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K이노엔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의 미국시장 진출에 청신호가 켜졌다. 한발 앞서 시장에 진출한 패썸 파마슈티컬스가 케이캡과 같은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 계열 약물의 미국 내 견고한 처방수요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P-CAB 제제는 이전까지 위식도역류질환에 주로 쓰이던 PPI(양성자 펌프 억제제) 계열 약물보다 약효가 빠르고, 식사 유무와 관계없이 복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재 미국에 진출한 P-CAB 계열 약물은 일본 다케다제약의 미국 자회사인 패썸 파마슈티컬스의 '보퀘즈나(보노프라잔)'가 유일하다.
보퀘즈나, 미국 P-CAB 시장 열었다
1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보퀘즈나는 미국 출시 3개월 만에 처방건수가 3800건을 넘었다. 실제 조제로 이어지지 않은 처방전을 모두 더한 총 처방건수는 1만4000건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퀘즈나가 출시 초기 준수한 처방실적을 거둔 이유는 위식도역류질환에 대한 미충족 의료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미국 내 위식도역류질환 환자의 약 40%는 기존 PPI 계열 약물로는 가슴쓰림 등의 증상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는 2분기에는 처방실적이 더욱 뛸 것으로 전망된다. 보퀘즈나가 지난달 미국 3대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인 익스프레스 스크립츠의 처방집에 등재됐기 때문이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의료보험 가입자가 PBM 처방집에 등재된 의약품을 구입하면 보험사와 계약을 맺은 PBM이 구매금액 일부를 환급해 준다. PBM 처방집에 의약품이 등재되면 환자들의 수요가 늘면서 제약사의 매출액이 증가하는 구조다.
테리 커란 패썸 파마슈티컬스 최고경영자(CEO)는 "출시 초기 보퀘즈나에 대한 미국 시장의 견고한 수요와 처방 의지를 확인했다"며 "다른 상위 PBM들과 처방집 포함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보퀘즈나의 처방범위는 점점 더 넓어질 것"이라고 했다.
케이캡, 보퀘즈나 맞설 차별점은
보퀘즈나가 예상보다 빠르게 미국 시장에 침투하면서 미국 진출을 준비 중인 HK이노엔의 케이캡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HK이노엔은 현재 미국에서 미란성,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며 연내 임상결과를 확인할 전망이다.
케이캡은 올해 안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품목허가를 신청한 뒤 내년 미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보퀘즈나와 비교하면 1년여 늦은 셈이지만 HK이노엔은 케이캡만의 강점을 토대로 충분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보퀘즈나와 성분이 다른 케이캡은 약효나 부작용 측면에서 강점을 가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022년 대한소화기학회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케이캡은 보퀘즈나에 비해 약효 발현 시간이 빠르고, 혈중 가스트린(위산 분비를 유도하는 호르몬) 농도를 덜 상승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패썸 파마슈티컬스보다 우수한 현지 영업망을 기초로 빠른 시장 침투도 기대할 수 있다. HK이노엔의 미국 파트너사인 세벨라 파마슈티컬스는 소화기질환 시장에서 30년 넘는 업력과 전문 영업 네트워크를 보유한 곳이다.
HK이노엔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미국의 위식도역류성질환 시장 규모는 약 3조3000억원으로, 글로벌 시장 중에서 가장 크다. 특히 세벨라의 영업망은 전체 미국 소화기질환 시장의 약 95%를 커버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HK이노엔 관계자는 "북미시장은 아직 PPI 계열 약물이 위식도역류질환 시장을 잡고 있지만 차세대 약물인 P-CAB이 PPI 단점을 보완한 차세대 약물인 만큼 케이캡과 보퀘즈나가 함께 P-CAB 시장을 넓혀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파트너사인 세벨라는 광범위한 소화기의약품 포트폴리오를 갖춘 기업으로 향후 케이캡 출시 이후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