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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빠져서 범죄?…국내외 석학 "쉬운 일반화" 반박

  • 2023.08.17(목) 17:13

콘텐츠진흥원·게임문화재단 국제 심포지엄
"사회문제 방치하고 게임탓으로 일반화" 지적

게임과 범죄의 연관성은 얼마나 될까. 검찰이 최근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을 '현실과 괴리된 게임중독 상태에서 저지른 이상동기 범죄'라고 발표하면서 관련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외 석학들이 이를 정면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게임중독이 특정 상황에서 범죄의 유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직접적인 원인은 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사회·구조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촉발한 문제를 너무 쉽게 일반화했다는 지적이다. 

블라단 스타서빅 호주 시드니대 정신의학 교수가 17일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게임문화재단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연 국제 심포지엄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 사진=한수연 기자 papyrus@

"게임과 범죄 연관성 낮다"

17일 블라단 스타서빅 호주 시드니대 정신의학 교수는 "살인 범죄나 자살 등의 원인을 게임 이용장애나 중독 문제로 연관짓는 것은 너무 쉬운 일반화로 간결하게 답을 찾으려는 행위"라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게임문화재단이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개최한 국제 심포지엄 '게임 문화(Game on Culture)'에 연사로 참석한 그는 최근 게임과 범죄의 연관성 논란에 대해 "관련성이 낮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다른 국가에서 비슷한 뉴스를 봤고 이에 대한 연구를 했는데 이런 사건의 이면에는 다른 복합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부연했다. 

스타서빅 교수는 한덕현 중앙대 정신건강의학 교수와 함께 '게임의 뇌 과학적 접근과 분석을 위한 국제 공동연구'를 2018년부터 진행해왔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게임과 관련 질병 이슈들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게임은 스트레스와 불안, 우울증을 완화했지만 모든 이들에게 그런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아니다"라는 게 그 골자다. 

게임과 범죄의 연관성을 찾을 수 없다는 의견은 다른 외국 석학의 목소리로도 이어졌다. 에스펜 올셋 덴마크 코펜하겐IT대 게임학과 교수는 "미국 총기난사 사건 연구에서도 범죄자의 관심사는 게임이 아니었고 이 때문에 연관성은 찾을 수 없었다"며 "이런 범죄자들의 공통점은 글쓰기 등 문학적 장치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었는데, 우리는 문학을 나쁘다고 설명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스웨덴에선 교육 매체로 활용"

올셋 교수는 "남자 아이들의 90%, 여자 아이들의 80% 이상이 게임을 한다"며 "정신과 의사들도 게임을 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고 했다. 

특히 스웨덴에서는 오히려 게임을 교육 매체로 장려하고 있다는 설명했다. 쥬노 김 덴마크 왕립예술대 교수는 "스웨덴은 고등교육에서 게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교육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스웨덴 정부가 게임을 폭력성이나 중독성 등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장치로 생각했다면, 교육 플랫폼이나 매체로 제공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범죄를 게임과 연관하기 이전에 이면의 사회적 문제를 더 들여다봐야 한다"며 "사회적으로 고립된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대신 만족감을 얻으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덕현 중앙대 교수도 최근 흉기난동 살인의 원인을 게임중독이 아닌 우리나라 보건관리 부족에서 찾았다. 그는 "게임을 많이 해서 또는 게임을 흉내 내서 사람을 죽인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나라 일반 국민의 정신보건을 관리하는 정신보건법 등이 허술해 환자 혹은 환자가 아닌 사람이 평가를 제대로 못 받는 것 현실과, 문제를 일으켰을 때도 제대로 된 진단이 없어 국민이 불안해한다는 것이 본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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