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있었던 NFT 열풍 기억하시나요? NFT(Non-Fungible Token, 대체불가토큰)는 디지털 콘텐츠에 고유한 표식을 부여한 기술입니다. 지난 2021년 NFT 시장이 활성화되기 시작하면서 점차 금융·게임·통신 등의 업계는 물론 치킨, 베이커리, 유통 등의 업체들도 잇따라 NFT 쿠폰을 발행했습니다. 이들이 발행한 NFT를 보유하면 할인 혜택 등을 누릴 수 있는 일종의 VIP 쿠폰이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도 있었죠.
하지만 현재 유통업계에서 NFT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올해에도 NFT 관련 이벤트나 서비스를 계획하는 유통업체들은 거의 없습니다. NFT는 장기적인 시스템 도입이라기보다 고객 유입을 위한 단발적인 마케팅 차원이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입니다.
"NFT 있으면 치킨 할인해줬었지"
지난 2022년. 연초부터 치킨업체들이 자사 캐릭터를 활용한 NFT를 발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문에 'NFT 치킨쿠폰'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당시 BBQ는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기념해 자사 마스코트 '치빡이'를 활용한 NFT 1만개를 발행했습니다. 설문조사를 통해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응원글을 남기면 추첨을 통해 NFT를 제공하는 방식이었죠. 다만 '자사앱 회원'이어야 참여가 가능했습니다.
'치빡이 NFT'는 BBQ의 자사앱 회원 수를 늘리는 데 크게 기여한 이벤트입니다. 총 17일간 진행된 행사 기간동안 하루 참가자 수는 1000명이 넘었습니다.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자, BBQ는 자사 NFT 보유 고객을 대상으로 할인 혜택을 주는 등 추가 이벤트도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bhc치킨도 같은 해 2월 한 카드사와 함께 자사 캐릭터인 '뿌찌'를 활용해 한정판 NFT를 제작해 발행했습니다. NFT 무료로 증정하는 이벤트였는데요. bhc치킨 앱에서 할인 쿠폰을 다운로드하면 추첨을 통해 bhc 치킨 1만원 상품권을 제공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치킨 업체들뿐만 아니라 여러 식음료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고 있는 SPC그룹도 NFT를 내세웠습니다. 2022년 당시 파리바게뜨는 실키롤케익 NFT를 구매한 고객에게 매장에서 해당 제품을 교환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외 섹타나인 해피포인트 앱 내 '리워드 패키지형 NFT' 증정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유통채널들도 NFT 마케팅에 가세했습니다. 백화점들은 NFT 보유자 대상 파티를 열거나 상품 할인, 사은품 증정, 고객 라운지 이용 등의 혜택 등을 제공했습니다. 편의점 이마트24는 비교적 최근까지 이벤트를 열었는데요. 지난해 10월 한 카드사와 선착순 1000개의 멤버십 NFT를 9900원에 판매했습니다. 이를 구입하면 할인 혜택을 줬습니다. 고객들을 매장으로 유인하기 위해서였죠. 하지만 사용 기한은 3개월이었습니다.
그 이후엔 감감 무소식
현재 유통업계에서는 NFT 관련 마케팅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유통업체들이 NFT 마케팅을 중단한 것은 코로나19 기간동안 온라인에 쏠렸던 소비자들의 관심이 오프라인으로 옮겨갔기 때문입니다. 비대면 상황에서는 온라인 마케팅이 주목받았습니다. 하지만 엔데믹 이후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공간으로 복귀했습니다. 당연히 오프라인 마케팅이 다시 주가 됐습니다. 이 탓에 NFT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진 겁니다.
여기에 NFT 시장 상황이 예전같지 않습니다. 2021년만 해도 NFT를 발행하면 대부분 가격이 오른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메타버스 등의 새로운 플랫폼 트렌드가 대두되면서 덩달아 관심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투기 수요가 늘어나면서 NFT 가격은 급등했습니다. 하지만 경기침체,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점차 NFT 시장의 과열은 수그러들었고, 가치도 하락했습니다.
올해는 어떨까
NFT 시장 자체가 살아나지 않는 한 유통업계의 NFT 마케팅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대부분입니다. 당시에는 비대면 상황에서 희소가치를 가진 NFT를 통해 디지털 관심도가 높은 MZ세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오프라인 매장과 팝업스토어 등에 소비자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BBQ·bhc 모두 올해 NFT 관련 이벤트나 서비스를 진행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SPC도 추가적인 NFT 관련 마케팅 계획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유통업체들도 NFT 시장이 침체된 상황인 만큼 굳이 이를 활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NFT 시장이 활성화 됐을 때는 유통업체들도 NFT를 고객 유입 수단으로 활용했다"며 "하지만 현재로선 NFT가 필요없다"고 말했습니다.
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시장 침체로 NFT 거래소들이 비즈니스를 살리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투자자들에 대한 배임 행위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입니다.
홍 교수는 "NFT 시장이 살아나기 위해선 투기 목적이 아닌 디지털 자산에 대한 소유권·저작권 증명이라는 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더불어 NFT 거래소들과 NFT 발행업체,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모여서 조직을 만들어 자구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