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LG유플러스의 CJ헬로 지분인수를 조건부 승인했다. 알뜰폰 도매대가 인하·부당한 영업행위 금지·지역성 강화·콘텐츠 투자 이행 등 인수조건이 붙었지만 시장이 예상한 수준이다.
이번 사안은 합병이 아니어서 앞서 공정거래위원회에 이어 진행된 과기정통부의 심사를 끝으로 LG유플러스는 알뜰폰·케이블TV 1위 사업자인 CJ헬로의 역량을 별다른 문제없이 흡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는 이를 통해 제2의 도약을 예고하고 나섰고, CJ헬로는 LG헬로비전으로 사명을 바꿔 재등장할 전망이다.
◇ 과기정통부 "인수 OK, 알뜰폰 살려라"
과기정통부는 지난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LG유플러스의 CJ헬로 주식(50%+1주) 취득과 최다액출자자 변경 건에 대해 조건부 인가 및 승인을 했다고 밝혔다.
우선 통신 분야와 관련 과기정통부는 경쟁 저해 등의 정도가 인가를 불허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주식취득을 인가하기로 했다.
이태희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알뜰폰 분야를 분리 매각하는 방안도 심도있게 검토됐으나, LG유플러스가 먼저 이행 조건을 제안해왔다"며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오히려 알뜰폰 시장을 활성화하고 가계통신비 절감에 도움이 되겠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통신 시장의 공정한 경쟁과 이용자 보호, 가계통신비 경감을 위해 ▲알뜰폰 도매제공 대상 확대 ▲데이터 선구매 할인제공 ▲다회선 할인 및 결합상품 동등제공 등의 조건을 부과했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LG유플러스가 출시할 주요 5G·LTE 요금제(완전 무제한 요금제 제외)는 모두 도매제공하도록 했다.
아울러 LG유플러스의 5G 도매대가를 66% 수준까지 인하해 알뜰폰 사업자의 중·저가(3∼4만원대) 5G 요금제 출시를 지원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5만5000원짜리 5G 요금제가 3만6300원에 제공될 수 있는 셈이다.
또 다양하고 저렴한 알뜰폰 요금제 출시를 위해 주요 LTE 요금제·종량 요금제의 도매대가를 도매제공 의무 사업자보다 더 크게 인하하도록 했다. LTE 요금제의 경우 최대 4%포인트(p), 종량제의 경우 평균 3.2% 인하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알뜰폰이 종량제 데이터를 대용량으로 사전 구매하는 경우 데이터 선구매제 할인을 도입하도록 했다. 이에 LG유플러스는 알뜰폰이 구매할 데이터 양에 따라 3.2%에서 13%까지 할인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밖에 LG유플러스 망을 사용하는 알뜰폰에 무선 다회선 할인과 유·무선 결합상품을 LG유플러스와 동등한 조건으로 제공토록 했다. LG유플러스 망을 사용하는 알뜰폰이 5G 단말기나 유심 구매를 요청할 때도 동등한 조건으로 구매를 대행하도록 했다.
기존 CJ헬로의 알뜰폰 이용자를 부당한 영업행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도 부여했다.
CJ헬로 이동전화 가입자가 LG유플러스로 전환하도록 부당하게 강요·유인하거나, 지원금을 부당하게 차별적으로 지급하는 행위 등을 못하도록 한 것이다.
◇ '지역성 강화·콘텐츠 투자' 이행해야
이번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는 IPTV가 SO(System Operator, 종합유선방송사업자)를 인수하는 최초의 심사라는 점에서 방송 분야 조건도 관심을 모았다.
이는 글로벌 OTT의 득세 등 미디어 환경 변화에 '규모의 경제'로 대응할 필요가 있고, 방송의 공적 책임과 공익성, 시청자 권익보호 측면 등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승인을 불허할 정도로 크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해 승인했다.
다만 지역성 강화와 공정경쟁, 시청자 권익보호, 방송‧미디어 산업 발전, 상생협력 등을 위해 필요한 승인 조건이 부과됐다.
이에 따라 CJ헬로는 '8VSB(디지털 방송 시청을 가능토록하는 전송방식) 기본상품'에 지역채널을 포함하고, LG유플러스는 CJ헬로 지역채널 콘텐츠를 무료 VOD로 제공하도록 했다.
CJ헬로 지역채널의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역채널 투자규모와 본방송 비율, 지역보도(재난방송 포함) 등 관련 운영계획을 수립·이행토록 했다.
통신 분야와 마찬가지로 CJ헬로 가입자를 부당하게 LG유플러스로 전환시키는 영업 행위를 금지하는 등 공정경쟁을 위한 조건이 부과됐다.
아울러 협상력 증대 효과에 따른 부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성을 방지하는 조치도 제시됐다.
PP(Program Provider, 방송채널사용사업자)와 대가 및 채널번호를 협상할 때 양사는 별도로 협상을 진행토록 하고, 매년 PP 사용료 및 홈쇼핑 송출수수료 규모, 증가율을 공개토록 한 것이다.
이와 함께 현재 CJ헬로(24개 SO)는 방송구역(23개) 간 8VSB 상품 격차가 큰 상황이므로, 방송구역별 차이에 따른 8VSB 상품의 수(종류) 및 상품별 채널의 수 격차 해소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이행토록 했다.
특히 현재 제공 중인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등에 요금 감면과 장기약정, 결합상품 등에 대한 요금 할인 제도가 축소되지 않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방송·미디어 산업 생태계 발전 등을 위해 콘텐츠 투자 계획의 구체화, 다른 SO와의 협업사업 유지·발전, 협력업체와의 상생방안 마련 등도 조건으로 부과했다. LG유플러스는 향후 5년간 2조6723억원을, CJ헬로는 1조1239억원을 콘텐츠에 투자할 계획이다.
또 협력업체와의 기존 계약을 일정기간 유지토록 하고, 협력업체와의 상생 방안을 마련해 과기술정통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이행토록 했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통신방송 시장의 자발적 구조개편으로 산업이 활성화 되도록 정부가 CJ헬로 인수를 승인해 준데 대해 환영한다"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제시한 요구 사항에 대해서는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인수를 바탕으로 LG그룹 통신 사업 역사에서 제 2의 도약을 이루겠다"며 "두 배로 확대된 825만 유료방송 가입자를 기반으로 유무선 시장 경쟁 구조를 재편하고 고객 기대를 뛰어넘는 다양한 융복합 서비스를 발굴해 내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 건은 내년 초 심사가 완료될 전망이다. 이태희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심사를 마무리하겠다"면서도 "합병의 경우 방통위 동의 절차도 있어 연내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