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제4이통 무산]①처음부터 끝까지 발목잡은 '자금력'

  • 2024.06.19(수) 09:29

누적된 적자에 시작부터 우려…IPO도 먹구름

스테이지엑스의 '제4이동통신사' 출범이 결국 무산됐다. 5G(5세대) 28㎓(기가헤르츠) 주파수 낙찰 때부터 제기됐던 자금조달능력이 발목을 잡았다. 연내 추진하기로 했던 기업공개(IPO)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보다 높았던 낙찰가

신설법인 스테이지엑스가 출범하기 전부터 '자금력'에 대한 우려는 꾸준했다. 컨소시엄의 주축이 되는 스테이지파이브가 수년간 계속된 적자로 재무상태가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스테이지파이브의 누적결손금은 2044억원에 달하며, 현금·현금성자산은 28억원에 불과하다. 

스테이지파이브가 예상보다 높은 수준의 낙찰가액을 써내면서 이러한 우려는 더욱 커졌다. 스테이지파이브는 지난 1월 28㎓ 주파수 경매에서 최고입찰액인 4301억원을 써냈는데, 이는 최저낙찰가(742억원)의 6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스테이지파이브는 대형 투자자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외부투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야놀자, 더존비즈온이 주요 주주로, 신한투자증권,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 등이 파트너사로 참여했다.

그러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발표에 따르면 스테이지파이브를 제외한 주요주주들은 자본금을 납입하지 않았고, 지분이 5%에 달하지 않은 기타주주 4개사 중 2개사도 자본금을 내지 않았다. 결국 스테이지엑스는 당초 초기자본금 2050억원을 납입하기로 했던 것과 달리, 실제로는 50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자본금만을 납입했다. 과기정통부는 자금조달 계획이행 서약사유를 위반했다며 제4이통사 후보 자격을 취소했다.

예고된 실패…허들 낮추고 검증도 없어

정부는 2010년부터 8차례에 걸쳐 제4이통사 도입을 시도했다. 그간 수많은 사업자가 제4이통사에 도전했지만, 자금력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자격 검증에 실패했다. 정부가 지난 2019년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 기간통신사업자 진입 규제를 등록제로 전환해 진입 허들을 낮춘 것도 이 때문이다. 주파수 할당을 받으면 기간통신사업을 위한 재정적 능력을 갖춘 것으로 간주하기로 한 셈이다.

이 같은 조치는 자금조달 능력을 검증하지 못한 사업자가 뛰어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정부는 사전에 스테이지엑스의 자금조달능력을 검증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주파수 할당 신청서류를 접수하기 3주 전에야 문제를 인식했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지난 14일 브리핑에서 "4월19일까지 2050억원 자본금 납입에 문제가 없다는 이야길 들어왔다"면서 "(카카오) 계열분리 문제로 자본금 순차납입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 이런 상황을 예상 못했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적자 속 '외부투자'

스테이지파이브는 적자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외부 투자를 수차례 유치했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2차례에 걸쳐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지난해 말 기준 스테이지파이브의 RCPS부채와 파생상품부채는 총 1809억원으로 집계됐다. 또한 스테이지파이브는 지난달 추가로 CB를 발행해 120억원을 조달하기도 했다. 스테이지파이브가 발행한 RCPS와 CB의 만기는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돌아온다.

스테이지파이브는 연내 IPO를 추진해 공모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신사업인 제4이동통신이 좌초될 위기에 처한 만큼 IPO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과기정통부는 오는 25일 제4이통사 취소 여부를 결정하는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할당대상법인 선정이 취소됐다고 보고 있다.

서상원 스테이지파이브 대표는 본지에 "RCPS는 만기와 상관없고, CB는 전환도 고려하고 있는데다 모두 기존 주주들이므로 큰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 대표는 "우리는 너무나 명확하게, 절차대로 진행을 해왔으므로 (주파수 할당대상법인 선정)이 안 될 거라는 생각을 아무도 안 하고 있다"면서 "청문회에서 최선의 소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