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카카오의 뮤직플랫폼 멜론이 주최하는 'MMA 2019(멜론뮤직어워드)'가 열렸습니다. MMA는 지난 2009년부터 시작된 대중음악 시상식입니다. 한 해 동안 국내 최대 뮤직플랫폼 멜론 회원들의 이용 데이터와 팬들의 투표 및 전문가 심사 등을 토대로 수상자를 선정해 아티스트와 이용자들에게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죠.
하지만 올해 MMA는 아티스트들의 완성도 높은 무대를 수용하기에 '벅차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는데요. 송출 지연 및 버퍼링, 가수 대기석 화면 송출 논란 등 문제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기존에는 방송 채널을 통해 시상식을 보여줬다면 올해는 모바일·온라인 플랫폼에서만 보여주면서 생겨난 문제들입니다.
전세계 K-POP 팬을 유튜브·카카오로 장악?
지난달 20일 카카오는 'MMA'의 중계를 카카오톡 #MMA탭, 멜론, 유튜브 1theK(원더케이) 채널에서 생중계한다고 밝혔습니다. '모바일 시대'로 변화하는 추세에 따라 모바일과 온라인 플랫폼에 보다 집중하겠다는 것이었는데요.
하지만 K-POP 팬들에게는 'TV 중계 없는 시상식'이란 전혀 환영받지 못할 선택이었습니다. K-POP '덕후'라면 고화질의 끊이지 않는 영상을 원하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거든요. 11년째 대중음악시상식을 열고 있는 멜론이 이들의 니즈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는 불만이 쏟아졌습니다. 시청할 수 있는 화질 또한 채널별로 720p, 1080p에 그쳐 이에 대한 비난도 이어졌죠.
당시 MMA는 팬들과 활발히 소통하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트위터 공식 계정을 통해 "영상 콘텐츠 소비 형태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며 "TV보단 OTT 시청에 익숙해진 시청 트렌드에 맞춰 기획 단계부터 NO TV로 진행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TV로 미러링해 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죠.
그러나 팬들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시청자들이 TV를 안 봐서 TV 중계를 안 한다고 해놓고, TV 연결법을 알려주는 건 뭐하자는 거냐"는 불만이 터져나왔습니다. 결국 MMA측은 해당 트윗을 삭제했습니다.
일본 TV에만 나오는 한국 대중음악시상식
이전까지 멜론이 모바일 방송 지원을 하지 않았던 것도 아닙니다. 작년의 경우 JTBC2 , JTBC4 TV 중계와 함께 멜론, 카카오tv, 원더케이 유튜브 채널에서 생중계를 진행했습니다. 자사의 채널 활용도를 높이려 이용자들의 불만을 초래했다는 평가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죠.
특히 이같은 불만은 이번 MMA가 일본에서는 TV로 중계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요. 일본의 음악 전문 채널 'MUSIC ON! TV'는 홈페이지를 통해 레드카펫과 본방송을 독점 생중계한다고 공지했습니다.
물론 해당 채널이 유료 채널이긴 했지만 다소 아이러니합니다. 한국의 대중음악시상식을 일본에서만 TV로 볼 수 있는 상황이니까요.
모바일 시대라더니…결국 '깍두기' 화질
비록 TV로는 볼 수 없더라도 시상식 중계에 문제가 없었다면 카카오가 진정한 모바일 시대를 준비한다는 칭찬을 받을 수 있었겠죠. 하지만 이날 시청자들은 '깍두기(화면이 깨지는 블록 노이즈 현상)' 화면을 보면서 잦은 버퍼링 현상을 견뎌야 했습니다.
특히 이날 시상식에서 4개의 대상 전부를 거머쥔 방탄소년단(BTS)의 공연이 시작되자 버퍼링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유튜브가 가장 지연이 심했고, 멜론과 카카오앱에서도 끊김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기자 역시 30분가량 진행된 공연을 시청하다 4번의 버퍼링을 참아야 했죠.
