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엥? 쇼핑몰이 내가 가을 원피스를 사고 싶은 걸 어떻게 알았지?"
온라인 쇼핑몰에 접속 중인 소비자의 관심·성향을 인공지능(AI)이 잽싸게 파악해 할인정보나 유료회원 가입제안 등 마케팅 메시지를 자동으로 전달한다면 매출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롯데홈쇼핑은 이 같은 마케팅 적용해 유료회원제 '엘클럽' 가입 비중을 60%으로 크게 높였던 사례가 있다.
여성용 속옷 브랜드 '원더브라'로 유명한 '그리티'도 이와 비슷한 방식을 이용해 매출을 기존보다 170% 확대시키기도 했다.
'탑텐몰'을 운영하는 신성통상 또한 이런 마케팅 기법을 동원해 방문자가 적었던 주말·새벽시간대 구매 전환율을 최대 246%나 개선하기도 했다.
이러한 온사이트(사이트 내에서 마케팅을 하는 방식) 자동화 마케팅 기법을 '마테크'라고 한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츠앤마켓츠'에 따르면 세계 마테크 시장은 지난해 33억달러에서 오는 2024년 64억달러(약 7조6000억원)로 두배 가량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온라인 광고 시장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 이같은 마케팅 기법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온라인광고협회에 따르면 2016년 3조7321억원 규모였던 온라인 광고비 규모는 올해 7조7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소개한 온사이트 마케팅 사례는 온라인 마케팅 플랫폼 기업 '플래티어'의 작품이기도 하다. 기업의 규모가 크든 작든 정교한 마케팅 솔루션을 자체·구축 운용하는 것은 비용과 인력 등 여러 측면에서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외부 전문 기업의 손을 빌리는 셈이다.
예컨대 그루비 시즌2는 56개 고객 유형과 21가지의 알고리즘을 조합해 개인화 상품 추천이 가능하고, 40억건 규모의 고객 행동 데이터와 하루 700만~800만건 이상의 행동 데이터를 수집한 인공지능이 마케팅에 반영하며 A·B 테스트도 적용해볼 수 있다고 한다. A·B 테스트는 A안과 B안을 동시에 진행해 어떤 방식의 마케팅이 더욱 효과적인지 비교하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자체 구축보다 이런 외부 솔루션 적용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하면 이러한 마케팅 기법이 효율적이다.
아울러 방대한 데이터 기반으로 온라인 쇼핑몰에 처음 방문한 사람을 대상으로도 맞춤형 마케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무엇부터 해야할지 고민인 마케터들의 힘을 덜어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2005년 설립된 플래티어는 2016년에 실시간 개인화 마케팅 솔루션 '그루비 시즌1'을 선보였고, 올해 6월 인공지능 마테크 솔루션 '그루비 시즌2'를 출시하며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이봉교 플래티어 그루비사업부 이사를 만나 마테크 사업 현황과 전망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안녕하세요. 그루비에 대해 간략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그루비는 e커머스, 쇼핑몰이 직접 운영할 수 있는 마테크 솔루션입니다. 해당 쇼핑몰에 유입된 고객이 사이트에 머무는 동안 실시간 마케팅을 손쉽게 적용해볼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어떤 방식으로 적용되나요
▲인공지능은 온라인에서 발생되는 고객행동과 속성 데이터를 분석해 이들이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예상하는데요. 이를 적용할 쇼핑몰에 스크립트를 심어 더욱 세부적으로 고객 유형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개인화 마케팅을 지원하죠.
-어느 정도로 정교한 마케팅이 가능한가요
▲예를 들어 네이버에서 '비즈니스워치'를 검색한 고객만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할 수 있습니다. 페이지뷰가 4개 이상인, 그러니까 비즈니스워치에 대한 관심 정도에 따라 쿠폰을 주거나 회원가입을 유도하는 것도 가능하죠. 쿠폰의 색상, 언어도 다르게 적용해 어떤 방식이 효과적인지 실시간으로 A,B안을 나눠 테스트할 수도 있습니다.
