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M의 '멜론'이 독보적인 1위를 지키던 디지털 음원 시장이 요동칠 전망이다. KT가 최대주주인 지니뮤직이 지난 3월 LG유플러스의 지분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최근 엠넷닷컴의 운영사 CJ디지털뮤직을 흡수합병키로 하면서 시장구도를 흔들고 있다. SK텔레콤과 네이버 등 강력한 경쟁자들도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고, 글로벌 사업자 '유튜브' 역시 국내 시장을 공략하고 있어 혼전이 예상된다. 사업자들의 경쟁력 강화 과정과 향후 구도를 전망해본다. [편집자]
▲ 멜론 서비스 화면 [사진=카카오M] |
지니뮤직과 엠넷닷컴(CJ디지털뮤직)의 합병 소식이 국내 음원 시장을 흔들고 있는 가운데 국내 1위 음원 서비스 멜론 운영사인 카카오M도 다음달 1일 모회사인 카카오와 합병을 앞두고 있다. 카카오의 멜론 1위 수성 전략에 시장의 관심이 모인다.
◇ 카카오톡·멜론 시너지로 1위 수성 전략
양사의 합병은 국내 1위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과의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시도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구체적으로 카카오톡 가입자를 멜론으로 유입시켜 가입자 규모를 더욱 키우겠다는 것. 카카오톡의 국내 월간 사용자(MAU)는 2분기 기준 무려 4400만명에 달한다.
현재 KT와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가 1·2대 주주(엠넷닷컴과 합병 전 기준)인 지니뮤직은 이동통신 가입자 유입과 함께 엠넷닷컴 가입자까지 더하면 가입자 기반이 더욱 탄탄해진다는 구상이지만 '카카오톡 효과'와는 비교가 안 된다는 게 카카오 측 분석이다. 이같은 카카오톡 효과를 극대화하는 작업을 더욱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선 별도 법인으로 운영하는 것보단 합병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계산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나이가 많은 분들도 카카오톡은 이용하고 있으나 음악을 듣는데는 앱 다운로드와 회원 가입, 로그인 등 진입장벽이 있다"며 "이런 분들도 카카오톡 아이디로 멜론에 로그인해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하면 멜론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져 가입자 저변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카카오톡 플랫폼을 활용한 서비스 확장성도 무궁무진하다. 예컨대 카카오톡 안에서 멜론 음악을 듣고 카톡 친구에게 해당 음악을 공유하거나 선물할 수 있을 전망이다.
또 카카오는 지니뮤직이 엠넷닷컴 합병으로 음원 시장 유통 점유율 1위로 올라선다는 설명에 대해서도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회사 관계자는 "음원 서비스는 단순히 양사의 유통 점유율을 더한 것만으로 경쟁력이 그 숫자만큼 강화되는 것은 아니다"며 "이용자 대상으로 얼마나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카카오도 카카오톡과 멜론의 사용성 극대화를 위한 사용자 환경 및 경험(UI·UX) 고도화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의 이같은 멜론 사랑은 2016년 3월 인수 이후 '돈 잘 버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실제로 작년 카카오M(옛 로엔)의 연간 매출액은 5803억원, 영업이익은 1027억원에 달해 카카오(작년 매출액 1조9724억원, 영업이익 1650억원)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상당하다. 이런 까닭에 카카오의 음원 업계 1위 수성에 대한 의지가 얼마나 강할지도 짐작 가능하다.
멜론 역시 카카오톡의 카카오를 만나 가입자 기반을 꾸준히 다진 바 있다. 인수 당시 멜론 유료 회원은 360만명 수준이었지만 2년 뒤인 현재 465만명 규모로 성장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번 통합으로 회원 증가세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인공지능 스피커 카카오 미니 등을 통해 음원 서비스 확장성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 보는 음악시대…엔터사 투자로 동영상 사업도 '박차'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사이트가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듣는 음악뿐만 아니라 보면서 듣는 음악으로 이용자 관심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니뮤직도 '비주얼 뮤직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카카오M을 합병하는 카카오는 이런 시장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음악과 영상을 아우르는 콘텐츠 사업의 경우 별도 법인으로 만들기로 했다. 사명이나 설립일 등은 미정이나 카카오M 합병 이후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 법인은 더욱 빠른 인수·합병(M&A)과 글로벌 시장을 지향하는 점도 특징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적극적인 투자와 인수·합병을 통해 글로벌 IP(지적재산권)와 콘텐츠를 담당하는 핵심 자회사로 별도 법인을 성장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엔터 회사 등을 상대로 투자를 확대하면서 준비 과정도 차근차근 밟는 중이다. CJ디지털뮤직 모회사이자 국내 최대 엔터 기업인 CJ ENM이란 우군을 2대 주주로 확보하려는 지니뮤직의 전략과도 비교된다.
페이브, 크래커, 스타쉽 등 자회사를 통해 매니지먼트 사업을 하고 있는 카카오M은 작년에 CJ E&M(현 CJ ENM)으로부터 드라마 제작사인 스토리플랜트를 인수, 같은해 7월 메가몬스터로 사명을 바꿨다.
최근에는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병헌·김태리 등 한류 스타가 소속된 BH, 제이와이드, 레디와 같은 엔터사 지분을 30%씩 확보했다. 이를 통해 동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국내외로 유통하려는 전략이다.
이처럼 다른 회사에 투자를 하면서 외부 투자도 받는 활발하고 적극적인 형태의 사업을 벌일 것으로 관측된다. 카카오는 올해 초 진행한 10억달러(약 1조원) 규모의 해외주식예탁증서(GDR·Global Depositary Receipts) 발행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통해 대규모 M&A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