서트 티켓에 당첨됐다는 창이 뜬다. 하늘의 별보다 얻기 어려운 방탄소년단 콘서트 티켓을 응원 한 마디에 받을 수 있다니. 현실이었으면 좋겠다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보라해'(방탄소년단 뷔가 아미들에 대한 팬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만든 말)라고 꾹꾹 적어냈다.
스토리는 콘서트에 가던 중 2012년으로 시간이 돌아가면서 시작된다. 한낱 팬에 불과하던 이용자는 한 순간에 매니저가 돼 멤버들을 직접 캐스팅한다.
가장 먼저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실제 데뷔 과정을 현실감 있게 풀어놓은 점이 눈길을 끌었다. 빅히트 오디션에 친구를 따라갔다가 우연히 응시해 합격했던 뷔와, 수많은 기획사 명함을 받았지만 RM에게 반해 빅히트를 선택한 정국의 사례 등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팬들이 가장 '심쿵'할 포인트는 아마도 '모바일' 기능일 것이다. 스토리를 따라가다보면 멤버들에게 전화가 오고 (녹음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멤버들과 메시지를 주고 받는 듯한 느낌도 받을 수 있다. SNS에 멤버들의 사진을 올리거나, 멤버들이 올린 SNS에 댓글을 남기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이 기능에서는 실제 멤버들의 평소 말투나 대화체 등을 가장 많이 확인할 수 있다. 최애 멤버에게 전화를 받는 것도 물론 설레는 일이었지만,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실제 단체 대화방에서 나눴던 내용을 그대로 재현하는 등 팬이라면 알만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어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멤버들이 스케줄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컨디션 관리를 해줘야하는데, 각 멤버들이 좋아하는 아이템을 다르게 설정해놓은 것도 세심해보였다. 예를 들면 평소 달달한 음식을 좋아하는 RM은 솜사탕, 고기를 주식처럼 먹는 석진은 스테이크, 팬들에게 '추억다람쥐'라고 불릴 정도로 사진을 많이 찍는 지민은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선물하는 방식이다.
그외에도 방탄소년단의 세계관에서 자주 등장하는 스메랄도 꽃으로 멤버들의 카드를 레벨업 시키는 것이나, RM과 제이홉의 데뷔 전 예명인 '런치란다' '스마일 호야' 등의 단어를 찾는 것도 소소한 재미였다.
◇ 과금을 부르는 달콤한 유혹
무엇보다 초반부터 레벨업 의지를 불태울 수 밖에 없던 것은 레벨 1-14까지 완료해야 미공개 타이틀곡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간 멤버들의 유닛곡이 차례로 공개됐지만, 멤버 전원이 함께 부른 타이틀곡인 'Heartbeat'는 28일 오후 6시 정식 공개돼 그 전까지는 게임 인트로와 메인 로비에서만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멤버들의 영상과 사진을 즐기면서 플레이하는 방식이다보니 게임의 속도감은 다소 떨어지는 느낌이다. 챕터가 진행될수록 한 퀘스트에 소모되는 날개(행동력)의 수가 많은데다, 친구에게 받을 수 있는 날개도 50개로 한정돼 있는 것도 답답했다.
그래서인지 게임을 진행할수록 '조금이라도 과금을 하지 않으면 플레이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특히 방탄소년단의 멤버가 아닌 일반인의 삶을 사는 각 멤버들의 이야기를 담은 '어나더스토리'에서는 게임 진행에 더 어려움을 느꼈다. 결국 '신입사원 패키지' 등 만원 이상 '현질(현금으로 게임 아이템 구매)'을 했다.
별다른 작동 없이 클릭만 하면 스토리가 진행되는 방식이라 재미도 덜했다. 간간히 대화를 선택할 수 있었지만 결과는 정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반적인 육성 게임과는 달리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성장한 BTS'라는 정해진 목표를 수행하는 게임이라는 점의 한계 같았다.
일반적인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전예약 보상이나 게임 출시 보상 등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도 이례적이다. 심지어 안정화 작업을 추가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정식 서비스 오픈 시간이 1시간 지연됐으나 이에 대한 보상도 지급되지 않았다. 이용자들 사이에서 아이돌 팬덤의 강력한 구매력에 의존한다는 불만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대해 넷마블 관계자는 "보상이 지급되는 것은 출시 시기보다는 업데이트나 장애로 인해 게임이 끊겼을 때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에는 공지를 통해 이용자들에게 사전 양해를 구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BTS월드의 경우 지금까지 우리가 출시했던 게임과 패키지 구성과 완전히 다르다"며 "게임을 처음 접한 유저들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해 소과금 위주로 캐주얼하게 플레이해 부담을 갖지 않도록 개발됐다"고 말했다.
◇ 처음은 호기심…지속성이 관건
"울애들 고생했다." 자칭 '찐아미'로서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이다. 스토리가 진행될 때마다 나오는 미디어 퀄리티들은 기대 이상이었고 양도 상당했다. 영상 같은 경우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바쁘게 활동하는 아이돌이 언제 이런 시간을 냈나 싶은 정도였다.
물론 방탄소년단의 1급 금지영상으로 꼽히는 '방연시(방탄소년단 연애 시뮬레이션)'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다소 항마력(손발이 오그라드는 글이나 사진을 보고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이 필요한 부분도 있었다. 일반인들에게는 큰 진입장벽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또 개인적으로는 게임 속 매니저의 대사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팬이 매니저가 되는 것이 기본 설정이라지만 때로는 매니저가 아니라 멤버들에게 집적대는 듯한 느낌이 나는 대사를 던지는 게 다소 거슬렸다.
그럼에도 기자는 이 게임을 당분간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팬들에게 단독으로 제공되는 영상과 사진 등 미디어의 힘은 강력하다. 처음 무료로 제공되는 5성 카드에 최애가 한 번에 나와 벌써부터 포기하기에는 아깝다. 어나더스토리에서 그려지는, 방탄소년단이 아닌 최애의 색다른 모습도 궁금하다.
BTS월드는 지난해 출시될 예정이었으나 완성도를 위해 두 차례에 걸쳐 출시를 연기했었다. 넷마블의 '야심작'으로 불리는 만큼 출시가 늦어질수록 호기심이 커졌던 것도 사실이다. 글로벌 아이돌 방탄소년단의 높은 인기가 넷마블을 성공 가도로 이끌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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