-A·B 테스트의 효과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어떤 고객사 임원은 영어로 작성된 쿠폰이 더 잘 팔릴 것 같다는 가설을 세우고 A·B 테스트를 했는데, 실제로는 한글 쿠폰이 훨씬 인기가 있었습니다. 이처럼 실시간으로 고객의 실제 반응을 체크해 더 나은 방향을 빠르게 찾을 수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쇼핑몰 장바구니에 3만원 이상 담은 사람과 6만원 이상 담은 사람을 대상으로 7만원 이상 구매시 3% 추가 할인과 같은 제안을 했을 때 성과를 측정해 더 나은 솔루션을 찾을 수도 있죠.
-정교한 마케팅은 효율성이 높겠군요
▲과거에는 성별과 연령에 따른 마케팅을 했는데요. 이런 속성이 통용되지 않는 때가 더 많습니다. 예컨대 골프용품을 산 남자 고객이 있어요. 그가 다음에 골프웨어를 살 것으로 예상해 상품추천을 했는데, 알고보니 그는 남편의 아이디를 이용한 아내였죠. 남자가 골프용품을 구매한 뒤 갑자기 이불을 사는 겁니다. 실제로 쇼핑몰에 들어와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 빠르게 파악해 더욱 정교한 마케팅 기법을 적용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마케팅을 하지 않는다면, 자판기만 설치하고 팔리길 바라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인공지능도 상당한 역할을 하겠군요
▲인공지능을 적용하면, 자동으로 실시간 고객 반응을 체크하면서 어떤 방식이 효과가 있을지 예측해 최적의 성과를 이끌 수 있습니다. 경험이 많은 오프라인 매장 점원은 고객이 특정 코너에서 오래 머물 때, 매장을 나갈 때 다양한 제안을 시도해 구매를 이끄는데요. 온라인에선 인공지능이 이런 행동을 대신해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요
▲예컨대 인공지능은 이런 것도 분석합니다. 티셔츠와 양말, 구두, 이불과의 거리를 측정해 연관 상품을 추천하는데요. 전혀 매칭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상품끼리 연관성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서울, 부산, 대구 순으로 여행한 사람이 다음에 어디로 갈지도 예측할 수 있죠. 사람이 발견하기 어려운 지점을 빠르게 찾아내는 겁니다. 언론사 독자를 대상으로도 적용 가능하죠. 많이 본 기사가 아니라 특정한 사람이 어떤 기사에 관심이 있을지 제안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코로나19 때문에 마스크가 통계상으로 많이 팔리지만, 많이 사는 것이 어떤 개인의 관심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 입장에선 어떤 장점이 있을까요
▲그루비는 HTML로 로딩되는 사이트 대부분에 적용 가능하고, 쉽게 적용할 수 있게 만들고자 기획했습니다. 그런데 대기업의 경우 이런 프로젝트를 개발하려면 수개월이 걸립니다. 비용도 만만찮죠. 마케터 입장에서도 5분이면 다양한 마케팅을 적용해볼 수 있고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21개나 탑재한 곳은 국내에는 없는 것으로 아는데요. 이를 통해 정밀하게 개인화 마케팅을 적용하고 성과도 빠르게 측정할 수 있습니다.
-그루비를 통한 매출은 어떤 방식으로 발생하는지요
▲연간 계약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월 방문자수, 트래픽에 상응한 사용료가 적용됩니다. 매출 기준의 배분 방식이 아닌 이유는, 개인화 마케팅 테스트를 매출에 대한 부담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죠. 솔루션을 서비스 형태로 쓰는 경우도 있고 내부에 구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루비 사업 모델 관련 경쟁사는 어떤 곳이 있으며, 플래티어의 차별점과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해외에서 가장 큰 경쟁력 있는 사업자는 '어도비'입니다. 어도비는 한국에서도 영업을 하고 있죠. 국내 시장은 저희가 2016년에 그루비를 시작할 당시엔 경쟁사가 없었는데, 현재도 초기 단계입니다. 저희는 타게팅 메시징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실적은 어떤가요
▲구체적 수치를 밝히긴 어렵지만, 2016년부터 매년 2배 성장했습니다. 올해는 코로나 영향을 걱정했으나 2배 성장이란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으로 그루비를 어떻게 개선하고 성장시킬 계획인지요
▲e커머스를 비롯해 온라인 서비스는 개인화 마케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인공지능을 왜 탑재해야하는지는, 이제는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인공지능을 통해 편리해질 수 있는 것이 중요한 지점입니다. 이같은 시장 상황을 기반으로 사업을 더욱 강력하게 확장할 계획입니다. 점점 쌓이는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지속적으로 모색할 방침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