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독점(오리지널) 콘텐츠인 '더 글로리'가 화제를 모으며 넷플릭스가 구사한 '쪼개기 공개' 전략도 주목받고 있다. 이용자를 붙잡아두려고 하나로 풀어도 될 콘텐츠를 일정 기간 후 공개하는 전략인데 티빙·쿠팡클레이·웨이브 등 다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확산할지 관심이다.
넷플릭스는 지난 10일 '더 글로리' 2부를 공개했다. 더 글로리는 학교 폭력으로 큰 상처를 입은 주인공 '문동은(송혜교 역)'이 가해자에게 복수하는 드라마다.
총 16부작인 이 드라마는 두 번에 걸쳐 대중에 공개됐다. 지난해 12월 공개한 1부(1~8화)는 주인공 문동은이 본격적인 복수를 시작하기 위한 단계였다면 2부(9~16화)는 그 복수가 이뤄지는 내용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더 글로리는 흥행 가도를 이어가고 있다.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더 글로리 2부는 공개 하루 만에 넷플리스 TV 프로그램 부문 인기 순위 세계 3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홍콩 등 26개국에서 1위다.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권에서는 3위권에 들었다.
이러한 쪼개기 공개는 업계의 몰아보기 흐름을 주도한 넷플릭스의 기존 전략과 정반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정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 1의 경우 2013년 2월1일 하루 만에 모든 에피소드를 추가하기도 했다.
넷플릭스의 쪼개기 공개가 본격화된 건 지난해부터다. 넷플릭스의 인기 드라마인 '기묘한 이야기' 시즌 4는 더 글로리와 비슷하게 2부로 나눠 공개됐다.
넷플릭스가 몰아보기 흐름을 주도하던 정책을 뒤집고 콘텐츠를 나눠서 공개하는 이유는 '록인(Lock-in) 효과'를 노리기 때문이다. 기존 가입자의 이탈을 막고 신규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전략이다.
OTT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의 경우 계정 공유를 제한할 계획을 보이자 이용자 이탈을 막아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며 "이용자 분위기도 좋지 않아 다른 시리즈에도 분할 공개 정책이 적극적으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앞서 넷플릭스는 지난 1월 실적 발표를 통해 올해 1분기부터 동거인이 아닌 사람에게 계정을 공유하는 행위를 단속하겠다고 예고했다. 현재 칠레 등 일부 남미 국가에서는 공유 계정에 추가 과금을 적용하고 있다.
이용자들의 반응은 차갑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지난 2월 진행한 설문 조사를 보면 동거인이 아닌 이용자의 계정을 쓰는 구독자 중 62.9%가 계정 공유 제한 시 넷플릭스 서비스 이용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넷플릭스가 이용자를 붙잡는 전략으로 활용하는 쪼개기 공개가 만능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스페인 원작을 리메이크한 '종이의 집: 공동 경제 구역' 1부를 지난해 6월, 2부를 같은 해 12월로 나눠 공개했다. 이 작품은 1부와 2부 사이의 긴 휴식기, 원작을 충실히 살리지 못한 리메이크 등의 평가를 받으며 흥행에 실패했다.
이문행 수원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이런 공개 방식이 모든 작품에 적용해서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더 글로리와 같은 성공 사례가 더 쌓이면 대세가 될 수 있겠지만 국내 OTT 업계에도 영향을 미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