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부터 가상자산 시장이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대체불가능토큰(NFT) 시장은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NFT의 가치와 활용성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사기와 자금세탁에 취약하다는 지적까지 나와 시장 회복은 점점 더 요원해지는 분위기다.
NFT 거래량은 올해 들어서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잠시 반등세를 탔지만 3월 이후 거래량이 급감했다. NFT 데이터 플랫폼 크립토슬램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NFT 판매액은 6억2400만달러(약 8550억원)로 전월대비 54% 줄었다.
연간으로 봐도 거래량 감소 흐름이 뚜렷하다. 코인게코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NFT 거래량은 118억달러로 전년대비 55% 축소됐다. 보고서는 "지난해 NFT 거래량 감소는 거시 경제 상황 악화와 업계에서 발생한 주요 사건 사고들로 투자자들의 신뢰가 약화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미국 정부는 NFT가 자금세탁과 사기 위험이 높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미국 재무부는 NFT 불법 금융 리스크 평가 보고서를 통해 "NFT를 취급하는 플랫폼이 자금세탁 등에 대한 대응을 소홀히 하고 있다"며 "NFT는 자금 세탁이나 범죄자의 규제 회피에 이용되기 쉽다"고 평가했다.
또 NFT와 관련된 사기가 만연하고 저작권과 상표권 보호 위반 등 지적재산권 관련 문제에 대한 우려도 제기하면서 NFT 플랫폼에 규제를 적용할 것을 권고했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화된 자산의 소유권을 증명하는 것으로 희소성이 있어 거래가 가능했다. 이에 수년전만 하더라도 가상자산 시장의 새로운 유망 섹터로 부상했지만 사업자가 NFT 발행 후 갑자기 잠적하는 '러그풀'과 해킹으로 인한 NFT 탈취 사고 등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신뢰가 확 꺾였다.
게다가 별다른 기능이 없고 소장가치도 애매한 디지털 포토카드 형식의 NFT가 고가에 거래되면서 가격 거품론도 일었다.
업계는 NFT 시장의 회복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거품과 사기 등으로 신뢰가 무너진 가운데 가격 하락이 이어지면서 구매자보다 매도자가 많은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은 현물 ETF 승인으로 기관 자본이 들어오면서 가격이 상승하고 있지만 NFT 시장은 기관과 무관해 코인 시장이 좋아져도 직접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NFT의 가치와 활용도가 입증이 안되고 사기도 많아 시장의 관심과 신뢰도가 많이 떨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