사실 이같은 상황은 이미 예견됐던 일입니다. 지난 4월 멜론은 오후 6시부터 1시간가량 모바일 접속이 되지 않았던 적이 있습니다. 카카오 측은 정확한 원인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날은 방탄소년단이 신보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Map of the soul: Persona)'을 발표한 날이었습니다. 팬들이 송출 오류를 사전에 우려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죠.
5시간 내내 감시? 대기석 촬영 결국 무산
논란은 이뿐이 아니었습니다. 카카오는 온라인과 모바일로 생중계를 진행한다고 밝히면서 'MMA 2019 톡 프리미엄 시청권'을 새롭게 소개했는데요.
톡 프리미엄 시청권을 보유하고 있으면 시상식 당일 생중계되는 메인 화면 및 아티스트 클로즈업을 비롯 공연장 내 출연자 대기석 등 총 11개의 다양한 화면을 원하는 대로 선택해 볼 수 있다는 것이 카카오 측 설명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TV로 중계하지 않는 대신 모바일의 특성을 살려 내가 원하는 각도에서 시상식을 관람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화면을 제공하겠다는 것인데요. 여기서 문제가 됐던 부분은 '공연장 내 출연자 대기석'입니다.
MMA가 진행될 동안 아티스트들은 본인들이 공연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공연장 한쪽에 자리한 대기석에 자리하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문제는 공연 시간이 짧지 않다는 것이죠. 이날 공연은 오후 7시부터 5시간가량 진행됐는데요. 아티스트들은 이 시간 내내 카메라 앞에서 불편한 옷을 입고 긴장한 상태로 무대를 지켜봐야 하는 셈입니다. 일반적인 직장인의 상황에 대입해보면 근무하는 모습을 CCTV로 촬영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에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대기석을 촬영하는 것이 아티스트 인권 침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는데요. 카카오는 이를 의식하듯 본방송에서 별다른 공지 없이 대기석 화면 3개를 제외한 8개의 화면만 제공했습니다. 방송이 나가던 도중 '현장 중계 사정으로 대기석 화면 제공이 어렵다'는 공지를 내놨죠.
톡 프리미엄 시청권은 카카오가 선보인 리워드 프로그램인 '카카오콘'을 사용하는 방법으로 사전 신청을 받았는데요. 대기석 송출이 무산된 후 카카오는 모든 사용자에게 카카오콘을 재적립해줬습니다.
카카오 관계자는 "기획사와 대기석 촬영 앵글도 다 협의가 됐던 부분이었지만 현장 사정으로 화면 제공은 되지 않았다"며 "자세한 상황은 모르지만 여러 돌발 상황이 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올해 중계는 모바일·온라인 차원을 더 강화하려는 시도였다"며 "올해 이용자들의 반응을 수렴, 내년에 반영함으로써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습니다.
MMA는 대중음악계에서 인정받은 시상식 중 하나입니다. 국내 음원플랫폼 중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멜론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상자를 결정하는 점 뿐만 아니라 참가하는 아티스트들이 매년 '레전드 무대'를 선보여 오랫동안 회자되곤 합니다. 아티스트들이 이 무대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만큼 음악팬들의 관심도 높은 것이죠.
실제 올해 온라인 티켓 판매에서는 200만명의 동시 접속자가 몰려 입장권이 3분 만에 매진됐고, 10배 이상의 웃돈을 붙여 티켓을 재판매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티켓을 구하지 못해 '안방 1열'을 사수해야 하는 K-POP팬들에게 모바일이 과연 얼마나 중요할까요.
카카오는 작년부터 계열사 '카카오M'을 통해 MMA의 전면 자체 제작을 시작했습니다. 행사 콘텐츠를 방송사와 공동으로 제작하지 않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겠지만, 이것이 '근자감(근거없는 자신감)'이 아닐지는 되돌아봐야 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