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HK이노엔, 미국에 '케이캡' 깃발 꽂을까

  • 2024.12.03(화) 06:00

美전문가 P-CAB 처방 미권고로 한달새 주가↓
가격·환자접근성 앞세워 현지 시장확대 노릴듯

HK이노엔이 미국에서 위식도 역류성 질환 신약 '케이캡' 출시를 앞두고 있다.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기존 약물과 비교해 가격, 환자 접근성 등의 비임상적 측면에서 개선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美 위장병학회에 '화들짝'

지난 2일 HK이노엔의 주가는 3만7400원으로 지난 한 달간(11월 1일~12월 2일) 20.5% 하락했다. 같은 기간 HK이노엔을 비롯해 코스닥 제약바이오기업 124개로 구성된 제약지수가 5.4%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낙폭이 컸다.

미국 위장병학회(AGA)가 지난달 케이캡과 같은 P-CAB(칼륨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 계열의 치료제 처방을 권고하지 않는 논평을 낸 것이 영향을 줬다. 한국투자증권은 케이캡의 시장 침투속도가 예상보다 더뎌질 것으로 보고 HK이노엔의 목표주가를 28.6% 하향 조정했다.

AGA는 논평에서 기존 PPI(양성자 펌프 억제제) 약물과 비교해 일부 소화기질환에서 P-CAB의 임상적 우월성을 부정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학회는 P-CAB 처방을 권고하지 않은 이유로 △높은 가격 △낮은 환자 접근성 △장기 안전성 데이터 부족 3가지를 꼽았다.

현재 미국에서 PPI 약물은 일반의약품(OTC)으로 분류돼 환자들이 약국에서 별도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다. 이와 달리 P-CAB을 처방받으려면 의사의 진료가 필요해 번거로움이 크다. 또 PPI는 복제약(제네릭의약품)이 출시된 상태로 P-CAB과 비교해 가격도 저렴하다.

그럼에도 P-CAB '순항 중'

현재 미국에서 P-CAB 계열 약물('보퀘즈나')을 출시한 곳은 패썸파마슈티컬스가 유일하다. 패썸파마슈티컬스도 위장병학회의 논평에 지난 한 달간 주가가 절반가량 빠졌다. 그럼에도 시장점유율은 빠르게 늘리고 있다. 

지난 3분기 보퀘즈나의 미국 내 처방량은 6만9000건으로 전분기와 비교해 2배 가량 증가했다.

패썸파마슈티컬스는 대형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와 계약을 맺는 방법으로 가격과 접근성을 개선했다. PBM이 관리하는 처방집에 의약품을 등록하면 보험혜택을 통해 환자들의 약값부담을 낮출 수 있다.

지난 3월부터 TV 광고 등 마케팅 캠페인을 추진하며 소비자와 접점도 늘리고 있다. 다만 보퀘즈나가 위식도 역류성 질환 치료제로 지난해 11월 처음 시장에 진출한 만큼 장기 안전성 데이터가 충분히 쌓이기까진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후발주자라서 좋은 점

HK이노엔은 이르면 내년 미국에서 허가를 받아 시장에 진출하면 패썸파마슈티컬스와 같이 PBM 계약을 통해 가격과 환자 접근성을 개선할 가능성이 크다. 보퀘즈나보다 더 낮은 가격을 책정할 수도 있다. 또한 케이캡이 시장에 출시될 때는 이미 보퀘즈나가 P-CAB 시장을 상당 부분 개척한 상태로 시장점유율 확보가 비교적 수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2019년 케이캡은 국내에서 처음 P-CAB 시장을 연 이후 전체 시장크기를 키우며 후발주자들의 길을 터준 적이 있다. 지난해 국내 소화성궤양용제 시장에서 P-CAB 약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5년 만에 17.2%를 기록했다.

2022년 국내에서 두 번째로 출시한 대웅제약의 P-CAB 계열 약물 '펙수클루'는 출시 2년 차인 올해 3분기 누적 연 매출액이 739억원을 달성했다. 케이캡도 전체 시장확대에 3분기 누적 처방실적이 1422억원으로 전년대비 24.6% 성장했다.

보퀘즈나의 특허만료 기간이 2032년까지로 넉넉히 남으면서 케이캡의 미국 내 시장지위도 복제약 출시 우려 없이 안정적으로 보호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HK이노엔 관계자는 "P-CAB은 일본시장에서 40% 이상, 한국시장에서 21% 이상의 점유율을 가지며 PPI를 대체해가고 있다"며 "일본과 한국에서도 초기에는 1차 치료제로 권고되지 않았지만 이후 높은 성장을 보인 이유는 우수한 약효와 안전성이 시간이 지나며 확인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미국에서도 P-CAB은 PPI 대비 우월한 임상데이터의 누적과 PBM 등재 확대를 통한 환자실질부담 비용감소, 이미 확보된 글로벌 임상과 안전성 데이터 활용을 통해 빠르게 시장을 대체해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