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내년 상반기 구독 서비스 기반의 플랫폼 개편을 앞둔 가운데, 여민수 대표가 '구독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구독경제란 신문처럼 매달 구독료를 내고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받아쓰는 경제활동을 말한다.
여민수 카카오 대표는 22일 서울 종로구 센터포인트 광화문 빌딩에서 열린 한국미디어경영학회 가을철 정기학술대회에서 '인플루언서, 플랫폼과 기술을 만나다'를 주제로 키노트 강연에 나섰다.
여 대표는 "미디어 산업이 크게 변화하는 가운데 플랫폼 기업들도 미디어에 대한 생각과 정의를 다르게 할 때"라며 "콘텐츠 생산과 유통, 그리고 이를 산업화 하는 과정에서 큰 변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콘텐츠 생산·유통 과정에서의 가장 큰 변화가 직거래에 있다고 봤다.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를 연결해주는 기술과 플랫폼이 생기면서 직거래가 가능해졌고, 이는 결국 '구독 비즈니스'의 활성화로 이어진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여 대표는 카카오가 운영하는 블로그 플랫폼 '브런치'를 대표적인 직거래 서비스의 예를 들었다. 이용자들은 관심사가 같은 이의 브런치를 발견하면 이를 구독한다. 예전에는 뉴스를 볼 때 신문사를 구독했다면 이제는 기자라는 특정인물을 구독하는 추세로 바뀌었다. 채널이 아닌 공급자와 이용자가 직접 소통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방식은 결국 구독 서비스로 연결되고 공급자는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플루언서'가 된다.
여 대표는 "플랫폼 제공자들은 콘텐츠 생산자들에게 경제적인 이득을 제공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콘텐츠 생산자들은 더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기 위해 고민하면 결국 구독경제의 규모가 커지면서 산업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는 콘텐츠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전자제품, 자동차 등 상품 판매에도 마찬가지로 구독 서비스가 적용될 수 있다. 그는 "정수기, 냉장고 등 전자제품도 이미 구독 서비스를 다양하게 준비 중"이라며 "흔히 상품의 경우 '렌탈화'라고 하지만 이것도 '구독화'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월세도 구독 서비스"라면서 "한 달에 일정금액을 주고 오피스텔을 구독하는 것으로도 해석되기 때문에 모든 것이 구독으로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여 대표가 구독경제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내다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구독경제는 지난 몇년간 언급되던 공유경제와는 사뭇 달리 좀 더 구체적으로 실체가 보인다"며 "산업화 단계로 나아가기 까지 더 준비가 돼 있고 기존 산업 플레이어들과의 충돌이 덜 하기 때문에 확산이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카카오는 내년 상반기 구독 서비스 기반의 플랫폼 개편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25일 카카오는 경기도 판교에서 설명회를 열고 서비스 개편과 함께 이같은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이날 여 대표는 "오랜 논의를 거쳐 카카오만이 할 수 있는 구독 기반 콘텐츠 서비스를 만들자는 방향을 잡았다"며 "그에 맞춰 새로운 플랫폼 준비에 착수한 상태"라고 말했다.
여 대표는 지난 13일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의 '인터넷기업 현장소통간담회'에서도 구독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했었다.
그는 "이제는 산업적 관점에서 구독경제를 중요하게 봐야 한다"며 "다른 나라에 비해 렌탈 서비스가 잘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도 우리가 강점을 갖고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카카오의 이같은 행보는 국내 플랫폼 업계 전반의 트렌드다. 최근 네이버 역시 내년 상반기 내 언론사 구독 기반의 새로운 뉴스 통합관리시스템 '스마트 미디어 스튜디오'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언론사들이 직접 언론사 프로필을 작성하고, 섹션별·주제별 편집을 확대함으로써 이용자와의 전면적인 소통에 나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게임업계에서는 넷마블이 가능성을 먼저 봤다. 넷마블은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실물 구독경제 1위 기업인 웅진 코웨이를 연내 인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