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거물·마당발·이슈 메이커...
카카오게임즈를 이끌고 있는 남궁훈(48) 대표이사에게 종종 붙는 수식어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함께 옛 한게임 창립멤버이자 CJ인터넷과 위메이드 등 주요 게임사의 전문 경영인을 두루 맡아온 이력 때문에 거물이란 별명이 붙는다. 게임 1세대 때부터 활약하며 쌓아온 풍부한 인맥을 자랑해 마당발로도 불린다.
이슈 메이커란 별칭도 따라온다. 2013년에 모바일게임 '윈드러너' 흥행 성공으로 한창 잘 나가던 위메이드 대표이사를 돌연 사임, 신생 개발사 육성을 위해 비영리단체인 '게임인재단'을 설립하는 독특한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가 이끄는 카카오게임즈가 기업공개(IPO) 시장의 공모주 청약 '광풍'을 일으키며 주식 시장 이슈의 한복판에 있다는 점만 보더라도 이러한 별명이 괜히 붙은게 아니다. 카카오게임즈 주가가 코스닥 상장 이후 급등하면서 그의 보유 주식 가치가 무려 1800억원에 달할 정도로 불어나고 있어 더 없이 관심이 모인다.
◇ 카카오게임즈 보유지분 가치 1800억
15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남궁 대표의 카카오게임즈 보유 주식(241만주·4.22%) 가치는 전 거래일(14일) 기준 1780억원이다.
남궁 대표는 개인 자격으로 카카오게임즈 보유 주식이 가장 많다. 카카오게임즈 계열사인 엑스엘게임즈의 송재경 대표(57만주)와 또 다른 계열사 카카오VX의 문태식 대표(22만주)가 적지 않은 지분을 들고 있으나 남궁 대표에 비할 수 없다.
그의 지분 가치는 지난달 초 카카오게임즈의 IPO를 위한 증권신고서 제출 당시만 해도 희망 공모가 범위 최상단(2만4000원) 기준으로 최대 580억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카카오게임즈가 지난 10일 코스닥 상장한 이후 확정 공모가의 2배인 4만8000원으로 시초가를 형성한 이후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공모가 대비 3.3배로 주가가 상승하면서 그의 지분 가치도 급격히 확대됐다.
카카오게임즈는 증시에서 뜨거운 데뷔에 힘입어 코스닥 시장에서 시가총액 5조원대로 기록하며 상장 직후 단숨에 시총 3위에 오르기도 했다.
◇ 게임 1세대, 김범수 의장과 각별한 인연
남궁 대표는 게임업계 1세대 인물이다.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삼성SDS에 입사하며 첫 사회 생활을 시작했으나 얼마 다니지 못하고 IMF로 명예퇴직했다. 삼성SDS에서 만난 회사 선배인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퇴직 이후 게임 포털 한게임을 함께 설립했다.
이후 한게임이 네이버에 흡수합병(2001년)되어 출범한 통합법인 NHN에서 한게임 커뮤니케이션사업부장과 NHN 인도네시아 법인총괄, 한국게임 총괄 등을 역임했다.
2007년에는 김범수 의장이 대표로 있던 NHN의 미국법인 NHN USA에 COO(최고운영책임자)로 일했다. 김 의장으로부터 NHN USA 대표직을 물려받아 해외 사업을 이끄는 등 김 의장과 각별한 인연을 맺기도 했다.
남궁 대표는 한게임을 나와 옛 CJ인터넷 및 위메이드 대표직을 맡다 2013년 게임인재단을 설립해 활동하는 등 한동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그러다 2015년 지금의 카카오게임즈의 전신이라 할 '엔진'의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본업이라 할 '전문 경영인'으로 복귀했다.
엔진은 원래 삼성 스마트TV용 서비스 플랫폼을 개발하던 IT 기업이었으나 남궁 대표 취임 후 게임으로 주력 사업을 전환했다. 이후 2015년 8월 카카오 계열로 편입됐으며 이듬해에는 카카오의 또 다른 게임 자회사 '다음게임'과 합병을 완료하고 덩치를 불렸다. 2016년에 사명을 지금의 카카오게임즈로 바꿨다.
◇ 카카오 게임사업 체질 바꿔
카카오는 게임 업계 거물이자 마당발인 남궁 대표를 게임 총괄 부사장(CGO)로 영입한 것을 계기로 사업의 체질을 바꿨다.
그동안 카카오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에 외부 게임을 입점시켜 서비스하는 이른바 '채널링' 방식으로 성장해왔다. 입점한 게임사로부터 매출 가운데 일부를 자릿세로 받는 사업 모델을 바탕으로 대표 모바일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하지만 단순 게임 플랫폼 역할에 그치다 보니 성장에 한계가 왔다. 카톡 게임은 친구들을 자유롭게 초대할 수 있는 소셜 기능이 최대 강점이다. 이 기능은 퍼즐이나 비행 등 캐주얼한 장르에는 어울렸으나 리니지류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RPG) 장르에선 그다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카카오톡이 국내 시장을 벗어나지 못하는 점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남궁 대표는 기존 카카오의 단순 채널링 사업 구조를 퍼블리싱(유통) 중심으로 전환했다.
이러한 사업 재편으로 의미있는 성과를 낸 게임이 PC온라인 '검은사막'이다. 카카오게임즈는 검은사막의 북미, 유럽 지역 시장 공략을 위해 직접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현지화에 힘입어 이 게임은 출시 직후 유료가입자 100만명이라는 기록을 달성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후 2017년 글로벌 시장에서 대박을 쳤던 PC 온라인게임 '배틀 그라운드'의 국내 서비스 판권을 가져오는 등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 퍼블리싱 이어 개발력 강화에 집중
남궁 대표의 카카오게임즈는 최근 자체 개발 강화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지난 2018년에는 자회사와 계열회사의 개발력을 한 데로 집중시키기 위해 개발 전문 자회사 프렌즈게임즈를 설립했다. 올해 3월에는 '바람의나라'를 개발한 송재경 대표의 엑스엘게임즈를 인수하며 개발력을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남궁 대표는 얼마전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CEO는 추장"이라며 임직원에 대한 성과와 보상을 중시한다는 경영 철학을 밝힌 바 있다. 함께 고생한 회사 구성원들에게 마치 추장이 부족원에게 사냥의 전리품을 나누어 주듯 충분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발언이 허투루 나온 것은 아닌 것 같다. 카카오게임즈는 카카오 계열 편입 직후인 2015년부터 올해초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임직원에게 총 482만주(취소 수량 제외)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쥐어줬다.
스톡옵션의 행사 가격은 최소 5000원대에서 최대 1만7000원대에 이르는데 카카오게임즈의 주가가 행사가격을 크게 웃돌고 있어 임직원들이 적지 않은 차익을 거두게 생겼기 때문이다. 카카오게임즈가 임직원에게 쥐어준 스톡옵션의 전체 지분 가치는 전일 기준으로 총 3600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