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에 뛰어들면서 적자 늪에 빠진 일동제약이 오는 11월 1일 기업분할을 통해 연구개발(R&D) 부문을 떼어냅니다. 신설법인 명칭은 가칭 '유노비아'인데요.
일동제약이 신약 R&D 부문을 분리하는 이유는 재무구조의 신속한 개선과 수익성 증대, 신약 R&D 추진력 강화 등을 위해서입니다. 일동제약은 2019년부터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지기 시작했는데 R&D 투자비중을 대폭 늘린 2021년부터 상황이 더 나빠졌습니다.
회사는 평균 매출액의 10%대를 R&D에 투자했었지만 신약 R&D에 발동을 걸기 시작하면서 2020년 14%, 2021년 19.3%, 2022년에는 19.7%로 매출액 대비 R&D 비중이 커졌습니다. R&D 투자가 대폭 확대되면서 영업손실은 2021년 555억원, 2022년에는 735억원으로 불어났죠.
R&D 부문을 자회사로 떼어내면 모회사인 일동제약은 R&D 투자로 인해 악화된 수익성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유노비아는 독자적으로 R&D를 진행할 수 있어 신약 개발 집중도를 높이고 신속한 의사결정도 가능해집니다. 또 자회사 유노비아가 자체적으로 투자유치를 진행하면 모회사에 금전적 부담을 주지 않고 R&D를 진행할 수 있고요. 두 회사에 모두 이점이 되는 기업분할인 셈이죠.
실제로 일동제약은 신설되는 유노비아를 통해 △2형 당뇨병 치료제 △소화성 궤양 치료제 △파킨슨병 치료제 등 기존에 진행 중인 신약 개발 프로젝트와 새로 추가될 유망 파이프라인 등의 자산을 활용해 1000억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는데요.
나아가 유노비아는 대규모 자금확보를 위해 기업공개(IPO)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로 일동홀딩스가 2019년 항암 신약 R&D 부문을 분리한 자회사 '아이디언스'도 내년 IPO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이디언스 역시 지난 2021년 400억원의 투자 유치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기업분할이 장밋빛 미래로 이어질 지 현재로선 장담할 수 없습니다. IPO 시장이 얼어붙으며 자금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바이오텍들이 조용히 사라지고 있고, 국내 제약바이오들 역시 분리했던 R&D 자회사를 최근 2년 사이 합병하는 사례들이 속속 나오고 있어서입니다.
유니콘특례상장 1호 바이오벤처 보로노이는 저분자 혁신 신약개발 자회사 비투에스바이오와 보로노이바이오를 지난 5월 흡수합병했습니다. 보로노이는 지난 2022년 3월 추진 중이던 IPO를 철회했다가 공모가를 기존 5만~6만6000원에서 4만원으로 대폭 낮춰 3개월 뒤 상장에 성공했습니다. 당초 계획했던 자금 조달 계획이 틀어지면서 보로노이는 R&D 관련 자회사 2곳을 합병하고 오는 9월 4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해 R&D 자금을 확보할 예정입니다.
씨티씨바이오는 지난 2019년 3월 표적항암제 신약 개발을 위해 연구개발 부서를 분리해 씨티씨사이언스를 신설했습니다. 그러다 2년만인 2021년 11월 흡수합병했습니다. 바이오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계속 악화되면서 씨티씨사이언스는 2년간 적자를 지속하다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고 씨티씨바이오는 R&D를 지속하기 위해 씨티씨사이언스를 합병한 겁니다.
또 동아에스티도 지난 2019년 9월 대사질환 의약품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자회사 '큐오라클'을 설립했지만 임상비용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2020년 7월 흡수합병했습니다. 삼양홀딩스도 의약바이오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으면서 혁신 신약 R&D 집중 및 자금 투입을 위해 2021년 4월 삼양바이오팜을 합병했고요.
현재로선 바이오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여전히 얼어붙어있고 IPO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유노비아의 힘든 앞날이 예상되지만, 한편으론 1941년부터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을 이끌어온 일동제약의 뚝심에 거는 기대감도 큽니다. 일동제약은 신약 개발에 본격 뛰어들기 전인 2018년 국내 최초로 국산신약 28호인 B형간염 치료제 '베시보' 개발에 성공하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죠.
일동제약의 기업분할이라는 이번 한 수가 신약 R&D 성공으로 이어질 '묘수'가 될 지 관심있게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